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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학지배구조 형성과 사례고찰에 대한 학술세미나가 19일 오후 경북대학교 교수회 회의실에서 한국대학학회 주최로 열렸다.
 한국의 사학지배구조 형성과 사례고찰에 대한 학술세미나가 19일 오후 경북대학교 교수회 회의실에서 한국대학학회 주최로 열렸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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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학은 결과적으로 대구와 경상북도 도민이 출연해서 만든 학교이기 때문에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의 대학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대구시립대학이나 경북도립대학으로 재편되어 올바른 인재들이 등록금 부담 없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조성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일 것입니다."

영남대학교의 전신인 대구대학을 설립한 최준 선생의 손자인 최염(82) 선생은 박정희 정권이 청구대학과 대구대학을 강탈해 영남대학으로 합병하고 자기들 것으로 만들었다며 시민의 대학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대학학회 주최로 지난 19일 오후 대구광역시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의 사학지배구조 형성과정 사례고찰-영남대는 누구의 것인가?'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 최 부자집 14대손인 최염 선생은 "대학운영이 잘 되고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의 의지가 얼마나 올바르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염 선생은 "대구대학을 창립할 당시 할아버지가 가장 많은 재산을 기부한 것은 아니다"며 "당시 할아버지는 대구와 경북 일원에 전문학교는 있어도 정식 4년제 대학이나 종합대학이 없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겨 '경북종합대학기성회'를 조직하고 회장직을 맡아 4년제 대학설립을 위한 모금활동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할아버지는 창업추진비를 전적으로 부담하면서 조상 대대로 전해오던 7800여 권의 장서들을 전량 대학에 기부했다"며 "뒤에 이 도서들을 근거로 하여 대구대학에 동양철학과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최염 선생은 대구대학이 박정희 정권에 의해 강제로 탈취 당한 과정도 설명했다. 1961년 5.16 쿠데타가 일어난 후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대학정비령을 통해 민립대학 규제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대학에 시련이 불어 닥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후 1963년 당시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을 하던 신현확씨가 "이병철 삼성 회장은 대학으로 돈 벌 생각은 추호도 없다. 좋은 대학을 인수하여 적어도 한수(한강) 이남에서는 제일 좋은 학교로 가꾸겠다는 신념"이라며 대구대학 학교운영권을 요구했다고 한다.

좋은 대학으로 발전시켜 주기를 바랐던 최준 선생은 계약서조차 쓰지 않고 이병철 회장에게 대구대를 넘겨주었다. 하지만 이병철 회장은 삭카린 밀수사건이 터지자 사건을 무마하는 조건으로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에게 넘겼다. 이후락은 이후 청구대학도 넘겨받아 영남대학으로 합병하고 박정희를 설립자로 만들었다.

최염 선생은 "박정희는 삼성으로부터 학교를 가로챘고 박근혜는 또 다른 군사쿠데타 주역인 전두환으로부터 학교를 선사받았을 뿐"이라며 "이렇듯 기여를 한 바가 없으면서도 대학설립자도 모자라 '교주'라는 표현을 쓰고 수십 년간 학교가 자신의 것인 양 재단이사들을 임명해 온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염 선생은 마지막으로 "권력자와 재벌 등 교육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교육에 관여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다행히 박정희가 학교의 외형을 키워놓기는 했다. 그것을 기화로 박근혜가 사유화 하려는 생각을 하지 말고 공명한 자세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대학학회 주최로 19일 오후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의 사학지배구조 형성과정 사례고찰-영남대는 누구의 것인가?' 학술세미나에서 엄창옥 경북대 교수의 사회로 정지창 전 영남대 교수와 최준 전 대구대학 설립자 손자인 최염 선생,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대학학회 주최로 19일 오후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의 사학지배구조 형성과정 사례고찰-영남대는 누구의 것인가?' 학술세미나에서 엄창옥 경북대 교수의 사회로 정지창 전 영남대 교수와 최준 전 대구대학 설립자 손자인 최염 선생,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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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관 덕성여대 교수(한국대학학회 회장)는 '한국사학의 형성과 지배구조-영남대 문제와 관련하여'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대구대와 청구대의 통합은 어디까지나 두 대학의 전통과 설립이념을 살려가는 두 주체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정상"이라며 "그러나 군사정부와 박정희 정권으로 이어지는 제3공화국의 교육이념인 '조국근대화'를 위한 산업역군을 배출한다는 개발독재의 대학관에 의해 변형되고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독립적인 사학을 정권 차원에서 권력자에게 헌납하는 일은 민주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민립대학으로 세워진 대구의 양대 사립대학이 권력자 박정희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것 자체가 대구지역의 편향을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박정희 가문의 소유물처럼 간주되고 있는 영남대를 어떻게 공영적인, 혹은 시민적인 전통에 기반을 두는 대학으로 변모시킬 것인가의 문제는 지역정서를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의 과제와 맺어져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현재의 국면에서 중소규모 대학들을 지역민의 여망을 반영해 특성을 갖춘 공립이나 공영형 사학으로 변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영남대는 그 대표적인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대학의 소유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영적인 이사회 구성, 박정희를 활용한 운영이 대학의 보편성을 상실할 위험이 있어 지방주의를 탈피해야 한다는 점, 민립대학적인 성격을 회복해 지역주체의 교육운동 전통을 살려내야 할 필요성 등을 들었다.

정지창 전 영남대 교수는 "구 재단 복귀 후 영남대에서 일어난 눈에 띄는 변화는 박정희리더십연구소와 박정희새마을정책대학원이 설립된 것"이라며 "하지만 긴급조치라는 초헌법적 철권을 휘두른 독재자의 리더십을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박정희 향수에 기댄 새마을운동이 과연 21세기 대학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 우려와 회의를 표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전 교수는 이어 "박근혜는 영남학원 재단 설립자도 아니고 학교 발전에 기여하거나 재단에 사재를 출연한 공로자도 아닌 입시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난 구재단의 이사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 전 교수는 영남학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애초 설립한 분들의 뜻에 따라 교육이념과 운영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청구대학이 추구했던 시민대학으로서의 역할, 대구대학이 추구했던 지역 인재 양성이라는 취지를 살려 미래지향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유병제 대구대 교수(전국교수노동조합 전 위원장)와 정재형 변호사(대구사회연구소 부소장) 등의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또한 참가자들이 영남대 환수와 시민대학으로의 환원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태그:#영남대, #박정희, #박근혜, #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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