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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단원 고등학교 입학식
 안산 단원 고등학교 입학식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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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최대 피해 학교인 안산 단원고 입학식은 여는 학교 입학식 못지않게 밝고 활기찼다. 선생님들 한분 한분이 소개될 때마다 학생들은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1시간여 입학식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2일 오전 10시 40분 안산 단원고등학교 입학식이 안산 올림픽 기념관에서 열렸다. 신입생 316명이 교사와 재학생 축하를 받으며 학교에 첫발을 내디뎠다.

걱정스러웠던 재학생 학부모들의 '실력행사'는 없었다. 대신, 416 교실 존치 문제로 그동안 갈등을 빚어온 재학생 학부모 대표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 대표가 함께 축하 글을 낭독하는 훈훈한 광경이 연출됐다.

전명선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 위원장과 장기 학교운영위원장은 축하 글에서 "걱정 마십시오. (416 교실 존치문제의) 슬기로운 합의가 멀지 않았음을 알려 드립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250명의 학생과 12명의 선생님이 우리 곁을 떠났는데, 왜 침몰했는지, 왜 단 한 사람도 못 구했는지도 규명이 안 됐고 책임자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 양승진 선생님 등은 아직 시신 수습도 못 했다. 416 교실을 아직 그대로 두고 있는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입학식이 끝날 무렵 정광윤 신임 교장 취임식이 열렸다. 정 교장은 "일방적인 지시나 강요가 아닌 학생 스스로 멋진 인생을 꿈꾸고 세상을 힘차게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교육 방침을 발표했다.

28일 양측 대표 회의에서 실력행사 안 하기로 합의

416교실 전경, 꽃다발과 편지, 메모지 등이 놓여 있다.
 416교실 전경, 꽃다발과 편지, 메모지 등이 놓여 있다.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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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일부 재학생 학부모와 유가족들은 그동안 416 교실 존치 문제로 갈등을 빚어 왔다. 재학생 학부모들이 '교육환경에 좋지 않고, 교실도 부족하니 교실을 없애라'고 하자 유가족들은 '새로운 교육(416 교육체제)은 하지 않고 교실부터 빼내 기억을 지우려 한다'고 맞섰다.

갈등이 길어지자 재학생 학부모들은 '416 교실'을 없애거나 교육청에서 명확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교문 폐쇄 등으로 입학식을 저지하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교육계의 긴장이 높아지며 단원고 입학식에 관심이 쏠렸었다.

교문 폐쇄 등의 극단적인 행동 없이 무사히 입학식이 치러진 것은 지난 28일 열린 유가족 대표와 재학생 학부모 대표 간 회의에서 합의가 이루어진 덕분이다.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교문 폐쇄 같은 집단행동을 하지 않는 것과 유가족 대표와 재학생 학부모 대표가 함께 입학식 축하 글을 낭독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는 한국종교인 평화회의(KCRP) 제안으로 안산교육지원청에서 열렸다.
[관련 기사]단원고 입학식에 교문 폐쇄? 교육청 "그럴 일 없다"

다음은 전명선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 위원장과 장기 운영위원장이 함께 낭독한 입학식 축하 글이다.

                               사랑하는 단원 가족들에게 드리는 글

먼저 신입생 여러분의 단원고등학교 입학을 마음 깊이 축하합니다. 또한 재학생을 비롯한 우리 모든 단원 가족들,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하여 큰 기쁨과 보람을 누리는 한 해 되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이라는 대참사로 말미암아 우리 학교에서 250명의 학생과 12명의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왜 침몰했는지, 왜 단 한 사람도 구조하지 못했는지, 그 책임자 처벌은 물론 아직도 그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학생과 양승진, 고창석 선생님은 수습도 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우리 학교에 단원고 명예교실을 아직 그대로 두고 있는 까닭도 이런 안타까운 사정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벌써 참사 2주기가 돌아옵니다. 416 가족들과 재학생 학부모들이 교육청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단원교육을 바꾸어내어 역할모델로 만들어 나가도록 함께 지혜를 모으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의기소침하여 학업에 전념하지 못한다거나 위축되어 미래를 제대로 일구어내지 못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오히려 먼저 가신 선생님들이나 선배들이 못다 한 꿈을 실현해 나가는 당당하고 멋진 모습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좋은 가르침과 배움의 터전을 이룩하는 슬기로운 합의가 멀지 않았음을 알려 드립니다.

단원교육을 통해 함께 꿈을 펼쳐 나갑시다. 우리가 선생님들과 여러분을 뒷받침하겠습니다. 신입생, 재학생, 단원 가족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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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단원고등학교, #416교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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