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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국립국악원 단원 자리를 그만두고 이례적으로 솔로 연주 활동을 하는 가민
 2010년 국립국악원 단원 자리를 그만두고 이례적으로 솔로 연주 활동을 하는 가민
ⓒ 헉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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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늘, 바람, 별 그리고 詩>이란 제목의 음반을 발표한 여성 연주자 가민은 10년 가까이 앨범활동을 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우리 전통음악에 관심이 높은 대중은 물론 국악계에서도 피리, 태평소, 생황을 연주하는 여성 아티스트로서 가민은 실력 있는 연주자로도 인정받고 있다.

2010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부수석 자리를 그만둔 후 오롯이 '뮤지션의 길'을 가고 있는 가민. 무엇보다 그는 해외 각국의 음악 및 예술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가장 활발하게 우리 전통음악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한 뮤지션 중 한명임에 틀림없다. 10월과 11월, 한국과 홍콩에서 가질 예정인 다양한 공연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가민과 합정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 가민이란 뮤지션을 직접 소개해 준다면?
"직접 소개를 하는 것이 처음인데...(웃음) 새롭게 생겨나는 일들을 즐기고 도전적인 일들을 찾아서 하며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과 열린 마음으로 작얼을 하려는 음악인이다. 한국의 전통음악을 내 악기 연주로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 2006년 첫 앨범 발표 당시 본명 강효선으로 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가민'이란 예명으로 바꾸게 된 이유는?
"첫 솔로 앨범 포함 2장의 음반에 참여해서 활동한 뒤 뭔가 음악인으로서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 초반 지인 분께서 본명 대신 '가민'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해나가는데 어떻겠냐는 말씀을 주셨고, 나 스스로에게도 친근한 이름이었고 한국은 물론 여러나라 음악 팬들에게도 쉽게 다가설 수 있었던 것 같다."

- 작년 말과 올해에 걸쳐 5장의 앨범이 출시되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4장의 디지털 앨범과 가장 최근에 발표한 <하늘, 바람, 별 그리고 詩>는 CD와 디지털로 선보였는데, 2009년 앨범을 낸 후 5년 공백의 결과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때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2010년 국립국악원을 그만둔 뒤 본격적으로 솔로 뮤지션의 길을 시작했고, 상당기간 미국에 머물면서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만나 교류와 더불어 음악작업을 통해 창작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음악인으로서 전환점을 갖게 된 5년 동안 '내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해왔는지!' 스스로에게 물으며 그 답을 얻고 싶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물론 이전의 창작물들도 다시 되돌아보고 재조명해보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 꾸준히 녹음 후 완성을 했고, 작품 컨셉을 정한 후 결국 여러 장의 앨범이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안에 발매될 수 있었던 것 같다. " 

- '가민의 음악세계'는 현재 어느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하나?
"전통 음악인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솔로로 전향한 뒤에는 '즉흥 음악'과 '협업'할 기회와 관심도 많아졌다. 음악적 스펙트럼은 상당히 폭넓어졌지만, 우리 전통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더 깊어진 것 같다. 작품 및 공연 활동을 통해서도 우리 음악을 널리 알리겠지만, 뮤지션 아닌 이외로 축적된 여러 가지 경험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흡수되어 전통음악의 발전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수록곡 중 'Stars'를 직접 작곡, 연주했다. 어떻게 만들었나?
"내 생애 처음으로 작곡해서 앨범에 수록을 하게 되었다. 한국 추상미술의 대가이신 김환기화백 미술관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란 작품을 감상한 후 깊은 영감을 얻어 이 곡을 만들게 되었다. 첫 시도였지만 앞으로도 '가민의 창작곡'을 계속해서 발표하려고 한다."

- 이번 앨범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창작곡과 예전에 녹음해서 선보였던 작품을 재해석해서 반반 정도의 비율로 담았다. 앨범 활동도 10년차가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음악인 가민'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담고 싶었다. 그리고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초석이 되는 작품이란 마음으로 준비했다."   

- 안정적 여건을 바탕으로 음악인의 삶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오롯이 뮤지션의 길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2007년 세계 각국의 민속음악 연주자들,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글로벌 프로젝트 공연에 유일하게 한국을 대표해서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파리의 유네스코 홀, 뉴욕의 링컨 센터 공연을 위해 이십여 일 넘게 연습하고 교류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이전 보다 폭넓어진 시각을 갖게 되었다.

물론 한국에 돌아와서는 국립국악원 단원의 일원으로 연주 활동을 이어갔고, 학교강의와 개인레슨도 병행했다. 하지만 2010년 직장을 그만두고 솔로 음악인 가민으로 새 출발을 한 뒤에는 '뮤지션 가민'으로서만 활동하고 있다. '강을 건너려는데, 발 한쪽을 땅에 두고 어떻게 강을 건너나!'라는 말이 무척 마음에 와 닿았다. 당시 많은 권유와 제의가 있었지만 뮤지션의 길을 선택한 만큼 '뮤지션 가민'의 정체성을 확실히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 지금까지 1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공연을 가졌다고 들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피리 연주를 듣고 색소폰 소리 같다는 이야기를 주신 분도 있고, 일렉트릭 기타 연주로 화답을 한 뮤지션도 생각이 난다. 외국 분들 중 '한국의 현대악기'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 해외 공연 시 관객 분들은 우리 악기에 대한 생소함 때문인지 좀 더 열정적인 호응을 해주시는 것 같다. (웃음)"

- 피리, 태평소, 생황 중 해외 관객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여기는 악기는?
"우선 태평소는 악기 크기에 비해 소리가 커서 깜짝 놀라는 경우를 더러 봤다. 아무래도 생황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생소하게 여기시는 분도 상당수다. 서양의 만도네온, 아코디언 또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듣는 것 같은 생황의 묘한 매력은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 고유의 악기이기에 신비롭고 경이로움 그 자체다."

- 해외 현지 음악인들과 협업 공연 또는 음악 작업을 할 기회도 있었나?
"홀로 음악활동을 해오다 보니, 운이 좋게도 그들과 함께 할 기회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물론 아전 정부에서 지원하는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를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도 작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과 여러 작업을 할 수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해외교류', '국제교류'란 말들은 많이 하지만, 진정 '교류'란 의미에 부합되는 적절한 실행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 지금까지 협업 중 가장 인상 깊게 남아있는 작품 활동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활동이 많았다. 현재로서는 내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의 공연을 위해 지금 한창 준비 중인 작품이다. 우리나라 무용수 한 분과 여러 아티스트들이 '즉흥 연주', '즉흥 연기' 등으로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많은 예술가분들도 이런 생각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마다 표현하려는 각자의 예술 활동(창작물)을 통해 사회를 대변하거나 어느 누군가를 대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을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실천해 나가려 한다." 

-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먼저 10월과 11월에 걸쳐 격주 토요일에 앨범 발매 콘서트를 경기도 군포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치를 예정이다. 가민의 음악과 '여행, 문학, 미술, 풍류'를 주제로 네 번의 공연에 네 분의 토크 게스트가 함께 하는 토크 콘서트 형식이다.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데뷔 10주년이 되는 내년을 맞이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10월 17일 첫 콘서트 후 홍콩으로 건너가 일본 전통악기 연주자와 더불어 1주일간 체류하며 다양한 국적의 연주인들이 만든 현대음악을 함께 연주하는 공연과  워크숍도 준비 중이다. 11월 5일에는 서울시향에서 기획한 <아르스노바> 네 번째 시리즈 '체임버 콘서트 - HIGH & LOW'를 위해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무대에 서는데, '생황과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을 초연할 예정이다." 

- 가민의 음악을 처음 듣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음악에 설명을 두는 것, 필요치 않다고 본다. 한 곡을 듣고 작가(연주자)가 표현하려고 했던 것을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받아들일지 않는 것처럼 '가민의 음악', 자유롭게 즐겼으면 좋겠다."


태그:#가민, #피리, #생황, #국악, #전통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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