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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천리 임 뵈러 가는 하늘 푸르고
노오란 오월 애기똥풀 반기는 무덤

잔잔한 홍천강 물살 가르는 모터보트 저 친구들
여기 이 언덕
구국의 일념으로 온몸 바친
여장부 영면을 방해치마라

바람 앞에 흔들리는 조국
안사람들이여 일어나라
며느리들이여 총을 메라
가서 아들을 돕고 남편의 뒤를 따르라

가정리 여우내골 여자 의병 삼십여 명 키운 힘
중국 땅 환인현 노학당 학교 세워
쟁쟁한 독립군 키워낸 열혈투사 

춘천 의병장 시아버지 유홍석
항일투사 선봉장 남편 유제원
열혈 독립군 아들 유돈상
팔도창의대장 시댁 어르신 유인석

유씨 문중 일심동체로 독립에 혁혁한 공
돌비석 하나로는 다 기리지 못해

무순의 독립 청년단원 이끌다 잡혀
일제의 모진 고문 끝에 죽은 아들 부여잡고
노을진 봉천성 해성현서 의병장 윤희순 숨 거두던 날
잿빛 하늘에서 퍼붓던 비 애달픈 투사의 눈물이었네.

국기에 대한 절을 한 뒤 모든 참석자들은 애국가를 4절까지 불렀다.
▲ 국기에 대한 절 국기에 대한 절을 한 뒤 모든 참석자들은 애국가를 4절까지 불렀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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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는 '안사람 영혼 일깨운 춘천의 여자 의병대장 윤희순' 이란 제목의 시로 기자가 지은 것이다. 몇 해 전 춘천 관천리에 있는 윤희순 애국지사 무덤과 그가 만주로 떠나기 전 살았던 시댁 발산리 고택 그리고 만주 지방의 활약상을 직접 돌아보고 지은 노래다.

윤희순(1860~1935) 애국지사라고 하면 반드시 그 앞에 수식어가 붙는데 '대한민국 최초 여성의병장'이 그것이다. 윤희순 의병장은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강원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이를 알리기 위한 '2015 윤희순 애국지사 추모콘서트'가 지난 11월 10일(화) 태백기계공업고등학교를 시작으로 16일(월) 강원대사대부설고등학교에 이어 19일(목)은 정선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대한독립"이라는 머리띠를 두른 학생들
▲ 학생들 "대한독립"이라는 머리띠를 두른 학생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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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을 하는 유연경 윤희순기념사업회장 축사의 서인자 추천보훈지청장, 시낭송의 이윤옥 시인(왼쪽부터)
▲ 인사말 인사말을 하는 유연경 윤희순기념사업회장 축사의 서인자 추천보훈지청장, 시낭송의 이윤옥 시인(왼쪽부터)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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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는 (사)애국지사 윤희순기념사업회 (회장 유연경)가 주최 한 것으로 기자도 특별출연으로 세 번의 공연에 참가하여 시낭송을 했다. 이주일 만에 세 번이나 그것도 서울에서 강원도를 오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태백과 정선 공연의 경우에는 장거리 운전으로 과로가 겹쳐 드러누울 지경이었지만 나는 기꺼이 이번 행사에 참석하여 윤희순 애국지사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일에 동참 했던 것이다. 그것은 (사)애국지사 윤희순기념사업회 유연경 회장과의 인연으로 이뤄진 것이다. 1년 전 유연경 회장과는 한 애국지사 세미나에서 만나 1박을 하게 되었는데 같은 방을 쓰게 된 것이 인연이었다.

마침 나는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를 써오고 있는 중이고, 유 회장은 춘천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중이라 우리는 이내 의기투합하게 되었는데 그때 "이 시인님, 내년에 춘천에서 윤희순 의병대장 추모행사에 시낭송 좀 해줄 수 있습니까?"라는 말에 그만 그러겠다고 덜컥 약속을 하고 만 것이었다. 

추모콘서트라고 해서 1회인 줄 알고 흔쾌히 답을 했는데 알고 보니 태백시와, 춘천시, 정선군 등 3회에 걸쳐 하게 되었고 이 행사에 모두 참석해달라는 제안에 따르다 보니 이주일 새 세 번이나 강원도를 드나들게 되었던 것이다. 조금은 힘들었지만 흔쾌히 세 번의 행사에 참가 한 것은 유연경 회장의 "윤희순 의병장 알리기"에 쏟는 열정이 너무도 숭고해 보였기 때문이다.

윤희순 추모공연에서 큰 손뼉을 받은 초등학생들의 타악 공연
▲ 타악 윤희순 추모공연에서 큰 손뼉을 받은 초등학생들의 타악 공연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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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순 추모공연에서 무용을 선보이는 강원도립무용단
▲ 무용 윤희순 추모공연에서 무용을 선보이는 강원도립무용단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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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강원도에서 열린 세 번의 '윤희순 의병장 추모콘서트'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춘천 출신의 윤희순 의병장을 한 걸음 더 넓혀 강원 지역으로 까지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이었으며, 둘째는 그 대상이 자라나는 청소년이었다는 점, 셋째는 애국지사에 대한 단순한 추모회를 떠나 윤희순 의병장을 기리는 시낭송, 뮤지컬, 노래, 무용 등 다양한 접근으로 보다 친근감 있는 윤희순 의병장을 이해시켰다는 점이다.

남성 독립운동가에 가려 거의 기억해주지 않는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찾아 그동안 기자는 지금까지 100여명의 여성독립운동가의 삶을 추적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드넓은 중국대륙과 일본 등지를 찾아다니며 알려지지 않은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기 위한 헌시와 그 일생을 정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애국지사 추모회에 참석하는 기회가 있는데 그때마다 아쉬운 것은 '추모회를 위한 추모회'로 그치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는 점이다. 물론 엄숙한 자리니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인정하지만 더 아쉬운 것은 '추모회에 모인 분들의 연령대가 한결같이 어르신 들'이라는 점이다. 젊은이들이 없는 추모회는 맥이 빠지고 힘마저 빠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번에 강원지역에서 열린 '윤희순 의병장 추모콘서트'는 매우 신선한 '추모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그 대상이 청소년이라는 점이 좋았고, 알리고자 하는 애국지사에 대한 충분한 이야기가 행사 내내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관중들은 추모콘서트를 통해 '윤희순의 인품과 나라사랑 정신'을 저절로 이해할 수 있게 꾸며진 것이 돋보였다.

개회사를 하는 휸희순기면사업회 유연경 회장
▲ 유연경 개회사를 하는 휸희순기면사업회 유연경 회장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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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옥 명창과 의병아리랑보존회의 '의병아리랑' 공연 모습
▲ 의병아리랑 기연옥 명창과 의병아리랑보존회의 '의병아리랑' 공연 모습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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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경 회장은 말한다.

"유관순 열사가 천안의 인물이 아니듯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의병장이신 윤희순 애국지사는 춘천의 인물이 아닙니다. 윤희순 의병대장은 춘천을 넘어 강원도를 넘어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이십니다. 35살에 의병항쟁에 투신하여 75살로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40년간을 겨레 사랑과 조국독립에 헌신하신 분을 꼭 기억하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유 회장은 기자에게 그렇게 말했다. 칠순에 가까운 여성의 몸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을 알리기 위한 각오를 듣자니 제 2의 윤희순 의병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백시에 이어 춘천시 그리고 마지막 추모콘서트가 열린 정선문화예술회관에서도 수백 명의 청소년 관객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정선공연에 참석한 정선고 1학년 심시은 학생은 "부끄럽게도 강원도 출신의 의병대장 윤희순 애국지사 이름을 오늘 처음 들었습니다. 추모콘서트를 통해 윤희순 의병장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윤희순 애국지사의 삶을 본 받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정선고 1학년 심시은 학생과 기자
▲ 심시은 정선고 1학년 심시은 학생과 기자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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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단체를 빼고는 대부분의 애국지사 기념사업회가 재정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무실은커녕 심지어는 회장 혼자 손말틀(휴대폰) 하나로 기념사업회를 이끄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러한 열악한 여건임에도 (사)애국지사윤희순기념사업회 유연경 회장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의병장 윤희순 의사를 널리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 뛰고 있었다.

유관순 열사가 천안의 인물이 아니듯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의병장 윤희순 애국지사 역시 춘천을 넘어 대한민국의 늠름한 항일투사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자는 세 번에 걸친 '2015 윤희순 의병장 추모콘서트장'을 뒤로 했다.


태그:#윤희순, #유연경, #애국지사윤희순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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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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