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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회사 풀무원의 운송 업무를 대행하는 화물트럭 기사 2명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파천교 인근 광고탑에 올라갔다. 50일째 이어지는 파업의 얽힌 매듭을 풀기 위해서다.
 식품회사 풀무원의 운송 업무를 대행하는 화물트럭 기사 2명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파천교 인근 광고탑에 올라갔다. 50일째 이어지는 파업의 얽힌 매듭을 풀기 위해서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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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만여 명의 관객수를 동원한 영화 '베테랑'. 영화에는 화물트럭 기사가 밀린 월급 420만 원을 받기 위해 사장을 찾아갔다가 폭행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현실에선 화물트럭 기사 2명이 30미터 높이의 하늘을 택했다. 50일째 이어지는 파업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다. 회사는 기사들의 파업이 운송 거부 사태라고 주장하며 반박하고 있다.

"살려달라고 외치고 싶어서 30미터 광고탑에 올랐습니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파천교 인근 광고탑 아래에서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바람 소리가 '휑휑'거렸다. 상대편에서 "비닐 천막을 씌웠지만 바람이 계속 불어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말했다. 그에게 '가족들에게 농성 소식을 알렸냐'고 묻자 "미안해서 말을 못하고 있다"는 짧은 대답이 나왔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지난 24일 새벽, 동료 유인종(44)씨와 함께 서울 여의도 30미터 광고탑에 오른 민주노총 화물연대 풀무원분회 소속 연제복(48)씨다. 광고판에는 태극기와 함께 '광복 70년 - 하나 된 대한민국, 신나는 대한민국'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광고판 아래로 '풀무원은 노동탄압 중단하라', '풀무원은 산재사고 보상하라', '풀무원은 유류대, 운송비를 지급하라'는 등 6개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연씨는 식품회사 풀무원의 두부와 콩나물 등을 실어 나르는 화물기사다. 풀무원의 물류 자회사인 엑소후레쉬와 도급계약을 맺은 운송업무대행 업체 소속 개인 사업자다. 현재 풀무원의 운송 업무는 대원냉동, 가람물류, SP로지스 등의 업체가 맡고 있다. 연씨가 근무하는 풀무원 물류센터는 충북 음성군에 위치해 있다.

"매일 500km 달렸지만... 근로조건 나아지지 않아"

연씨는 화물기사 경력 27년차로 풀무원 측 계약만 7년째 맡고 있다. 그는 매일 500여km, 하루 13~15시간을 달려 전국을 누볐다. 하지만 사측이 노조를 와해시키려고 하고 있으며 근로조건 개선에 인색하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분쟁으로 노조 풀무원분회는 지난달 4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운송차량 도색 유지 서약서를 폐기할 것', '3자합의서 성실 이행' 등을 사측에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관련기사: "산재 사고 나몰라라" "물류에 피해 심각"). 그동안 풀무원분회는 대형마트 앞에서 풀무원 제품 불매운동을 벌였고, 음성 물류센터에서는 사측 규탄 집회를 진행해왔다.

이날 광고탑 아래로 30여 명의 동료들이 그들 곁을 지켰다. 동료들은 올려보낼 식사와 옷가지 준비로 분주했다. 경찰은 1개 중대를 투입했으며 소방당국이 광고판 아래에 에어 매트를 깔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광고판 아래에서 만난 윤종수 풀무원분회장은 파업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그는 "트럭에 화물연대 로고를 못 쓰게 도색을 명령하면서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면서 "파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윤 분회장은 "지난 1월 회사 쪽과 근로조건 개선에 합의하는 협약을 체결했지만 협약 내용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사측이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아 조합원들이 안타까운 선택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풀무원 측 "파업은 운송 거부 사태" 반박

풀무원 측은 풀무원노조의 파업을 운송 거부 사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풀무원 홍보팀 관계자는 "지난 1월에 맺은 '3자 합의서'에서 풀무원분회는 '1년 동안 집단 행동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이를 거부한 행위가 파업이고, 바로 운송 거부 사태"라고 주장했다.

또 "도색 유지 서약서는 차량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도색을 요구한 것이며 지난 3월 풀무원분회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서약했다"면서 "3자 합의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충실히 합의서 내용을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오히려 풀무원분회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파업 장기화로 인한 물류 유통 악화는 회사에 큰 손해다, 대화 안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태그:#풀무원, #화물 트럭 기사, #고공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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