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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지난 3일 독일 베를린의 호텔에 도착했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지난 3일 독일 베를린의 호텔에 도착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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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독일 국빈방문 마지막 일정은 베르겐-벨젠 나치 강제 집단수용소를 찾는 것이었다.

영국 여왕은 26일(현지시간)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과거사와 대면하며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큰 독일 국빈방문을 마무리했다.

독일 북서부 니더작센주 남부에 있는 이 수용소는 나치가 전쟁 포로와 나치 반대 정치범, 유대인들을 몰아넣은 곳이자 '안네 프랑크의 일기'로 유명한 독일 태생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숨지기 직전까지 지낸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반(反) 나치 전선의 연합군 일원이던 영국군은 1945년 4월 15일 이 수용소를 해방시켰다. 해방 전까지 이 수용소에선 기아와 질병, 인간 이하의 정치적 박해 속에 7만 2천 명이 사망했고, 이 가운데 1만 구의 매장되지 않은 시신이 영국군에 발견되기도 했다.

이들 희생자 중에는 장티푸스를 앓다 세상을 떠난 안네 프랑크와 언니 마고트 프랑크가 있었고, 이들의 나이는 각기 16세(1929년생)와 19세(1926년생)였다. 언니 마고트가 살아 있었다면 여왕과 같은 89세였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여왕은 종합기념관으로 탈바꿈한 수용소를 찾아 헌화하고 지난 2000년 선보인 희생자 추모 조형 시설 '침묵의 집'과 안네 프랑크 가족의 비석을 둘러봤다. 또 수용소 생존자들과 영국군 베테랑들을 만나 쓰리고 아린 역사와 해후했다.

전후 영국으로 이주한 생존자 루디 오펜하이머는 AP 통신에 영국군은 현장에 있던 전라의 시신 등 그 참혹함 때문에, 그들이 지켜본 것을 가족은 물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고 회고하고 수용소를 해방시킨 영국군과 여왕의 이번 방문에 사의를 표했다. 그는 당시 12세의 나이로 수용소 해방을 맞았으나 지금은 83세의 노구가 됐다.

영국 유대인단체의 랍비 수장 역시 "전 세계 유대인 공동체들은 여왕의 이번 희생자 추도 방문을 대단히 중요하게 볼 것"이라고 여왕의 방문을 높게 평가했다.

여왕은 왕위를 이어받기 전인 1945년 2차 대전 기간에 아버지 조지 6세를 설득해 전쟁에 직접 참가했다. 그는 당시 21세의 나이로 구호품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던 영국 여자 국방군에 들어가 군용 트럭 운전사로 일함으로써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고 평가받는다.

이번 국빈방문에 함께한 남편 필립공 역시 전쟁 기간에 해군으로 복무했다.

앞서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지난 4월 이 수용소의 해방을 기념하면서 독일인들에게 나치 정권의 폭정 아래 잃은 인간성 회복을 가져다준 영국에 사의를 전하는 것으로 올해 내내 지속하고 있는 가해국 독일의 과거사 직시 행보를 이어갔다.

여왕 부부는 이날 수용소 방문에 앞서 통일 독일의 상징이 된 파리저광장의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베를린 시민들에게 작별인사를 함으로써 24∼26일의 독일 방문을 사실상 마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나치, #영국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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