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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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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이 사용하던 416교실 보존 여부를 두고 416가족협의회와 일부 재학생 학부모들로 구성된 단원고 교육가족 간에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단원고 교실을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교육감은 17일 도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416교실 보존문제와 관련 "단원고 교실은 추모공간이 아니며, 학생들을 위한 교육공간"이라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교실은 교육을 위한 시설로 학생을 위한 교육공간이고 그 모든 책임과 권한은 교장에게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학교가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기다리고 돕는 것이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원고의 교육적 정상화가 중요하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교실이 추모 공간인 적이 없었고, 단지 유지해 온 것으로 도교육청은 희생 학생 졸업식이 끝나면 교실은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이 문제를 물리적으로 해결해서는 안 되고 고통과 슬픔을 넘어 희망을 만들어가야 하며 전적으로 학생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원고 교육가족이 16일 오후 열릴 예정이었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저지해 무산시킨 것과 관련 이 교육감은 "오리엔테이션을 막는 것은 학교 교육을 비정상으로 끌고 가는 것"이라며 "이런 일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단원고 교육가족이 '도교육청이 오는 19일까지 교실 문제에 대해 확답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본격적으로 단체행동에 들어가겠다'고 주장한 데 대해 그는 "학부모들로부터 공식적으로 입장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물리적으로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한다면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시민교육원' 건립 재차 확인... 단원고, 일반인 출입통제 

이날 이 교육감의 기자간담회는 그동안 도교육청이 단원고 인근 부지에 2019년까지 '416민주시민교육원'을 건립해 추모공간을 별도로 만든 후 416교실과 교무실을 복원하기까지 희생자 유품 등을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옮겨 임시 보관하겠다는 기존의 방안을 되풀이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416교실지키기시민모임 등은 '민주시민교육원' 건립 안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은 도교육청의 제안대로 교육원 건립을 위해 단원고 인근 도로부지를 확보할 경우 공원 등이 사라지면서 유가족과 주민 간에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올해부터 안산시에서 '416 세월호 참사 추모사업 추진 실무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추모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주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 상황에서 교육원 건립이 갈등을 유발할 개연성이 큰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교육원 건립 전까지 안산교육청에서 유품 등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도교육청과 경기도가 절반씩 부담하는 교육원 건립비용 100억 원 조성과 관련해 도가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고, 도의회와도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점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교육원 건립이 당초 이 교육감의 공약사업으로 416교실과 무관하게 진행될 사업이었다는 점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416가족협의회 등은 그간 이 교육감이 2014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의 시대정신이 담긴 4·16 교육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단원고에서 새로운 교육을 시작하는 게 교실 보존 이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마당에 이 교육감이 간담회에서 416교실 보존의 책임과 권한이 학교장에게 있다고 말한 것은 책임지고 갈등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손을 털기 위한 수순으로 읽혀 이후에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416가족협의회는 지난해 9월부터 416교실을 추모공간으로 유지하고 기존의 학교시설 조정을 통해 교실 공간을 확보하거나 학교 운영에 필요한 건물 증축 등을 제안했으나 도교육청은 물론 단원고나 재학생 학부모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편 단원고는 이날부터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학교 측은 정문 앞에 '방학 중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과 중에는 학생들의 교육활동이 진행되고 있어 일반인들이 본교에 사전 통보 없이 출입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내용의 알림판을 세웠다.

하지만 일과 후에도 통제는 계속됐다. 416기억저장소에서 주관하는 기억과 약속의 길에 참여한 광주 '문화행동 S#ARP' 일행이 이날 416교실을 추모하기 위해 단원고를 방문했으나 출입이 제지됐다.

이들은 학교 밖에서 1시간 가량 기다리다 오후 5시가 지난 일과 후에 교실로 올라가려고 했으나 학교 측이 '가족이든 누구든 절대 안 된다'는 답변을 되풀이하면서 '긴급 상황이라 자신들이 결정할 수 없다'며 출입을 막아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태그:#단원고 416교실, #단원고 교실 존치문제, #이재정 교육감, #416민주시민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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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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