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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지방자치 단체들이 보육 대란을 막겠다고 자체 예산으로 3~5세 무상보육(누리과정)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을까. 어찌 되었든 보육 대란을 막아야 한다는 마음은 진심으로 손뼉 쳐 주어야 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모두 귀하디귀한 우리 아이들이다. 도내에서도 지난 12일 강릉시와 영월군이 도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더라도 예산을 마련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쯤에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잘 알다시피 누리과정은 박 대통령이 내걸었던 공약이었다. 대통령은 과거 '아이를 국가가 돌봐주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3일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박 대통령의 말을 요약하면, '누리과정은 모든 아이가 균등한 생애 출발선에 서도록 하기 위해 지원하는 사업'으로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 그런 까닭에 지난해까지 시·도 교육청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예산을 반영해왔다. 하지만 그 말은 교육감들 귀에만 걸려야 할 말이 아니다.

지금껏 정부가 한 일이라곤 일은 벌여놓고는 귀를 닫고 팔짱을 낀 채 '뒷감당은 시·도 교육청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관하는 것뿐이다. 생각해보자. 0~5세 국가책임보육, 초등돌봄교실, 보육교사 처우 개선 같은 사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국가 책임 보육예산을 안정적으로 만들겠다는 처음 약속과 달리 해를 거듭하면서 정부 지원은 뚝 끊겼다. 법 시행령마저 고쳐 누리과정 책임을 시·도 교육청으로 떠넘겼다. 내년부터는 전업주부 가정은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오후 3시까지로 제한했다. 초등돌봄교실은 어떤가. 올해까지 모든 학년 희망자가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지만 지난해부터 은근슬쩍 시·도 교육청이 고스란히 지고 있다. 오죽하면 일부 시·도 교육감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1위 시위에 나섰겠는가. 

누리과정, 공약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민병희 강원교육감이 지난 2015년 9월 7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사진 출처는 민병희 교육감의 페이스북.
▲ 1인 시위에 나선 교육감 민병희 강원교육감이 지난 2015년 9월 7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사진 출처는 민병희 교육감의 페이스북.
ⓒ 민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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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해법을 두고 정부와 시·도 교육청을 모두 나무라는 목소리도 많다. 아이를 중심 자리에 놓고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말은 우선 옳다. 옛말에 '아이 하나를 키우자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를 온전히 키우는 일엔 시·도 교육청이나 정부, 진보나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시·도 교육청에서 3~5세 무상보육의 책임을 모두 떠안으면 어찌 되겠는가. 사정이야 조금씩 다르겠지만, 시·도 교육청 예산 가운데 대부분은 인건비나 학교 운영비, 시설 사업비 같이 쓸 곳이 정해져 교육감이 아무렇게나 돌려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초·중·고 학생에게 들어야할 교육비를 빼내 누리과정에 쓴다고 해보자. 초·중·고 공교육은 어찌 되겠는가. 당연히 파탄 날 수밖에 없다. 초·중·고등학생들은 우리 아이가 아니란 말인가.

누리과정은 지자체들이 없는 살림에 쌈짓돈을 풀고 땜질식으로 돌려막기만 할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공약대로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져야 한다고 국민들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힘들고 어렵더라도 이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 아니면 내년에 같은 일을 또 겪어야 한다. 연둣빛 새봄이 저절로 온 게 아니다.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희망을 키워온 겨울눈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우리 아이들을 국가가 책임지고 키우는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누리과정 문제를 푸는 유일한 방법이다.


태그:#누리과정, #대통령 공약, #지방교육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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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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