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가 넘어 죽음의 순간이 왔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때 신이 여러분에게 말했어요. '기회를 한 번 더 줄 테니 어디 다시 한 번 살아 보거라'. 그리고 지금의 순간으로 되돌려졌다고 상상해봐요. 지금 여기, 여러분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실 건가요?"

지난 20일, 경기도 부천실내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종합선물세트였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이 흘렀다가, 번쩍이는 밤무대 의상을 입고 춤추다가, 특유의 발라드로 마음을 적셨다. 인생과 삶에 관한 멘트를 뱉은 뒤에는 "자, 오늘 강의 끝났으니까 이제 나가세요"라며 관객을 뒤집어 놓는다. 과연 최초의 '엔터테이너'다.

고음에 가려졌던 임창정의 '낮은 목소리'

임창정 지난 20일 임창정의 20주년 기념 콘서트 <20th My Story> 부천 공연이 열렸다.

▲ 임창정 지난 20일 임창정의 20주년 기념 콘서트 <20th My Story> 부천 공연이 열렸다. ⓒ NH미디어


가창력이야 논한들 무엇하랴.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그때 또 다시', '소주 한 잔', 최근 발표한 '또 다시 사랑'까지 임창정이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이야 전 국민이 알고 있다.

하지만 새삼 탄성이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체육관 전체를 울리는 쩌렁쩌렁한 성량은 물론이고, 다른 것보다 놀란 건 노래의 도입부마다 울리는 그의 저음이었다. 익히 알려진 히트곡부터 처음 듣는 트랙의 곡까지 노래만 시작했다 하면 지치지도 않고 그의 저음이 가슴을 쿵쿵 쳐댔다.

3시간에 가까운 공연을 한 번의 음 이탈이나 실수도 없이 꾸밀 수 있었던 건 나면서부터 가진 재능보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노력일 것이다. 실제 콘서트 오프닝 직전 공연장에는 본 투어 < 20th My Story >를 시작하기 한 달 전부터 투어를 위해 헬스장에서 매일같이 달리고, 운동하는 그의 모습이 띄워졌다. "살이 너무 쪄서 이대로는 투어가 불가능할 것 같다"며 걱정스러워하는 그의 표정부터 시작되는 영상에는 술과 담배도 끊어가며 하루하루 헬스장에서 트레이닝을 받는 그의 모습이 담겼다.

허스키하지만 노이즈 없이 깔끔한 그의 저음, '낮은 목소리'는 지금껏 얻어온 인기와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음악에 대해 자만하지 않는 그의 '낮은 자세'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평하건대, 임창정의 가장 큰 무기는 음역을 뚫고 올라가는 고음이 아니다. 허심탄회하게 자신을 털어놓듯 전달하는 무겁고도 깊이 있는 저음이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그의 최강무기다.

임창정의 음악과 인생, 그리고 철학

임창정 콘서트 지난 2015년 열린 전국투어 서울 공연. 임창정은 전국투어에 이어 2016년 1월9일 창원 공연을 시작으로 자신의 20주년을 맞이하는 <20th My Story> 투어 중이다.

▲ 임창정 콘서트 지난 2015년 열린 전국투어 서울 공연. 임창정은 전국투어에 이어 2016년 1월9일 창원 공연을 시작으로 자신의 20주년을 맞이하는 <20th My Story> 투어 중이다. ⓒ NH미디어


오프닝 직전 띄워졌던 영상을 시작으로, 공연 중간중간 인간 임창정을 여러 각도에서 담은 영상들이 상영됐다. 가수로서의 임창정, 누군가의 친구로서의 임창정, 그리고 세 아이의 아빠로서의 임창정. 초등학생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의 여러 부분이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상영됐다.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도 콘서트에서 펼쳐졌다. 40여 년의 시간을 살아오며 울고 웃고 아파했던 이야기, 그리고 그 삶을 되돌아보는 소회, 이어 살아갈 나날들에 대한 각오까지, 임창정의 이야기는 특유의 유머감각과 어우러져 한 편의 '인문학 강연'을 완성하기도 했다.

임창정은 굴곡이 많은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아역배우로 데뷔해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예능 프로그램 MC·드라마·음악·영화까지 골고루 섭렵한 임창정. 그는 가수로서 배우로서 최정상의 자리에도 올라보았다. 또한 마음먹고 출연한 영화의 흥행 실패, 개인적인 가정사 등도 겪었다.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맛보았다.

기사의 서두에 언급한 그의 멘트는 자신 스스로 하는 말임과 동시에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멘트에 이어 그는 "그럼 지금부터 '우리', 마음 다잡고 긍정적으로 아픈 것 견디면서 살아가기로 하는 거예요, 알겠죠?"라며 그 스스로와 팬들을 북돋웠다. 그러고 나선 엔딩 두 곡을 이른바 '뽕 필'이 가득 찬 댄스곡으로 마무리하며 "정신 똑바로 차리자! 40살 금방 온다!"라고 소리치며 웃음 지었다.

임창정 임창정이 공연을 통해 전한 희망과 삶에 관한 메시지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들과 스스로에게 전하는 진심이다.

▲ 임창정 임창정이 공연을 통해 전한 희망과 삶에 관한 메시지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들과 스스로에게 전하는 진심이다. ⓒ NH미디어


마지막 두 곡, 그리고 앙코르곡인 '또 다시 사랑'까지, 알차고 감동적이고 또 웃기는, 임창정만이 할 수 있는 온전한 그의 '쇼'였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파릇파릇한 청년까지 마지막에는 다 같이 일어나 함성과 박수세례에 동참했다.

공연 시작 전, 앞자리에 제법 어려 보이는 세 명의 여학생들이 있어 물었다. 1990년대가 최전성기인 임창정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느냐고. 한 명은 영화에서 보고 음악을 다 찾아 듣게 됐다 하고, 다른 하나는 실시간 차트에 오른 곡 하나를 듣고 팬이 돼 모든 음원을 샀다고 한다. 시작방식도 제각각인 팬들을 가진 임창정의 이번 부천 공연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삶을 살아온 그의 인생을 닮아있었다.

임창정의 콘서트는 오는 27일 전라도 광주 공연과 3월 5일 전라도 전주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임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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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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