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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이 존재하는 이유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비상대책위원회'나 '혁신위원회'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에 패배한 지도부를 대신해 당 상황을 수습하거나, 다가오는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세워진다. 특히 선거를 앞뒀을 때는 위기를 맞은 정당이 던지는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여야를 막론하고 수차례 비대위와 혁신위가 만들어졌고, 현재는 야당이 그 승부수를 던졌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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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당내인사 5명과 외부인사 5명이 참여한다. 계파색이 옅고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통합형 구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최인호 부산 사하갑 지역위원장 등이 포함돼 당내 비주류가 반발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혁신위가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번 인선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당내 반발을 잠재워야 한다. 지난 재보궐 선거 이후 발생한 당내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구성된 혁신위에서 또 다시 계파 갈등 양상이 벌어진다면 활동 초반부터 무기력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혁신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당에 6번이나 있었던 이전 혁신위와는 차별화돼야 한다.

그 '롤모델'이 있다. 바로 지난 2011년 12월 구성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대위'다. 당시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했고,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태까지 발생해 이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최대 위기를 맞았다. 홍준표 당 대표가 사퇴한 후, 당 전면에 나서게 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파격적인 인선으로 비대위를 구성했고 총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물론 당시 '박근혜 비대위'와 '김상곤 혁신위'는 차이가 있다. 박근혜 비대위는 집권 여당이었고, 또 박 위원장의 리더십이 강력했다. 또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반면, 김상곤 혁신위는 계파분열 위기에 있는 야당이고,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도 선거 패배로 약화된 상황이다. 또 총선까지는 상당기간이 남아있다. 그러나 '선거를 이기기 위한 방법'은 여야가 다르지 않다.

당내 반발 잠재우고, 강력한 쇄신 제안

박근혜 비대위는 비대위원 11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6명이 외부 인사였다. 게다가 정치경험이 많지 않은 인사들이 주를 이뤘다. 집권여당의 지도체제로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사실상 박근혜 위원장이 주도하고 나머지 위원들은 들러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김종인 비대위원을 중심으로 파격적인 제안들이 나오면서 비대위가 총선을 대비한 당 쇄신을 이끌었다.

비대위의 행보가 파격적인만큼 당내 반발도 강했다. 특히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을 두고 당시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은 사퇴를 요구하는 연명장을 돌리기도 했다. 김 비대위원는 과거 비리에 연루됐었고, 이 비대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운동을 이끌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친이계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도 박근혜 위원장은 흔들리지 않고 비대위에 힘을 실었다.

2011년 12월 3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 회의에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이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2011년 12월 3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 회의에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이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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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착륙에 성공한 비대위는 거침이 없었다. '디도스 정국' 돌파를 위해 당내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용퇴를 촉구했고, 대통령의 탈당까지 거론했다. 특히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강령에서 '보수'를 삭제할 것과 경제민주화 강령 제정을 제안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또 '복지'라고 하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당내 분위기를 강하게 질타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들고 총선에 나섰다.

총선의 최대 승부처라고 할 수 있는 공천 과정에서도 비대위원들은 활약했다. 직접적으로 공천 작업에 관여한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쓴소리'를 내뱉었다. 엄격한 공천기준과 대대적인 인적 물갈이를 요구했고, 이에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던 박근혜 위원장에게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당시 한나라당의 공천이 혁신적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비대위원들의 쓴소리는 당의 건강한 모습으로 비쳤다.

비대위의 활동 효과는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권 실세 용퇴론'은 야당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론'을 희석했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중도층을 끌어오는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결국 한나라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그런 정책들의 진정성과 이후 이행과정의 문제는 있었지만, 어찌됐던 한나라당은 선거를 이기기 위한 전략을 세웠고, 결국 승리했다.

"창조적 파괴"는 이제 야당의 과제

'김상곤 혁신위'도 같은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비대위'와 비교했을 때 '집행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전권을 주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혁신안'을 만드는 권한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 역시 이 부분에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에 현역 국회의원과 당직자, 기초단체장, 원외위원장 등 내부 인사를 배치한 것도 집행동력을 얻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

활동기간이 100일 내외로 정해졌고, 총선까지 상당기간이 남았다는 것도 딜레마다. 김상곤 혁신위가 공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당내 인사는 많지 않다. 결국 이번 혁신위는 지난 선거 패배의 후폭풍과 당내 계파갈등을 잠재우고, 내년 총선 시기까지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목적의 '관리형 혁신위'라는 것이다. 이것이 혁신위가 넘어야할 가장 큰 벽이기도 하다.

부족한 집행력을 인적 구성을 통해 보충했다면, 혁신위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는 '여론의 힘'을 받아야 한다. 여론의 힘으로 혁신안이 강제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여론을 집중시키고, 흥미를 유발하고, 지지를 보낼 수 있는 혁신안이 제출돼야 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새정치연합이 내놓은 혁신안과 대동소이하거나 이전의 혁신안을 종합하고 정리하는 수준이라면 가망이 없다.

김종인 전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은 당시 첫 일성으로 "창조적 파괴를 하지 않고서는 당의 생존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이제 '김상곤 혁신위'에서 유효하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태그:#김상곤, #조국, #박근혜, #김종인, #혁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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