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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구시가의 중심 상권인 구미복합역사는 최근 몇 년 동안 구미시의 최대현안이었다. 공사를 시작한 지 16년(1999년-2015년)이 넘도록 완공되지 못하면서 지역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지난 1999년 구미역 구역사를 철거한 뒤 역무시설과 상업시설 등을 갖춘 지상 5층, 지하 1층의 구미복합역사(4만565㎡㎡)를 신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사비만 1000억 원(2015년 기준) 이상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구미복합역사는 준공허가가 떨어진 지난해 7월 전까지 16년 동안 '무허가 건물'이었다. 

구미복합역사 전경. 지난 16년(1999년-2015년)간 '무허가 건물'이었다.
 구미복합역사 전경. 지난 16년(1999년-2015년)간 '무허가 건물'이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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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명도소송 제기해 승소... 임대차업체 "입찰사기" 주장

그 과정에서 코레일은 지난 2011년 8월 상업시설 임대차업체인 써프라임플로렌스에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한 데 이어 지난 2012년 3월 명도소송(건물을 비워서 넘겨 달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주차장 조성의무 위반, 임대료 미지급 등을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코레일이 명도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임차업체를 강제로 내보낼 수 있다.

하지만 써프라임플로렌스는 '입찰사기'라고 반박하며 맞섰다. 구미시와 코레일이 구미복합역사 사용승인의 필수조건으로 지하주차장 건설 협의를 끝냈는데도 이를 감추고 입찰(2007년 10월)과 계약(2007년 11월)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찰사기' 주장에는 근거가 있었다.

코레일은 '구미복합역사 정상화 추진 방안'이라는 내부문건에서 지난 2006년 5월과 2007년 5월에 구미시와 지하주차상 건설을 협의했으나, 자신들이 이러한 사실을 임대차업체에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코레일이 지하주차장을 조성한 뒤 상업시설을 임차했어야 하는데 지하주차장 조성 비용을 임차업체에 떠넘기기 위해 임차업체를 '기망'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로 인해 최대 공기업의 '수퍼갑질'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구미복합역사 상업시설 명도소송 1심 재판부(대구지방법원 민사합의 11부)는 국내 2위권의 대형로펌인 법무법인 '광장' 소속 변호사를 선임한 코레일의 손을 들어주었다(2013년 7월). 지난 2013년 7월 1심 판결이 내려지기 직전 주심판사가 코레일에 불리한 '자료'를 제출했는데도 코레일이 승소한 것이다. 

주심판사가 제출한 '자료'는 구미시 건설과가 지난 2007년 5월 8일 구청 홈페이지에 올린 'KTX 구미역 정차를 위한 한국철도공사 협조사항'이라는 글이었다. 여기에는 "구미역 후광장에 지하주차장 설치 및 일정기간 사용후 기부체납'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임차업체의 '입찰사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였던 것이다.

물론 1심 재판부도 코레일의 기망행위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임대차업체가 코레일의 기망행위를 알고도 "스스로의 경영판단"에 의해 지하주차장을 건설하기로 약정했다는 이유를 들어 코레일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써프라임플로렌스쪽은 "우리가 코레일의 기망행위를 알게 된 것은 지하주차장 투자협약을 체결한 2010년 9월 이후였다"라고 반박하며 항소했다. 써프라임플로렌스의 한 임원은 1심 패소 이후 "우리는 임차인에 불과한데 왜 지하주차장을 지어야 하나?"라며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갑'인 코레일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검찰도 눈감은 '입찰사기' 의혹... 항소심 재판부도, 코레일 승소 판결

검찰도 코레일의 입찰사기 의혹에 눈을 감았다. 써프라임플로렌스는 지난 2013년 5월 임차업체 선정에 관여한 코레일 간부 3명을 대전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경찰은 2개월간의 수사를 벌인 끝에 이아무개 전 코레일 역사개발처 팀장과 김아무개 차장, 박아무개 코레일 경북남부지사 차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임대차업체의 '입찰사기'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전지방검찰청은 "사기죄의 기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2014년 4월). 불기소 처분의 이유는 명도소송 1심 재판부의 판결과 똑같았다. 임대차업체가 지하주차장 조성이 구미복합역사 사용승인의 필수조건임을 알고도 임대차계약 해지나 조건 변경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코레일의 사기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지하주차장은 처음부터 구미복합역사 상업시설의 준공요건이었다"라는 구미시 인허가 관련 공무원들의 경찰 진술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명도소송 항소심을 맡은 대구고등법원 민사3부(부장판사 진성철)는 13일 오후 임대차업체의 항소를 기각하며 다시 코레일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가 이날 항소를 기각한 이유를 법정에서 자세하게 판시하지 않아 자세한 판결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KTX의 구미복합역사 정차문제가 코레일 기망여부의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써프라임플로렌스쪽은 코레일이 늦어도 지난 2010년 6월에는 KTX가 구미복합역사에는 정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거듭 기망행위를 주장했다. 실제로 코레일은 지난 2010년 4월과 6월 김천시와 구미시 등에 '구미역사에는 KTX가 정차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린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와 같이 항소심 재판부도 코레일보다는 임대차업체의 책임에 더 비중은 둔 것으로 보인다.

이호 전 써프라임플로렌스 대표는 "코레일이 우리와 계약하기 이전부터 구미시가 '지하주차장은 준공의 필수요건'이라고 고지했는데도 코레일과 법원은 준공 책임을 우리에게 뒤집어 씌운 것이다"라며 "설사 우리에게 2차적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법적으로 건축주인 코레일의 1차적 책임을 물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민사재판에서는 보통 원고와 피고의 잘잘못이 있게 마련이고 재판부는 그 정도를 따져서 공평하게 판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라며 "코레일이 건축주로서 건물을 다 완성한 뒤에 임대차했다면 전혀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수년간 준공을 못한 책임을 우리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상대적 약자인 중소업체에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는 코레일의 사업방식을 제대로 지적하는 판결이 나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많이 아쉽다"라며 "상고 여부는 변호사와 상의해서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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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구미복합역사, #코레일, #써프라임플로렌스, #대구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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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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