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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기업비대위, 정부 피해보상안 거부 결의

개성공단 2차 가동 중단 사태가 6월 10일로 121일째를 맞이했다. 중단 사태가 넉 달째 접어들면서 2013년 1차 가동 중단 때(4~9월, 약 160일)보다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차 중단 때보다 남북관계가 더 경색돼있고 꽉 막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3월 10일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 자산을 완전 청산하겠다고 발표했다. 개성공단 내 자산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입주기업의 피해는 늘어만 가고 있다.

이에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총회를 열고 '장마철 전 기계설비 점검과 근로자 임금 등, 미수금 정산을 위해 방북하겠다'고 뜻을 모아 지난 8일 오전 통일부에 방북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적절하지 않다며 불허했다.

이날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와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대북 제재를 강화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이 남북 간 모든 합의서를 무효화하고, 개성공단에 있는 우리 측 자산의 일방적 청산을 선언한 상황에서 기계설비 점검, 임금 등 미수금 정산 등과 같은 문제로 방북을 추진하는 것을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특히 개성공단기업비대위가 입주기업들의 신고를 토대로 신청한 피해액 전액 보상과 피해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헌법소원 심판청구 등의 주장도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통일부는 또,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며 투자이익의 대가로서 기업이 스스로 부담해야하는 것이다"라며 "특히 대북 사업에는 이른바 북한 리스크가 수반되며, 이에 대해서는 기업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본다. 정부도 이러한 대북 사업의 리스크를 고려해 보험제도를 도입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정부합동대책반 6차 회의를 열고 입주기업 피해 규모를 고정자산 5088억 원과 유동자산 1917억 원, 미수금 774억 원 등 총7779억 원으로 확정했다. 그리고 이 피해 규모의 66.7%에 해당하는 519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확정한 피해규모는 입주기업들이 자체 조사해 발표한 고정자산 5654억 원과 유동자산 2317억 원, 위약금 1100억 원, 미수금 375억 원 등 총9446억 원과 무려 1667억 원 차이가 난다.

개성공단기업비대위는 지난달 31일 긴급총회에서 정부의 지원 대책이 실질적 피해보상과 차이가 크다며 정부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개성공단기업비대위는 9일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로 인한 기업 피해에 대해 정부가 이제라도 전향적으로 책임을 인정하고 실효적인 보상을 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총선 전 숱하게 만나자던 정치권, 이젠 만나기도 어려워"

6.15 공동선언 16주년을 기념해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인천본부와 우리겨레하나되기인천운동본부가 주최한 특별강연에서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이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개성공단 재가동을 포함한 남북경협 확대를 주장했다.

인천에서 신한물산을 운영하는 신 부회장은 "입주기업 전체적으로 약 40%는 일자리를 잃었다. 개성공단에만 공장이 있던 업체는 더 심각하다. 물건을 못 대주니 수금도 안 된다. 심지어 몇몇 기업은 파산했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13년 1차 가동 중단 이후 3년간 숱한 세미나와 공청회를 열어 경협보험 개선과 보완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외면했다. 이번 경협보험금 최대치가 70억원이다. 100억원을 투자했던, 500억원을 투자했던 같다. 항의했더니 최대 110억원까지 받게 하겠다고 했다.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업체가 약 40%인데, 이 업체들은 (보상금이) 고작 25억원이다. 기업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라고 한 뒤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 전에 말미만 줬더라도 기업들은 유동자산 2500억원을 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고 한탄했다.

신 부회장은 또 "입주기업들이 신고한 피해액이 9446억원인데 정부는 개성공단에 가보지도 않고 피해액을 7779억원으로 확정했다. 여기에 영업권 피해액은 반영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마저도 다 보상하는 게 아니라 5190억원만 지원하겠다고 한다. 실질적 피해는 약 1조원에 달하는데 정부는 불과 50% 수준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수용하나. 그래서 개성공단기업비대위 총회 때 거부하기로 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신 부회장은 정치권에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4.13 총선에서 여야 모두 관심을 갖고 입주기업을 초청해 의견을 듣고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이젠 만나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특히, 피해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공단 재가동을 약속했던 야 3당은 여소야대 정국이 된 후 찾아갔지만 잘 만나주지도 않는다고 했다.

신 부회장은 "총선 때 야권이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입주기업이 정치적 편향을 보이면 오히려 화만 키울 것 같아 내부 토론 끝에 총선에서 정치쟁점이 되는 것을 피해 잠자코 있었다. 그런데 여소야대가 됐어도 두 달이 다 되도록 별다른 소식이 없다. 그 뒤 정부가 피해보상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가 약 한 달간 조사한다니, 이번에도 잠자코 있기로 했다. 그사이 언론도 멀어지고, 정부와 정치권도 (우리한테서) 멀어져갔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를 정말 철석같이 믿었다"

신한용 부회장은 '정부가 지난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하기 전 대북 제재가 거론될 때,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을 중단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2013년 1차 가동 중단 이후 남북이 작성한 합의문에 '어떠한 경우라도 개성공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입주기업들은 당시 합의를 '박근혜표 개성공단'이라고 불렀다. 박근혜 정부가 신뢰를 강조했던 만큼 희망이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대북 제재가 거론될 때도 박근혜 정부의 합의문만 철석같이 믿었다"라며 "차라리 그때 유동자산이라도 빼내기 시작했으면 피해가 덜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재가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신 부회장은 말했다. 그는 5.24조치 해제로 개성공단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재가동 시 미흡했던 기존 제도를 보완하고, 나아가 개성공단 또한 단순 임가공(현재 섬유·봉제업이 약 70%)에서 벗어나 투자협력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4년 12월에 첫 제품이 나왔다. 그 뒤 2010년 남북 교류를 전면 제한한 5.24 조치가 있었다. 물론 5.24 조치에 개성공단은 예외였다. 하지만 신규 설비투자와 기계 반입은 제한됐다. 땅을 산 기업은 땅을 묵혀야했고, 기존 기업은 보존된 설비와 자본만으로 연명했다. 말이 11년이지 5.24 조치로 6년은 절름발이였다"고 말했다.

이어서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기업들은 다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임금과 생산성이) 개성공단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기업이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재가동에 시동이 안 걸린다. 우리 기업이 지급한 임금이 북한의 핵개발에 사용되고 있다는 여론 때문이다.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려면 이 국민정서에 변화가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개성공단, #개성공단기업협회, #남북경협, #6.15공동선언,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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