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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자료사진).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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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랭한 대우... 로스쿨 원장 앞에선 내가 '을'이었다"

- 아들이 낙제에 이의신청했지만 낙제가 확정됐다. 여전히 낙제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나?
"나는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절대 부당하다. 다른 학교 로스쿨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는 모의고사 성적으로 졸업사정하지 않는다. 다른 사립대 로스쿨도 이렇게 엄하게, 많이 떨어뜨리는 곳은 없다. 경희대가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지나치게 신경쓰고 있다. 경희대 로스쿨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많이 떨어뜨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또한 작년에는 50점 이상이면 합격이었다. 50점 이상이면 합격이라는 것이 공지의 사실이었다. 평소에 교수들도 금년에도 50점 이상이면 졸업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고 얘기해왔다. 그래서 아들도 50.21점 얻고나서 안심했던 것이다. 나는 지금도 아들의 낙제가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그 부당성을 호소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언론들은 신 의원이 아들을 낙제에서 구제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아들이 부당하게 낙제하게 생겨서 로스쿨 원장을 만난 것인데 그것을 압력행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지도교수가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찾아가라고 적극 권유해서 찾아간 것이다. 그것을 두고 평가는 다르겠지만 나는 압력행사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보도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압력행사라고 비판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내가 거기 가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몰라서 그런다. 1시간을 기다리다가 겨우 10-20분 만나서 냉랭한 대우만 받고 돌아왔다. (그런 점에서) 내가 '을'이었다.

가서 느낀 것이지만 로스쿨 교수의 권위가 대단하더라. 단순히 애들을 졸업시키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시험 자격을 줄지 말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어서 그렇다. 학사과정만 거치는 것이 아니라 졸업시험까지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이중의 장치, 이중의 벽으로 인해 로스쿨 교수들의 권위가 상당히 세다. 국회의원으로서 권위를 과시하기는커녕 상당히 냉랭한 대우를 받고, 일언지하에 '번복할 수 없다'고 해서 상당히 위축됐다. 이런데 내가 을이지 어떻게 갑일 수 있나. '국회의원의 갑질'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부모로서 저자세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원장 두 손을 잡고 빌었다."

- 문재인 대표가 상당히 신속하게 당무감사원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것은 당무감사원의 조사대상도 아니다. 당무가 아니라 개인적인 일이지 않나. 그런데 문 대표가 지시했다기보다 당무감사원이 자발적으로 조사에 나선 것이다. 당무감사원이 만들어진 이후 첫 번째 경우인데 당무감사원의 의욕과잉이 있다. 대표나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감사대상으로 삼자고 얘기한 적도 없는데 당무감사원이 자체적으로 시작했다. 제도적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게 돼 있다. 어떻게 진행하는지 등 아무도 간섭할 수 없다. 전원 외부인사다.

그러다가 노영민 의원건이 터지면서 문 대표가 누구든지 막론하고 사건을 엄중하게 조사하고 지시한 것이다. 그래서 당무감사원이 서두르더라. 조사도 진행하고, 해명서 내라고 독촉도 하고. 내 사건도 엄청 세게 조사했다. 학교에 가서 사람을 만나 진술서를 받아오고. 그래서 학교 측이 상당히 곤란해했다고 하더라."

"사건이 확대된 뒤에는 '사시존치론'이 있다"

- 조사가 세게 들어간 것은 그 이전에 있었던 윤후덕 의원 딸 취업 청탁 사건의 학습효과 때문 아닌가? 
"내 사건과 윤후덕 의원 사건은 다르다. 나는 단순히 만나고 온 것이고, 결국 낙제됐고. 윤 의원 사건 때문이라기보다 당무감사원이 의욕을 지나치게 많이 보인 것 아닌가 싶다. 중간에 유승엽·황주홍 의원이 당무감사를 거부한 사건이 있었다. 이것은 당무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다. 거기에다 노영민 의원 사건이 터지면서 당무감사를 세게 할 상황이 생겼다. 여론의 비판을 감소시키기 위해 당무감사원이 사건을 세게 조사해야 하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내 사건의 경우 의혹들의 근거가 전혀 없어서 확신하고 있었다. 당무감사원도 사실조사 결과 언론에 보도된 의혹들은 다 근거가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그런데 엄중하게 감사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인지 국회의원이 학교에 찾아간 것 자체가 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며 윤리심판원에 징계를 요구했다. 나는 이것을 수긍할 수 없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것으로 끝내야지 품위손상, 학사행정 위협 등을 이유로 징계를 요구하면 되겠나?"  

- 방금 얘기한 것처럼 당무감사원의 의결내용을 보면 언론에서 제기했던 의혹들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당무감사원이 징계를 요구하며 윤리심판원에 회부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마도 이런 것 같다. 많이 보도되고 의혹들도 제기된 상황에서 (격앙된) 사회분위기를 고려한 것 같다. 아무 일도 없는 것으로 끝내면 당이 제대로 관리·감독을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어서 그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황주홍·유승엽 의원, 노영민 의원 사건과 얽히면서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이 언론에 회자됐을까? 사시존치론 때문이다. 로스쿨과 관련된 것들에는 사시존치론쪽에서 공격해왔다. (로스쿨에 다닌 자녀를 두었던) 윤후덕, 김태원, 이주영 의원도 많이 시달렸다. 사시존치론쪽에서는 로스쿨에 다니는 공직자들 자녀 명단이 떠돌아 다녔다. 나도 거기에 들어 있었다. 그렇게 주시하고 있다가 제보가 들어오면 그것을 언론에 제공하고, 형사고소하는 등 사건을 확대시킨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나를 국회 윤리위에 회부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사시존치론이다. 그러니까 로스쿨과 관련된 것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자꾸 나선다. 언론에 의견을 발표하고, 그러면서 사건을 키운다. 

나는 사시존치론과 로스쿨 강화론 사이에 낀 것 같다. 사실 나는 애가 로스쿨에 다녀서가 아니라 그동안 홈페이지와 트위터 등을 통해 사시존치 회의론을 이야기해왔다. 그것이 내 소신이다. 내가 사시출신이지만 그 제도는 좋은 법조인 양성제도가 아니다. '시험선수'를 양상하는 제도다. 사시는 리걸마인드(legal mind)와 크게 상관없다. 사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다. 나는 선진국처럼 정식으로 로스쿨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10년 전부터 도입해서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점을 잘 개선해서 잘 발전시켜 나가야지 일부 폐단이나 약점이 있다고 해서 그것만 강조해서 옛날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내가 그렇게 주장해온 점이 사시존치론자들에게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내 소신은 로스쿨 강화론이다."

"사실이 아닌데도 도의적 책임 지고 징계받으라고?"

- 신 의원은 결백을 주장하지만 노영민 의원의 '카드 단말기 시집 판매' 사건까지 겹치면서 당 중진 의원들이 문 대표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기는 모양새가 됐다.  
"그렇게 됐다. 당무감사원은 문 대표가 아니라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강하게 조사했다. 그래서 의혹들이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가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해서 징계를 요구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 지나치게 가혹하다. 사실이 아니라면 아닌 것이지 품위손상 등을 지적하며 징계한다는 것은 '책임의 원칙'에 어긋난다."

- "국회의원은 아버지가 아닙니까?"라고 부정에 호소했는데, 아버지가 다 같은 아버지가 아니지 않나? '국회의원 아버지'는 그 처신에서 더욱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국회의원이지만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무감사원의 감사결과도 인정하고 싶지 않다.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징계를 받으라고 하는데 저는 국민과 당원에게 호소하고 심판받겠다. 과연 그것이 아버지로서 할 일의 범위에 들어가는지 안들어가는지 심판받고 싶다."

- 당 대표를 지냈고, 4선의 중진의원이라는 점을 고려했어야 하지 않나?
"그 당시에는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아버지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언론에 보도된 뒤) 그런 비판이 있어서 놀랐다. 하지만 암만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앞으로는 자제해야 하겠지…. 국민들은 내가 학교에 가서 국회의원으로 행세하고, 의원회관으로 (부원장을) 불러서 위풍당당하게 호통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나는 비굴할 정도로 저자세였고, 냉랭한 대접만 받았고, 결국 퇴짜까지 맞았다. 이것을 안다면 내가 못할 짓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 딸도 로스쿨(인하대)을 졸업하지 않았나?
"졸업했다. 딸도 나한테 얘기 안하고 로스쿨에 입학했다. 아들도 딸한테 영향받은 것 같다. 둘 다 직장 잘 다니고 있었는데 갑자기 로스쿨에 갔다. 로스쿨이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다가 로스쿨을 많이 지망하고 있다. 그럴 정도로 젊은이들이 로스쿨을 선망하고 있는 모양이다. 딸은 두 군데 응모했는데 인하대 로스쿨에 겨우 들어갔다. 나중에 딸의 얘기를 들어보니 인하대는 모의고사 커트라인이 45점이라고 하더라. 50점이나 51점인 학교가 없다는 것이다."

- 딸도 인하대 로스쿨 졸업시험에 떨어졌는데, 세 번째 시험을 통과해 졸업자격을 얻었다. 여기에 신 의원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기호일보>에서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그런다'고 처음 보도했는데 처음에는 그 기사를 쓴 기자를 형사고소하려고 했다가 말았다. 딸은 다시 말할 거리가 안된다. 아들은 낙제해서 찾아갔기라도 하지, 딸은 내가 찾아가서 점수를 알아본 것도 없지 않나? 아들보다 더 터무니없는 얘기다."

"윤리심판원이 공천에 영향 줄 만한 징계 내리지 않을 것"

- 딸과 아들이 모두 로스쿨에 갔는데 일각에서는 "로스쿨 통해 법조인을 세습하려 한다"라고 지적한다.
"로스쿨이 요즘 젊은이들의 트렌드인 것 같다. 특히 자기 부모가 변호사이면 그런 안목이나 희망이 자라날 수도 있고. 의사 집안에 의사 자녀가 많고, 교수 집안에 교수 자녀가 많다. 하지만 난 절대 권유하지 않았다. 로스쿨이 가시밭길이다. 취업도 대우도 그렇다. 둘 다 직장을 잘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직장 다니면서 로스쿨을 지망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딸의 경우 말리고 싶었다. 딸도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결국 로스쿨에 다니더라. 그런데 삼성에 잘 다니던 아들까지 그랬다. 세습한다고 해서 세습되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겠나?"

- 그것이 요즘 회자되는 '금수저-은수저론'인데.
"요즘 의사가 좋나? 변호사도 가시밭길이다. 비싼 등록금 내고 3년 더 학교에 다녀야 한다.  로스쿨이라는 것이 돈있는 사람만 가는 곳이 아니다. 들어가기가 힘들다. 장학금 제도가 많고, 학자금 대출제도도 많다. 아들도 대출받은 적 있다. 장학금을 성적으로 준다고 하는데 로스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미국처럼 가정 형편을 보고 장학금을 주고, 정규 로스쿨 말고 야간 로스쿨도 도입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법조인의 길을 많이 열어줘야 한다. 방통대에서 로스쿨 만든다고 하는데 바람직하다.

다양한 인재가 법조계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정규 로스쿨 말고도 숨통을 터줘야 한다. 사시를 통해 숨통을 터주는 것은 옳지 않다. 사시는 문제가 많은 제도이고, 법학제도가 아니라 시험제도일 뿐이다. 극소수만 합격하는데 고시 준비생은 지나치게 많다. 평등하고 공평하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 윤리심판원에서조차 징계를 내릴 경우 공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  
"글쎄…. 나는 믿고 있다. 당무감사원이 자기 처지에서 사회분위기를 고려해서 내 징계를 요청했을 뿐이다. 더군다나 공천에 영향을 줄 만한 징계처분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여전히 나는 당무감사원의 징계 요구는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반발하긴 했지만 윤리심판원에 간 것이니까 거기에서 당당하게 얘기하겠다. 윤리심판원에서도 징계처분이 내려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만한 일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버지로서 당연한 의무이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사실도 아닌데) 국회의원이라고 무조건 다 뒤집어써야 하나? 내가 권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공적인 일도 아니었지 않나?

-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어떤 교훈을 얻었나?   
"교훈? 정치라는 것이 참 어렵더라. 국회의원은 직분이 노출돼 있고,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쉽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국회의원이니까 매사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렇게 조심해왔는데 당하면 참고 당하는 수밖에 없다. 아들을 위해 찾아간 것인데 내가 아들에게 미안해 죽겠다. 아들은 나한테 미안해하고. 국회의원은 아버지가 아니냐는 억울한 생각도 들지만, 외부에서는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자세를 더 낮추는 계기로 삼겠다."


태그:#신기남, #로스쿨 아들 구제 압력행사 의혹, #경희대 로스쿨, #당무감사원, #윤리심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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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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