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독일 축구대표 제롬 보아텡을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독일 축구대표 제롬 보아텡을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관련사진보기


독일 사회가 축구스타 제롬 보아텡을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으로 들끓고 있다.

아프리카 가나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보아텡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었고,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작은 초콜릿 포장지에서 시작됐다. 그동안 백인 어린이만 모델로 내세웠던 세계적인 초콜릿 '킨더 쇼콜라데'가 최근 새로운 초콜릿 포장지에 유색 인종 어린이를 등장시킨 것에 대해 독일 극우 세력이 분노를 터뜨린 것.

난민 반대 단체인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은 소셜미디어에 초콜릿이 어린이들에게 "미래의 테러범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비난하며 불매 운동을 펼쳤다.

그러나 페기다의 불매운동은 '인종차별'이라는 비난 역풍을 맞았다. 초콜릿 포장지에 등장한 흑인 어린이가 보아텡의 어린 시절 사진으로 밝혀진 것. 이 초콜릿 업체는 유로 2016(유럽축구선수권대회) 개막을 기념하려고 독일 대표팀 선수들의 어린 시절 사진으로 제작한 판촉용 포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페기다는 불매 운동을 중단했지만,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렉산더 가울란트 부대표가 "축구선수 보아텡을 좋아하지만, 그를 이웃으로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고 주장하며 인종차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다시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고, 독일 정계와 언론이 비난에 가세하자 가울란트 부대표는 "일부 사람의 태도를 설명한 것"이라는 궁색한 해명으로 꼬리를 내렸다. 유럽축구연맹(UEFA)도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을 반대한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독일의 소수정당이었던 AfD는 최근 중동과 아프리카의 대규모 난민 유입 사태를 둘러싸고 난민 반대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제3 정당으로 약진한 극우 성향의 정치 세력이다.

독일 축구팬들 "보아텡은 우리의 이웃"

제롬 보아텡을 지지하는 독일 축구팬들의 플래카드를 전하는 <빌트> 트위터 갈무리.
 제롬 보아텡을 지지하는 독일 축구팬들의 플래카드를 전하는 <빌트> 트위터 갈무리.
ⓒ 빌트

관련사진보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이런 말이 나온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매우 슬픈 일"이라고 비난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민당도 "가울란트 부대표보다 보아텡이 우리의 이웃으로 더 좋다"라고 촌평했다.

독일 축구 대표팀의 올리버 비어호프 단장은 "우리는 다양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보아텡이 우리의 일원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라며 "가울란트 부대표는 그런 발언을 할 자격이 없으므로 고려할 가치도 없다"라고 일축했다. 

독일 축구팬들은 지난 29일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열린 독일과 슬로바키아의 경기에서 '보아텡은 우리의 이웃이다', '보아텡, 우리의 옆집으로 이사 와라'는 등의 플래카드를 관중석에 내걸고 보아텡을 지지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보아텡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내가 독일인이라서 행복하고 자랑스러우며, 그러므로 독일 대표로 활약하는 것"이라며 "경기장에서 팬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결국 AfD는 프라우케 페트리 대표가 나서 "보아텡은 독일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이며, 유로 2016에서 그의 활약을 기대한다"라고 사과했고, 초콜릿 제조업체 이탈리아 페레로는 "보아텡의 사진을 넣은 포장지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제롬 보아텡, #페기다, #독일 축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