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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X들 전성시대'를 연 '프리토리언'들. 왼쭉부터 강창성 보안사령관, 김형욱-이후락 중앙정보부장, 박정희 대통령, 윤필용 수경사령관, 박종규-차지철 경호실장, 신직수 중앙정보부장.
 '나쁜X들 전성시대'를 연 '프리토리언'들. 왼쭉부터 강창성 보안사령관, 김형욱-이후락 중앙정보부장, 박정희 대통령, 윤필용 수경사령관, 박종규-차지철 경호실장, 신직수 중앙정보부장.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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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30일로 <오마이뉴스>에서 55세 정년을 맞이했습니다. 28년 기자생활을 돌이켜보니, 30대에 10년 동안 일했던 <시사저널>(1989~1999년)보다 오마이뉴스가 가장 오랜 기간 일한 곳이 되었습니다. 처음 편집위원으로 결합해 운 좋게도 13년 동안 정치데스크를 세 번 맡았고, 편집국장, 편집주간까지 지냈으니까요.

물론, 독자들에게는 이런 직함들보다 어떤 기사를 썼느냐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톺아보기'라는 문패를 달고 자유로운 글쓰기를 해온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오마이뉴스의 비상근 편집위원으로서 더 자유로운 콘텐츠 만들기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그 일환으로 '김당의 나까프', 즉 '나쁜X 까발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여기서 'X'는 '놈'일 수도 있고, '짓'일 수도 있습니다.

'나까프'는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15년 만에 재점화된 표절 논란은, 근거자료만 있으면 '재탕'일지언정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의제설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 존경하는 한홍구 교수(성공회대)도 비슷한 아이디어를 주셨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출간을 거든 <친일인명사전>을 벤치마킹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 연재가 쌓이면 '친악(惡)인명사전'이나 또는 '친불(不)인명사전'이 될 테니까요.

'나까프'의 대상은 '오적'(五賊)의 고관대작

'나까프'의 1차적 대상은 이른바 선량(選良)으로서 공인 중의 공인인 전-현직 국회의원과 장-차관급 공직자들입니다. 나아가 무력을 가진 군과, 공권력을 가진 이른바 4대 권력기관(검찰-경찰-국세청-국정원) 그리고 갈수록 힘이 세지는 대기업 회장들도 당연히 '나까프'의 대상에 포함됩니다. 일찍이 김지하 시인이 선보인 장편 풍자시 '오적'(五賊)의 고관대작이 다 대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참고로 '오적'의 등장인물은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었습니다.

나쁜X을 재단하는 1차적 근거 및 입증자료는 그들의 언행입니다. 영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짓을 알고 있다'를 떠올리면 됩니다. 그렇다고 납량특집은 아닙니다. 공식기록인 국회 회의록과 국무회의 발언록 등을 주 텍스트로 삼을 것입니다. 수사기록과 재판기록, 국내외 기밀문서 등도 주요한 입증자료입니다. '나까프'에 대한 대중의 호응이 좋으면 책으로도 묶을 생각입니다.

'나까프'에 등장하는 순번은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번호가 빠르다고 해서 더 나쁜X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저널리즘의 특성상, 그때그때 시의에 맞는 소재와 인물을 골라잡을 뿐입니다. 나쁜X의 입장에선 운수가 사납거나 재수가 없어 일찍 걸린 것일 뿐입니다. 이들에게는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는 말이 위안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나까프'에 등장하는 인물은 시공간을 뛰어넘을 것입니다. 한반도의 북쪽은 물론, 재외교포들이 살거나 한국인들이 장기 체류한 지역도 이에 해당됩니다. 예를 들어, 몇 해 전에 해외에 비자금을 은닉한 대기업 회장님은 물론, 40년 전 베트남전에서 민간인 학살에 가담했거나 부정행위에 연루된 장교들도 '나까프'의 대상입니다.

존경하는 강준만 교수(전북대)가 이미 전범을 보여주신 것처럼 '나까프'의 등장인물은 다 실명입니다. 나아가 모바일과 SNS 시대에 맞는 이미지나 픽토그램을 만들어 온라인 상에서 두고두고 유통되게 할 생각입니다. 나쁜X은 널리 까발려야, 힘있는 자들이 조금이나마 나쁜 짓을 덜하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민은 세금으로 세비를 받아 면책특권을 누리는 자들의 언행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알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온라인 악인열전'(惡人列傳)의 꿈★은 이루어진다?

오마이뉴스 '정년퇴임 1호'를 기록한 김당 기자의 퇴임식에 참석한 임직원과 후배 기자들.
 오마이뉴스 '정년퇴임 1호'를 기록한 김당 기자의 퇴임식에 참석한 임직원과 후배 기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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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으로서 오마이뉴스라는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겠지만, 이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 저를 스스로 '미시사연구소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굴곡진 현대사의 고비마다 감춰진 어두운 구석을 시시콜콜하게 밝히는 미시사 연구와 사료 분석을 통해 현대사를 온전하게 복원하는 데 미력이나마 보탤 생각입니다. '나까프'를 접하고 "이렇게 나쁜 놈도 있었네"라고 혀를 끌끌 차게 되면 성공입니다.

흔히 '모두가 내 잘못'이라고 할 때는 대범하게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대충 덮고 넘어가자는 경우일 때가 더 많습니다. 칭찬이건 문책이건, 두루뭉수리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래야 개인이건 나라건, 과오의 인정 위에서 제대된 된 길이 보입니다. 그래서 '김당의 나까프'는 나쁜X을 '콕' 집어 까발림으로써 새삼 공인이 맡은 소임의 엄중성을 일깨우려 합니다.

어쩌면 '나까프'의 향후 등장인물 상당수는 자신의 언행이 나중에 이처럼 공공연하게 까발려질 줄 몰랐을 겁니다. 70년대 박정희 철권통치 시대에 <사상계>를 복사해 음지에서 소비되던 '오적'(五賊)들은 이제 '공화국과 불통하는 여왕'의 시대에 인터넷과 모바일, 그리고 SNS를 통해 빛의 속도로 전파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나까프'는 전통적인 위인전(偉人傳)과 대치되는 '온라인 악인열전'(惡人列傳)쯤 되시겠습니다.

세종대왕(1397~1450)을 제외하면, 현재 유통되는 화폐 속 인물은 퇴계 이황(1501~1570), 율곡 이이(1536~1584), 신사임당(1504~1551), 충무공 이순신(1545~1598) 등 조선 중기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400~500년 뒤에 자신이 화폐 속 인물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나까프' 속 인물들도 자신이 '온라인 악인열전'에 오르리라곤 꿈도 못 꾸었을 겁니다.

그러나 꿈★은 이루어집니다. '나까프'가 공인의 언행을 까발림으로써 쾌감(재미)을 주는 것을 넘어서, 공공의 영역에서 '덜 나쁜 놈'을 골라 뽑는 데 기여(의미)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습니다. 나쁜X에 대한 근거와 입증자료가 있는 제보라면 항상 환영합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나까프, #오적, #나쁜X 까발리기 프로젝트, #강준만, #한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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