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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호의 수변을 따라가는 용마루길. 호수의 풍광은 추월산의 자태까지 한껏 조망할 수 있다.
 담양호의 수변을 따라가는 용마루길. 호수의 풍광은 추월산의 자태까지 한껏 조망할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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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호는 영산강 본류의 가장 북쪽에 자리하고 있다. 영산강의 발원지 용소(龍沼)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여서 만든 호수다. 이 물길이 장장 350리를 굽이돌아 흐르며 호남의 너른 평야를 적셔준다. 남도의 굴곡진 역사와 손마디 굵은 남도사람들도 보듬어 준다.

담양호 용마루길은 이 담양호의 수변을 따라간다. 수려한 호수의 경관을 보며 뉘엿뉘엿 걷는 길이다. 추월산과 과녁바위산, 비네산 등 크고 작은 산과도 눈 맞출 수 있다.

길은 수변을 따라가는 나무 데크와 흙길로 이어진다. 지금은 수몰된 옛 마을의 터를 지나서 노루목전망대로 가는 임도까지, 길이 3.9㎞에 이른다. 왕복하면 20리 남짓 된다. 담양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2월 20일에 찾아갔다.

담양호 돌아보는 용마루길 '나무다리'

용마루길이 시작되는 수변 목교. 뒤로 보이는 산이 담양 추월산이다.
 용마루길이 시작되는 수변 목교. 뒤로 보이는 산이 담양 추월산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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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호를 돌아보는 용마루길의 나무다리.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해 보인다.
 담양호를 돌아보는 용마루길의 나무다리.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해 보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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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루길은 추월산 자락의 담양호 국민관광단지 주차장에서 담양호를 가로지르는 목교를 건너면서 시작된다. 호수를 건너게 해주는 나무다리가 예쁘다. 모양새도 오르락내리락 부드러운 곡선미를 뽐낸다.

목교에서 내려다보는 다리 아래 풍광이 아찔하다. 계속된 가뭄 탓에 호수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지만, 매한가지다. 물이 가득 차면 더 아찔해 보인다. 고소공포증이라도 있으면 내려다보지 않는 게 좋다.

목교를 건너면 나무로 만들어 놓은 데크가 수변을 따라 놓여있다. 오른쪽으로 담양호를 끼고 걷는다. 호수 풍경이 한 폭의 문인화를 연상케 한다. 왼편은 산자락의 숲이다. 소나무와 졸참나무, 떡갈나무, 단풍나무가 빼곡하다. 바닥에는 마삭줄이 지천이다. 두 나무가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연리지도 눈길을 끈다.

용마루길에서 본 추월산. 호수와 어우러진 산의 자태가 아름답다.
 용마루길에서 본 추월산. 호수와 어우러진 산의 자태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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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서 유영하는 물오리들. 담양호 용마루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이다.
 호수에서 유영하는 물오리들. 담양호 용마루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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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 길에 쉼터도 군데군데 있다. 잠시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나무의자가 놓여있다. 호수의 물살이 잔잔하다. 일렁임도 없다. 그 물에서 물오리 여러 마리가 한데 모여서 유영하고 있다. 물오리들이 앞으로 나아가며 그리는 물결이 하나의 작품이다.

그 물속에 추월산도 들어앉아서 반영되고 있다. 추월산은 해발 729m로 그리 높지 않지만 기암절벽으로 이뤄져 있다. 풍광이 아름답다. 용면에서 봤을 때, 산의 능선이 누워있는 부처의 모습을 하고 있던 그 산이다.

추월산은 깊은 산세만큼이나 마디 굵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금성산성과 함께 임진왜란 때 치열한 격전지였다. 동학혁명 농민군의 항전지이기도 했다. 수많은 백성들의 피로 물들었던 산이다.

산 중턱 절벽에 암자가 매달려 있다. 보리암이다. 고려 때 보조국사가 나무로 매 세 마리를 만들어 날렸단다. 매는 순천 송광사와 장성 백양사, 그리고 이곳 추월산에 날아와 앉았다. 국사가 그 자리에 절집을 세웠다. 그 가운데 하나가 보리암이라는 얘기가 전해진다.

싸목싸목 걸으며 바라보는 호수와 산자락 풍경

담양호 용마루길의 수변 데크. 수변을 따라 가며 호수와 산 풍경을 두루 만난다.
 담양호 용마루길의 수변 데크. 수변을 따라 가며 호수와 산 풍경을 두루 만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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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호 용마루길의 흙길. 호수를 따라 나무데크와 흙길이 이어진다.
 담양호 용마루길의 흙길. 호수를 따라 나무데크와 흙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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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나무 데크를 지나 흙길로 이어진다. 소나무, 졸참나무와 함께 대나무도 무리지어 자라고 있다. 그 사이 골이 많이 깊어졌다. 산자락과 길섶에 잔설도 아직 남아 있다. 바람결이 더 차가워졌다.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다. 길에서 만나는 화장실도 어여쁘다. 언뜻 펜션 같다.

풍광은 여전히 멋스럽다. 싸목싸목 걸으며 바라보는 호수와 산자락의 풍경도 운치 있다. 호숫가에 옛 마을의 흔적이 보인다. 계속된 가뭄으로 호수의 바닥이 많이 드러난 탓이다. 물에 잠기기 전 산골 마을의 집터와 돌담길임을 직감할 수 있다. 우물의 모양새도 그대로다.

담양호가 만들어지면서 정든 터전을 떠나야했던 사람들은 53가구 300여 명에 이른다. 옛 용면 산성리와 청흥리 사람들이었다. 수백 년 된 느티나무도 물이 삼켜버렸다. 마을사람들의 추억도 물속에 고스란히 잠겼다. 그 생각에 마음 짠해진다.

호숫가에서 만난 옛 마을의 흔적. 계속된 가뭄으로 호수의 바닥이 드러난 탓이다.
 호숫가에서 만난 옛 마을의 흔적. 계속된 가뭄으로 호수의 바닥이 드러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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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댐 건설로 수몰된 마을의 흔적. 돌담과 우물 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담양댐 건설로 수몰된 마을의 흔적. 돌담과 우물 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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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건설은 1973년 영산강의 본류를 차단하는 물막이 공사로 시작됐다. 영산강 유역의 자연재해를 막고 농업용수를 확보한다는 이유였다. 당시 이 일대의 농사는 하늘에 의지한 천수답이었다. 협곡을 타고 흐르는 물을 농업용수로 활용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논밭이 바짝 타들어갔다.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철이면 협곡을 타고 내려온 물이 농경지를 덮치기 일쑤였다.

담양호가 만들어진 건 1976년 9월이었다. 높이가 46m에 이른다. 길이는 305m로 비교적 짧다. 그러나 자연재해를 예방하고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용마루길은 옛 마을 터를 지나서 넓은 임도와 만난다. 임도는 비네산과 과녁바위산을 조망하는 노루목전망대로 이어진다. 철모르고 피어난 길가의 노란 개나리가 잠시 계절을 착각하게 만든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담양호 풍경도 한 폭의 그림이다. 잔설이 남아있는 추월산도 아름답다.

용마루길에서 본 호수 풍광. 물속에 잠긴 풍경까지도 멋스럽다.
 용마루길에서 본 호수 풍광. 물속에 잠긴 풍경까지도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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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용면에서 본 추월산 풍경. 산의 능선이 누워 있는 큰스님을 닮았다.
 담양 용면에서 본 추월산 풍경. 산의 능선이 누워 있는 큰스님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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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광주-대구 고속국도 담양 나들목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추월산 방면으로 간다. 추성삼거리에서 추월산․정읍 방면으로 가면 담양호 국민관광단지 주차장과 만난다. 주차장 건너편에서 용마루길이 시작된다.

이 기사는 전남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담양호, #용마루길, #추월산, #담양댐, #담양 용마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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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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