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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꾼 지연묵씨는 “5~6년 전부터 산에 약초가 눈에 띄게 줄더니, 이제는 사람의 발길이 닿는 전국 대부분 산에서 약초가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약초꾼 지연묵씨는 “5~6년 전부터 산에 약초가 눈에 띄게 줄더니, 이제는 사람의 발길이 닿는 전국 대부분 산에서 약초가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 지연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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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전국 어딜 가더라도 야생 도라지꽃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국 어디에서도 야생 도라지꽃을 찾아볼 수 없다. 야생 약초의 씨가 마르고 있다."

올해로 20년째 산에서 각종 약재를 채취해 생활하는 약초꾼 지연묵(59)씨를 만났다. 지씨는 일 년 365일 중 300일을 산속에서 생활하는 산사람이다. 그래서 그를 만나는 일도 쉽지 않다. 특히 가을은 연중 가장 좋은 약재를 구할 수 있고, 약효 또한 가장 좋은 시기다. 지 대표가 그동안 채취한 약초를 정리하기 위해 오랜만에 산에서 내려왔다.

약초꾼 지씨에게 들은 말은 충격적이다. 지난 5~6년 전부터 산에 약초가 눈에 띄게 줄더니, 이제는 사람의 발길이 닿는 전국 대부분 산에서 약초가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심마니동호회, 관광버스까지 동원해 산야초 싹쓸이

지연묵씨는 약초꾼들에게 국가에서 체계적인 전문교육을 통해 채취면허를 부여하는 것도 산을 보호하는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연묵씨는 약초꾼들에게 국가에서 체계적인 전문교육을 통해 채취면허를 부여하는 것도 산을 보호하는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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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 야생으로 자라는 각종 약초가 씨가 말랐다 하는데 어느 정도인가.
"멀리 갈 것도 없이 인근 배방산만 가보면 알 수 있다. 그곳에는 5~6년 전만 해도 야생도라지꽃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너도나도 산에 들어가기 시작하더니 1년생 어린 도라지까지 무분별하게 채취하고 있다. 도라지뿐만이 아니다. 더덕이나 잔대 등 야생 약재가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모두 싹쓸이해가는 것이다."

- 갑자기 야생 약초꾼들이 늘어난 것인가?
"산사람이라 불리는 심마니와 약초꾼은 한때 특수직종인 전문영역으로 생각해 일반인들은 엄두를 못 냈다. 그러나 경기불황을 틈타 실직자가 늘면서 이들이 산으로 향했다.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활용한 무한정보시대에 살면서 너도나도 심마니나 약초꾼이 되겠다며 뛰어들고 있다.

심지어 일부 약초꾼들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일종의 체험형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일반인들의 산행을 부추겼다. 이런 상황에 '심마니동호회', '버섯동호회', '하수오 동호회'까지 등장해 산속의 각종 약재와 야생화 등 소중한 자원을 황폐화하고 있다.

관광버스에서 내린 수십 명의 인파가 손에 호미나 낫을 들고 산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 산에서 무엇이 남아나겠는가."

- 일반인들이 산에 들어가는 것은 한계가 있을 텐데.
"야생식물의 분포를 보면 일반인들의 접근이 쉬운 곳에 서식하는 식물이 있고, 깊은 산중에 서식하는 식물이 있다. 일반인들은 먼저 접근하기 쉬운 곳의 야생식물을 채취했다. 그러다 야산에서 채취할 약초가 더는 남지 않자 점차 깊은 산중으로 한 발 한 발 더 들어가기 시작했다.

특히 전문 산악인이나 사용하던 산악장비를 갖추고 더 깊은 산으로 접근해 들어갔다.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일반인이 휴대용 도끼, 낫, 정글도 등으로 무장해 산을 마구 헤치고 다니며, 고목이나 각종 덩굴식물을 무차별 훼손하고 있다."

- 대책은 없는가?
"솔직하게 말하면 아무런 대책도 없다. 전문 약초꾼들은 이러한 위기의식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산에 갈 때마다 도라지를 비롯한 각종 약초의 씨앗을 심고 다닌다. 그러나 그 어린 약초가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일반인들에 의해 무분별하게 채취되는 악순환이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이를 무슨 수로 막겠는가.

산에 서식하는 모든 동식물은 우리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다. 버섯 한 송이, 약초 한 뿌리를 캐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야생식물이 짓밟히는지 돌아봤으면 좋겠다. 또 아무런 약효도 찾을 수 없고, 먹을 수도 없는 어린 약초는 좀 더 자랄 수 있도록 무분별한 채취를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

약초꾼들을 국가에서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체계적인 전문교육을 통해 약초채취 면허를 부여하고, 그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다. 약초꾼에게 전문면허를 부여하면 그들 스스로 직업윤리와 책임의식을 갖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시사신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지연묵, #아산시, #산야초, #약초, #야생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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