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2016.4.28~5.7)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2016.4.28~5.7) ⓒ 전주국제영화제


씨네필을 위한 봄의 축제, 전주국제영화제(이하 JIFF. 4월 28일 개막)가 17회를 맞아 더욱 풍성하고 다채로운 상영작들로 무장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국내 3대 국제영화제로 불리는 전주국제영화제의 특징은 대안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이다. 이는 1회부터 꾸준히 고수해온 전주국제영화제만의 색깔이다. 이번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더욱 견고하고 체계적인 상영작 구성의 면모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년보다 10여 편 늘어난 211편의 상영작들은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극영화부터 실험적인 주제를 다룬 다큐멘터리까지 다양하다. 영화팬들의 눈을 사로잡을 영화 중 5개의 키워드로 JIFF 상영작들을 구분해봤다.

첫번째 키워드 : 퀴어

 <스파 나잇>의 포스터

<스파 나잇>의 포스터 ⓒ 전주국제영화제


먼저 첫 번째 키워드는 퀴어다.

미국 한인타운 내 게이 찜질방의 다양한 풍경을 그린 화제작 <스파 나잇>,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 사이의 변화와 사랑을 다룬 <그들의 사랑>, 중년 게이 남성과 10대 비행소년 사이에 흐르는 욕망의 기류와 교감을 포착한 <먼 곳으로부터>, 마돈나와 게이 댄서들 간의 갈등을 그린 <마돈나의 댄서들>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퀴어영화들이 눈에 띈다.

두 번째 키워드 : 여성

 <다가오는 것들>의 한 장면

<다가오는 것들>의 한 장면 ⓒ 전주국제영화제


여성의 시선을 섬세하게 직조하는 영화들을 확인할 수 있다.

아르노 데프레셍, 자크 리베트와 꾸준히 작업한 배우 마리앤 드니코트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의사로 분한 <시골 여의사>, 어른이 되고 싶지 않는 소녀가 발견하는 세계에 관한 우화 <잠자는 소녀>, 장애아를 임신한 엄마의 갈등 <24주>, 매춘부 여성들의 유대와 꿈을 그린 <머치 러브드>, 남편과 이별 후 홀로 서는 여성을 연기하는 이자벨 위페르의 <다가오는 것들>, 작년 칸 여우주연상 수상작 <몽 루아>, 가족들로부터도 버려진 전직 배우인 노년 여성의 이야기 <에바 노바>,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인의 초상 <희>, 계급과 자본에 관한 하층민 여성의 초상 <하녀> 등이다.

세 번째 키워드 : 아시아

 <해피 아워>의 한 장면

<해피 아워>의 한 장면 ⓒ 전주국제영화제


먼저 드랙퀸 댄서와 딸의 재회를 그린 영화 <세레나데>의 주연배우이자, <변태가면>, <호타루의 빛>, <모두가 초능력자>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입지를 굳힌 배우 야스다 켄이 주연을 맡아 배우의 애환을 전하는 <배우로 산다>가 눈에 띈다.

그밖에 중국 반환을 앞둔 홍콩의 불안과 변화를 다룬 누아르 <트리비사>, 반전운동이 한창인 69년의 일본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통을 다룬 <아카펠라>, 중국 소시민의 부조리를 향한 저항 <오래된 돌>, 5시간 17분의 런닝타임 속에 담긴 30대 여성들의 우정과 변화, 삶의 의미를 묻는 <해피 아워> 등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아시아의 민낯을 담은 영화들이 상영될 예정이다.

네 번째 키워드 : 미드나잇

 <뱅 갱: 모던 러브 스토리>의 한 장면

<뱅 갱: 모던 러브 스토리>의 한 장면 ⓒ 전주국제영화제


네 번째 키워드는 '미드나잇'이다. 전주가 선택한 영화들이 자칫 접근하기 어렵게 느껴진다면, 가장 탁월한 선택이 될 섹션이다. '심야 맞춤용' 영화들에 걸맞게 파격적이고 기상천외한 영화들로 빼곡하다.

포르노 논란을 일으킨 가스파 노에의 신작 <러브>, <키즈>의 래리 클락 감독이 다시 선보이는 거리 위 아이들의 이야기 <네이키드 청춘>, 추문의 주인공이 되는 소녀의 이야기 <뱅 갱: 모던 러브 스토리>, <그렘린>의 조 단테 감독이 선보이는 좀비 러브스토리 <베링 더 엑스> 등 오직 전주국제영화제에서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쾌감을 불러일으킬 작품들이 마련됐다.

다섯 번째 키워드 : 거장

 <드 팔마>의 한 장면

<드 팔마>의 한 장면 ⓒ 전주국제영화제


전설적인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에게 경의를 표하는 영화 <본투비블루>를 개막작으로 선보이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JIFF)는 거장이 된 영화감독과 예술가들의 초상을 그린 영화들과 회고전을 통해 우리 시대의 예술가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시네마톨로지' 섹션으로 소개되는 영화들은 영화를 만드는 가치와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전한다. 전설의 고전 <히치콕 트뤼포>, 히치콕의 서자로 머물기에는 안타까운 테크닉과 스타일을 갖춘 작가 브라이언 드 팔마를 다룬 다큐 <드 팔마>, 내밀한 여성주의 영화의 선구자 샹탈 애커만에 관한 초상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 샹탈 애커만의 영화>, 독보적인 영상미학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 실험영화의 대부 가이 매딘에 관한 다큐 <가이 매딘의 천 개의 눈> 등 거장들의 영화 세계를 돌아보며 영화와 예술가의 초상을 들여다볼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줄 영화들이 대거 상영된다. 몽타주 미학을 구축한 고전 영화의 바이블 <전함 포템킨>의 디지털 리마스터링 상영도 놓칠 수 없는 기회.

그밖에 '셰익스피어 인 시네마'에서 상영될 셰익스피어에 관한 영화들은 로만 폴란스키, 데릭 저먼, 로렌스 올리비에, 케네스 브래너 등 영화사를 빛낸 거장들이 연출한 셰익스피어에 관한 남다른 해석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이미지의 연금술사 필립 그랑드리외의 영화들을 집중 조명하는 특별전 <필립 그랑드리외 : 영화언어의 재발견>과 그가 직접 들려줄 마스터클래스도 JIFF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 될 것이다.

17회를 맞아 다양성과 독립성을 공고히 하고, 다채로운 테마와 주제를 갖춘 JIFF가 마련한 다양한 성찬을 즐길 시간이다. 12일 개막작 예매를 시작으로 14일에는 일반 상영작 예매가 오픈될 예정이다.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서 개최된다. 영화가 선사하는 감흥과 조우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주국제영화제 JIFF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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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영화와 영화제에 관해 주로 씁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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