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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 기본구상 조감도.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 기본구상 조감도.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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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깊은 사의를 표하면서 강남구는 이에 보답하기 위해 100% 청렴 건설 행정으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가 낸 보도자료다. 이날은 서울시가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 구상(안)을 발표하는 날. 강남구가 그간 '염원'해 온 영동대로 통합개발을 서울시가 수용한 데 대한 화답이다.

강남구와 관련된 서울시의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사사건건 반대해온 강남구의 지난 모습을 생각해보면 '상전벽해'란 말이 생각날 정도로 바뀐 모습이다.

강남구가 서울시와 대립각을 세워온 것은 지난해 초 서울시가 강남구 삼성동의 옛 한전 부지 개발에서 나오는 공공기여금 1조7천억 원을 송파구 잠실운동장 구역까지 포함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다음부터다. 

강남구는 이후 이 돈을 잠실운동장이 아닌 강남구, 특히 영동대로 통합개발에 전액 혹은 우선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구청장이 주민들과 함께 시청에 난입해 시장면담을 요구하는가 하면 공무원을 동원해 반대서명 운동을 벌였고, 서울시의 제2시민청-행복주택 건설에 반대했으며, 논의과정에서 배제됐다며 '강남구를 독립시켜달라'고 하는가 하면 급기야 지난해 말에는 댓글부대 논란을 빚어 서울시와 상호 고소전까지 벌였다.

이날 서울시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을 발표하면서 소요되는 총 사업비 1조1691억원 가운데 시 부담금액인 5069억 원을 대부분 공공기여금과 교통개선대책분담금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 가운데 공공기여금을 얼마나 쓸지 강남구와 협의해나가겠다고 했지만, 전체 공공기여금 1조7천억 원 가운데 강남구에 쓰이는 돈은 1/3을 넘지 못하는데도 어쩐 일인지 강남구는 "서울시가 강남구의 의견을 거의 반영했다"며 두 손 들고 환영하고 나섰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이날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과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구룡마을 공영개발, 강남구 비즈니스 센터 조성 등을 통해 오는 2021년까지 1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한 고위 관계자는 "강남구가 그동안 공공기여금을 자기 구에만 써야 한다고 무리한 주장을 펴왔지만, 결국 안 통한다는 걸 깨닫고 실리를 챙기기 위해 유화 정책을 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서울시와 강남구 사이에는 훈풍이 불 일만 남았을까.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만난 강남구 고위 관계자는 "올해는 그간의 반목을 털어버리고 서울시와의 관계를 잘 정립해나가려고 한다"며 "언론도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지자체 사이에는 그간 누적된 현안이 산적해있다. 제2시민청, 행복주택 등으로 인한 갈등도 여전하고 몇 해 전 구룡마을 개발 갈등 와중에 강남구에 의해 고발된 서울시 공무원 문제도 그대로다.

탄천주차장 문제도 새로운 갈등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는 강남의 승용차 통행량을 줄이기 위해 탄천주차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강남구는 주차수요 감당이 어렵다며 대체주차장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지난 1월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양측간의 현안 해결을 논의하자며 박원순 서울시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화해에 대한) 강남구의 진정성을 더 보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영동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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