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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탈당과 4·13 총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전 총리가 15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읍 한 카페에 주민 간담회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탈당과 4·13 총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전 총리가 15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읍 한 카페에 주민 간담회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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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의원(세종시)이 15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이날 더민주에 탈당 신청서를 제출했다. 세종시 국회의원 선거 양상은 하루아침에 3자 구도에서 4자 구도가 됐다.

애초 이 의원 측 일부 관계자들은 이 의원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더민주가 후보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었다.

하지만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15일 "본인의 자유인데 뭘 그러느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우리 공관위에서 적정한 분을 찾아낼 것"이라는 말로 세종시에 후보를 공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내일(16일) 비대위에서 모든 가능성을 놓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단장은 이어 "지난번 시간을 드린 것은 총리를 하셨고, 정치에 큰 역할 했기 때문에 예우한 것"이라며 "이번에도 그런 자세는 계속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 안을 포함해 검토하겠다는 뉘앙스로 들린다. 김 비대위 대표와는 결이 다른 판단인 셈이다. 더민주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이 의원과 겨룰 후보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당에 부담을 주는 대목이다.

우선 이 의원은 김 비대위 대표를 향해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고 훈수를 두며 "비대위가 외면하더라도 세종시를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친노 좌장이 김 비대위 대표와 날을 세우는 상황에서 주변 인물들이 '내가 이 의원과 싸우겠다'며 나설 명분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김 비대위 대표가 '친노 이미지 청산'을 이유로 이 의원을 공천 배제한 터라 '친노' 인물을 전략 공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더민주의 인물 찾기가 쉽지 않으리라고 추정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의원에 대한 지지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더민주의 세종시 당원은 6700명에 이른다. 이중 간부 당원만 상무위원(20명), 각 협의회장(15명), 위원회(250명), 여성위원회(100명) 등 330명에 이른다. 간부당원들은 이 의원과 뜻을 같이하기로 한만큼 이번 주부터 줄줄이 동반 탈당할 예정이다.

더민주 소속 세종시 시의원들은 동반 탈당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은 더민주의 후보 공천과 무관하게 이 의원을 공개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이 경우 더민주가 세종시 소속 의원들을 해당 행위로 징계할지도 주목된다). 한마디로 전체 당원 중 이탈자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가 전략공천으로 후보를 내려보내더라도 맨주먹으로 허허벌판에서 이 의원은 물론 새누리당 후보와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더민주 세종시당의 한 당원은 "이 후보와 맞설만한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서기도, 그런 후보를 찾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 후보의 경우 출마를 저울질하다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불의에 맞서는' 행보라며 이 의원에 대한 지지세가 퍼지고 있다. 15일 이 의원의 누리집은 누리꾼들의 잇따른 접속으로 마비됐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무소속 출마선언 이후 곳곳에서 이 의원을 응원하는 정치후원금이 답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15일 정오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경제할배와 허심탄회 런치토크'에 참석하고 있다.
▲ 김종인, "이해찬 무소속 출마선언은 본인 자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15일 정오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경제할배와 허심탄회 런치토크'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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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면 지역'에서는 이 의원에 대한 동정론까지 일고 있다. 이 의원도 "사랑하는 더민주를 잠시 떠났다가 돌아오겠다"고 응답했다.

이 의원이 4자 구도 속에서 살아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은 박종준 대통령경호실 차장을 공천 확정했다. 국민의당은 구성모, 고진광 예비후보가 경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총선 결과에 따라 '자살골을 넣었다'는 후폭풍이 생길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세종시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말로 승리를 자신했다.

또 다른 변수도 있다. 충청권 더민주 주요 인사들의 태도다.

친노 성향 충청권 현역 의원인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후보와 박범계(대전 서구 을) 후보 등은 이 의원의 무소속 출마에 대해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선거기간 내에 이 의원의 무소속 출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밝힐 경우 선거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친노 좌장'의 공천배제를 통해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잡아 '총선 승리'를 꾀하는 전략적 판단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의원의 무소속 출마로 이러한 구도는 크게 흔들렸다.

더민주는 정무적 판단이 옳았음을 뒷받침할 후속 대안을 갖고 있는 것일까?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는 이 의원의 비판은 선거 후에도 통할까?

이 질문에 대한 첫 답변은 김 비대위 대표가 이해찬 대체카드를 낼 수 있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더민주당, #이해찬, #김종인, #세종, #무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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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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