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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계림, 베트남의 하롱베이와 함께 세계 3대 트러스트 지형으로 부른다.
▲ 방비엥의 쏭강 중국의 계림, 베트남의 하롱베이와 함께 세계 3대 트러스트 지형으로 부른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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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졸 50주년 기념' 라오스 여행 중이다. 버스 안에서는 가이드 정 차장의 구수한 스토리텔링이 이어진다. 이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다. 라오스는 작은 나라다. 사람도 가축도 작다.

가축을 방목해서 키운다. 갑자기 차가 멈춰 섰다. 도로를 지나가는 소떼 때문이다.

젊었을 때는 여행을 다니지 못했다. 삶이 우선이었다. 아이들이 우선이었다. 우리 시대 아버지들은 다 그랬다. 지금은 과감하다. 젊은이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 일주 여행에 나서기도 한다.

"가슴이 떨릴 때 여행을 떠나라."

가이드가 감성을 자극한다.

여기가 무릉도원...천둥이 치고 바람이 불더니 아침에는 산 등성이에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 방비엥 여기가 무릉도원...천둥이 치고 바람이 불더니 아침에는 산 등성이에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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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방비엥. 비엔티엔서 5시간여에 걸쳐 도착했다. 소계림이라 불리는 이곳은 중국의 계림, 베트남의 하롱베이와 함께 세계 3대 카르스트 지형으로 불린다. 조그만 시골 마을이다. 주차장이 비좁아 외곽에 주차를 하고 '툭툭이'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툭툭이'는 이곳 방비엥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인원이 탈 수가 없다. 패인 도로나 커브 길을 지날 때 툭툭 튀는 기분이 스릴을 느끼게 한다. 라오스에 왔으니 라오스의 맛을 한껏 느껴보는 것도 여행의 별미다.

방비엥의 호텔은 비엔티엔에 비해 열악하다. 4성급이라고 하나 지은 지가 오래된 듯 옆방 말소리까지 들린다. 샤워기도 물이 찔끔찔끔 나온다. 여행사에서 라오스의 열악한 환경이나 시설을 사전 주입한 탓인지 다들 덤덤하다.

하기야 중국 여행 시에는 차이가 나서 '차이나'라고 겁을 주면서 시작했다. 불평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불편을 체험하러 왔는데...

유러피언 거리는 밤의 거리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광객이 많다. 한글 간판이 눈에 띈다. 맛사지,노래방,식당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운영한다.
▲ 유러피언 거리 유러피언 거리는 밤의 거리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광객이 많다. 한글 간판이 눈에 띈다. 맛사지,노래방,식당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운영한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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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언 거리는 밤의 거리다. 유럽인들이 배낭여행 등을 위해 즐겨 찾다 보니 생겨난 거리가 아닌가 싶다. 수영복 차림에 드러누운 채로 밤을 즐긴다. 불빛도 휘황찬란하다. 여기서도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 한글 간판 가게를 세어보았다. 제법 눈에 많이 띈다.

저녁 식사는 삼겹살 구이, 방목한 돼지라 쫄깃쫄깃 맛이 그만이다. 무한 리필이다. 먹고 또 먹고 반주까지 곁들이니 기분이 최고다. 그런데 걱정이다. 이래 가지고 얼마나 남을까. 건배가 필수, "즐거운 여행을 위하여~", "안전한 여행을 위하여~".

한참 분위기가 익어가는 순간, 옆 좌석에서 싸우는 소리가 잔치에 찬물을 끼얹는다. 거기다 욕설까지...

중국 여행길이 열렸을 때다. "내 재산이면 만리장성을 살 수 있다"라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졸부라 불렀다. 지금 큰 소리로 싸우고 있는 저분들은 60~70대 남자들. 한국인이다. 라오스에서 친구와 다투고 있다. 가만히 몸을 추스른다. 우리가 추태를 보이면 대한민국이 욕먹는다는데...

몬도가네 시장에서 엄마는 채소를 팔고 있다. 어린 아이는 혼자 놀고 있다.
▲ 채소 파는 모녀 몬도가네 시장에서 엄마는 채소를 팔고 있다. 어린 아이는 혼자 놀고 있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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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도가네 시장에서 엄마를 따라온 한 소녀가 물끄러미 앉아 있다.
▲ 라오스 소녀 몬도가네 시장에서 엄마를 따라온 한 소녀가 물끄러미 앉아 있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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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도가네 시장도 새벽을 열고 있었다. 채소, 고기, 농기구 등 우리의 재래시장과 별반 다름이 없다. 다만 혐오스러울 정도로 파리 등이 여기저기 새까맣게 붙어 있다. 조금 색다르다면 도마뱀, 박쥐, 개구리, 메뚜기 등을 판다는 점이다. 저녁 간식거리 망고를 챙겼다.

1960년대 우리 삶이 지금 이들과 비슷했다. 농촌에서는 소, 돼지 등 가축을 집 안에서 한두 마리 키웠다. 배설물로 퇴비를 만들고 화장실 시설은 겨우 가리개가 있을 정도였다. 파리 떼가 극성을 부리지 않는 것이 비정상일 수밖에... 파리와의 공생은 당연한 것이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듯 몬도가네 시장을 둘러보고 '툭툭이'는 다음 여정을 향해 달린다. 한 차에 세 명의 도움이(청년)가 합승했다. 간신히 발을 들여놓고 덮개 파이프를 잡았다. 아슬아슬하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라오스 청년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리랑이다. 이곳에서 아리랑이라니... 대한민국 노래 아리랑을 '툭툭이'를 타면서 함께 불렀다.

탐상 동굴을 거쳐 탐랑 동굴에 도착한 시각이 29일 오전 10시 경이다. 라오스 여행 3일째다. 일행 중 누군가가  "이곳을 보기 위해 5시간 반 비행기, 5시간 자동차를 타고 왔다"라고 속삭인다. 탐랑 동굴은 수중 동굴이다. 튜브를 타고 동굴 속을 이동하면서 어둠 속 스릴을 체험한다.

"영~차 영~차"

캄캄한 동굴 속, 머리에 두른 랜턴 불빛이 도깨비불처럼 줄지어 움직인다. 힘을 모아 앞으로 전진... 밧줄을 잡아당겨 튜브가 나가도록 힘을 같이 써야 한다. "야 호~.",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소리가 동굴 속에 멀리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백인 여성들은 비키니를 입고 자신의 몸매를 뽐낸다.

두려움과 호기심 속에 동굴 체험이 끝났다. 점심은 숯불 구이다. 장작불에 기름기를 쏙 빼고 구운 고기는 우리 입맛에 딱 맞다. 여기에 이곳 전통 맥주, 비어라오 한 잔을 마셨다. 뱃속까지 시원하다. 비어라오는 라오스에서 생산한 맥주다.

'짚라인', 나무와 나무 사이의 줄을 이용하여 즐기는 레포츠다. 이리저리 원숭이처럼 나는 스릴과 쾌감은 기대가 되면서도 망설여진다. 출발지까지는 30여 분 산을 타야 한다. 건강이 안 좋은 일행도 있지만 조금은 겁도 나서다.

그런데 도움이 청년의 시범을 보니 용기가 생긴다. 눈을 감고 뛰어내렸다. 주르르 미끄러져 밀림 사이를 날아간다. 다리도 죽 펴 보고 하늘을 향해 올려도 보았다. "나는 슈퍼맨 야~호!" 외쳤다. '짚라인'을 탈 때는 소리를 질러야 제격이다. 무서워서, 즐거워서, 감탄해서 소리를 질렀다.

쏭강, 어렸을 때 놀던 지석강처럼 물이 맑다

물이 맑고 깨끗하다. 어렸을 때 영산강의 상류인 지석강과 비슷하게 느껴졋다. 지금은 오염되어 물속에 들어 갈 수 없는 고향의 강이다. 2시간 여를 물장구 치고,물싸움도 하고 노도 저으면서 동심에 젖게 했다.
▲ 쏭강 물이 맑고 깨끗하다. 어렸을 때 영산강의 상류인 지석강과 비슷하게 느껴졋다. 지금은 오염되어 물속에 들어 갈 수 없는 고향의 강이다. 2시간 여를 물장구 치고,물싸움도 하고 노도 저으면서 동심에 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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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여정은 쏭강에서의 '카야킹', 3인 1조다. 앞뒤 둘이서 노를 저어 강을 타는 레포츠다. 천혜의 절경을 보면서 카야킹을 하는 즐거움은 어떤 놀이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이 조금 깊은 곳에서 물싸움을 하는 것 또한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놀이 중 놀이다.

전쟁놀이하는 기분이다. 노를 이용하여 물을 가득히 상대 몸을 향하여 끼얹는다. 가까이에서는 손까지 이용한다. 머리까지 흠뻑 젖었다. 노란 카약(카누)이 줄줄이 강줄기를 따라가는 모습은 한 폭 그림이다. 방비엥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레포츠가 아닌가 싶다. 2시간여 정도다. 20불이면 즐길 수 있다.

<꽃보다 청춘>으로 알려진 블루라군

몇 년 전 방송에서 소개된 뒤 우리에게 가장 낯익은 관광지다. 우리나라에도 있음 직한 웅덩이다. 그 위를 가로지르는 두 갈래 나뭇가지. 몇 백 년 자랐을 성 싶다. 나무 위에 오른다. 심호흡을 하고 폼을 잡는다. "하나, 둘, 셋!", 관광객들의 구령에 맞춰 "풍덩~." .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여기서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같이 즐긴다.

물 온도가 차가워 나이 든 사람들이 들어가기에는 무리다. 젊은 사람, 몸매가 좋은 사람, 다이빙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면 즐기기에 적당하다. 나는 그만 젊음의 열기에 위축되고 말았다. 그네 타기도 그렇고 다이빙은 아예 생각도 못한 채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그런데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화장실 가기 위한 행렬이다. 관광지에는 화장실이 많지 않다. 가는 곳마다 이용료를 받는다. 아주머니 한 분이 의자에 앉아 돈을 받고 있다. 이곳 화장실은 우리나라 코이카에서 지어준 것이라고 한다.

'툭툭이'와 헤어지다

우리나라 중고차를 수입하여 개량한 차다. 방비엥의 유일한 합승차, 어느덧 '툭툭이'와 정이 흠뻑 들었다.
▲ 툭툭이 우리나라 중고차를 수입하여 개량한 차다. 방비엥의 유일한 합승차, 어느덧 '툭툭이'와 정이 흠뻑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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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이곳의 날씨는 우기로 비가 자주 내린다. 밤만 되면 천둥 비바람이 몰아친다. 그리고는 약속이나 한 듯이 낮에는 날씨가 화창하다. 우리의 50주년 기념 여행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이...

블루라군에서는 시간을 조금 앞당긴 탓에 밤에 여유가 생겼다. 여행은 보고 느끼고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 나는 일찍 잠을 청했다. 나중에 들으니 일행 중 일부는 술을 마시면서 밤을 새웠다고 한다. 새벽에 잠을 깨니 창 너머로 물 안개가 산을 휘감고 있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툭툭이'는 방비엥 외곽 주차장을 향해 달렸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준 '툭툭이', 툭툭 튀어서 약간은 엉덩이가 아팠지만 즐거웠다. 이제 남은 여정은 젓갈 마을을 거쳐 비엔티엔으로 향한다.

바다가 없는 나라에서 젓갈 생산? 여행 일정표를 보고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다. 어차피 가는 길이라 둘러보기로 했다. 이 나라 사람들도 고기를 발효시켜 젓갈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다르다면 바닷고기가 아닌 민물고기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제 라오스에서 마지막 날이다. 비엔티엔에 도착한 시각은 30일 오전 11시경이다. 김제가 고향이라는 한국인 식당에서 쌈밥을 먹기로 했다. 여행 중 느끼는 것이지만 굳이 된장, 고추장 등을 가져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대부분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을 이용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한 번쯤은 현지식을 먹는 것도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어서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신랑 신부를 만났다. 사진을 찍어도 좋으냐고 물었더니 ok다.
▲ 라오스의 전통결혼식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신랑 신부를 만났다. 사진을 찍어도 좋으냐고 물었더니 o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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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피로연 식탁 등을 정리 하고 있는 스님이다. 애뜻해 보인다. 빨간 망또를 두르고 청소도 하고 일상 생활을 하는 스님들이 많이 보인다. 담배도 피우고, 사원에서 망또를 두르고 담배 피우는 분이 스님인 줄은 모르겠다.
▲ 라오스 스님 결혼식 피로연 식탁 등을 정리 하고 있는 스님이다. 애뜻해 보인다. 빨간 망또를 두르고 청소도 하고 일상 생활을 하는 스님들이 많이 보인다. 담배도 피우고, 사원에서 망또를 두르고 담배 피우는 분이 스님인 줄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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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는 사원의 나라다. 이색적인 것은 납골탑, 사원에서의 결혼식, 수많은 불상 등이다. 당초 일정을 조정했던 비엔티엔의 왓시사켓 사원으로 향했다. 6천여 개 불상이 있다는 사원이다. 이곳의 불상은 황금색으로 치장을 하거나 눈에 보석을 박는다. 그런데 눈이 패인 상태다. 불상의 눈이 보배? 

이 나라 역사도 파란만장하다. 인근 국가들과의 끊임없는 전쟁, 미국과 베트남 사이 전쟁에서 샌드위치 신세, 프랑스의 식민 지배 등. 머리가 아파졌다. 그런데 눈에 띈 장면 두 가지, 전통 결혼식을 올리고 신랑신부와 회식을 한 식탁 등을 정리하고 있는 스님을 봤다.

이곳은 과거가 아닌 현재다. 각종 전자제품, 모조품, 의류 등 없는 게 없다. 휘황찬란한 불빛이 장관이다. 메콩강 건너편으로는 태국이다. 젊은이들의 향연이 불야성을 이룬다. 밤마다 성황을 이룬다.
▲ 비엔티엔 야시장 이곳은 과거가 아닌 현재다. 각종 전자제품, 모조품, 의류 등 없는 게 없다. 휘황찬란한 불빛이 장관이다. 메콩강 건너편으로는 태국이다. 젊은이들의 향연이 불야성을 이룬다. 밤마다 성황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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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코스인 비엔티엔 공항에 가기 전이다. 메콩강 주변 야시장을 방문했다. 한국인 한 분이 태국과 국경을 접하는 이곳에 고수부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흔히 야영장이나 운동시설로 이용함 직한데 뜻밖에 대박이 터졌다. 야시장이 형성되었다. 과거와 현재가 병존하는 지역. 비엔티엔의 명동 거리다.

전자제품, 액세서리, 핸드백 등 없는 것이 없다. 젊은이들 걸음걸이에 활기가 넘친다. 방비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무슨 행사라도 한 것일까. 하얀 티셔츠를 입은 젊은이들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다.

바다가 없는 나라 라오스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 문명에 목 말라 하는 젊은이들의 힘찬 발걸음이 새벽을 열어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해외 여행기입니다. 제가 보고 느끼고 채험한 것 외의 각종 자료는 현지 가이드의 해설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태그:#라오스, #비엔티엔, #방비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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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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