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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첫날 풍경. 주니어, 시니어 인펜트 학생들은 수업을 하기 전 레고나 퍼즐 등의 장난감을 갖고 놀 수 있다. 이날은 유일하게 학부모들이 아이들 교실에서 오랜 시간 머물 수 있었다
 초등학교 첫날 풍경. 주니어, 시니어 인펜트 학생들은 수업을 하기 전 레고나 퍼즐 등의 장난감을 갖고 놀 수 있다. 이날은 유일하게 학부모들이 아이들 교실에서 오랜 시간 머물 수 있었다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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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초등학교는 총 8년 과정이다. 가을 학기를 원칙으로 9월 이전에 만 4세가 되는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같은 해에 태어나더라도 생일을 기준으로 학년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반 친구들 나이는 모두 같지 않다.

한국으로 따지면 2년 과정은 유치원 과정으로 학급 명칭은 주니어 인펜트(JuniorInfant), 시니어 인펜트(Senior Infant) 로 부른다. 그 이후는 한국처럼 1학년, 2학년 식으로 학급이 나눠진다.

아일랜드는 초등학생부터 교복을 입는 학교가 많다. 남학생의 경우 학교마다 다른 색 바지와 셔츠, 학교 로고가 새겨진 스웨터를 주로 입는다. 여학생은 치마와 바지를 함께 입을 수 있고 학교 로고가 적힌 스웨터를 입는다.

복장 단속은 아주 엄격하지 않고 학교마다 정해진 디자인이 있지 않다. 즉, 학교 바지 색이 남색이면 남색으로 된 바지는 모두 입을 수 있고, 학교 와이셔츠 색이 흰색이면 흰색으로 된 셔츠(심지어 칼라가 없는 셔츠도 포함)는 모두 입을 수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부담 없이 아이 교복을 준비할 수 있고 매일 무슨 옷을 입혀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아일랜드 초등학교에는 특별한 입학식이 없다. 대체적으로 9월 1일이나 2일에 새 학기가 시작되며, 그날부터 바로 수업이 시작이 된다. 그리고 학교는 정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일찍 도착한다고 미리 들어갈 수 없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학교 등교 시간이 9시 10분이라면, 9시 10분 정각이 되어야 학교 문을 열어준다. 더 일찍 온 아이들은 학교 교문 앞에서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는 식이다. 한국에서 초등교육을 받았던 나의 시각에서는 매우 신기한 시스템 중 하나였다.

수업 시간은 보통 주니어 인펜트 학생과 시니어 인펜트 학생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1학년부터 6학년까지는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수업을 받는다. 주니어 인펜트 학생들의 경우 2번의 휴식 시간을 가지는데, 그 시간에 부모들이 싸 준 간식을 먹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한다.

서두르지 않는 교육 시스템

(위) 주니어 인펜트 학생들이 1년간 배우는 교과서
(아래) 6개월 동안 했던 알파벳 쓰기 숙제
 (위) 주니어 인펜트 학생들이 1년간 배우는 교과서 (아래) 6개월 동안 했던 알파벳 쓰기 숙제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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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주니어 인펜트(JuniorInfant) 아이들의 경우, 영어, 수학, 과학, 예체능, 게일릭어를 배운다. 한국은 조기교육 열풍이 불어 유치원전부터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이 많지만 아일랜드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간 후 본격적인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첫 학기에는 다른 과목보다 영어에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주니어 인펜트 학생들은 일주일에 3번의 숙제를 하게 된다. 숙제는 월요일에 일괄적으로 3일 분량을 나눠주고, 목요일에 숙제가 든 파일을 선생님에게 제출하는 방식이다.

아이의 숙제를 지도하면서 발견했던 사실은 영어를 가르치는 속도가 매우 더디다는 것이었다. 만 4세, 한국으로 치면 6세나 7세 아이들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미 영어가 익숙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내용 치고는 매우 느리고 쉬운 교육 과정이었다.

26개의 알파벳을 한꺼번에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하나의 알파벳만 습득한다. 한 주 숙제 역시 그 알파벳을 반복적으로 쓰는 과정이다. 26개의 알파벳을 모두 배우기 위해선 최소 6개월이 필요하다.

배움에 눈을 뜬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수업 분량과 속도일 수 있지만 항상 빠른 교육을 받아 왔던 엄마의 입장에선 하나라도 꼼꼼하게 가르치려는 아일랜드 교육 시스템이 매우 신기하고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이는 배운 알파벳이 만드는 소리를 확실히 이해하기 시작했고 2학기가 되자 쉬운 단어들은 혼자서 읽기 시작했다. 별도의 선행 학습 없이 초등학교에 들어갔지만 1년이 채 되지 않아 쉬운 단어나 문장들을 읽기 시작했다.

엄마 입장에서는 매우 더딘 교육처럼 느껴졌지만 배움에 눈을 뜬 아이에게는 결코 느린 교육이 아니었다. 천천히 그 나이 아이들이 습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눈높이 교육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서두르지 않고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학교. 학교의 권위를 인정하고 믿어주는 부모들. 선생님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는 아이들.  공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올바른 철학을 가진 교육자의 역할도 크지만 학교를 절대적으로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부모들과 아이들의 역할도 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태그:#아일랜드, #아일랜드초등학교, #아일랜드교육철학, #아일랜드교육, #해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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