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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벌을 마친 달항아리 오른 쪽의 웬만한 크기의 도자기가 작아 보일 정도로 우람하다
 초벌을 마친 달항아리 오른 쪽의 웬만한 크기의 도자기가 작아 보일 정도로 우람하다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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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의 고장 경기도 여주시에서 칠순의 도예가가 높이 75cm 이상의 초대형 '달항아리' 제작에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도예가는 토여(土如) 임세원 작가로, 칠순의 노작가는 60여 일째 흙과 뒹굴며 달항아리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처음 구운(초벌) 상태에서 78cm의 달항아리 3점을 완성했고, 21일 흙이 마른 상태에서 86cm 높이의 달항아리 2점의 굽(도자기의 아랫 부분)과 몸통, 아가리를 정형하는 작업을 마쳤다.

임세원 작가의 초대형 달항아리는 최고 수준의 도예인 수백 명이 있는 여주시 도예계에서도 전례가 없는 큰 작업이어서 최종 작품의 완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

흙 무게만 80kg이 넘는 이 달항아리 굽을 깍기 위해서는 항아리의 아가리를 물레에 거꾸로 놓아야 하는데 무게 때문에 3, 4명이 달려들어야 겨우 들어서 뒤집을 수 있어 어려움이 많았다.

도자기 인생 43년을 건 새로운 도전

달항아리의 굽을 깍기 위해 뒤집는 작업(왼쪽 희옷 입은 사람이 임세원 도예가)
 달항아리의 굽을 깍기 위해 뒤집는 작업(왼쪽 희옷 입은 사람이 임세원 도예가)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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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 작가는 "도자기 인생 43년에 많은 실험과 작업을 해왔지만 이번 작업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며 "뭔가 우리 시대에 남을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게 달항아리"라며 의욕을 나타냈다.

달항아리는 보통 지름 40cm 이상인 백자 항아리의 별명이다. 보통의 도자기 항아리는 물레로 한 번에 빚어내지만 전통적인 달항아리는 위와 아래를 다 만들어 붙인다. 그래서 완전히 둥글다기보다는 약간 비대칭적인 점이 특색이다. 이런 이유로 '달항아리'는 몇 안 돼는 우리 고유의 도자기 형태 중 하나다.

발물레(발로 원통형 회전판을 밀어 돌리는 옛 물레)를 사용한 조선시대 물레의 속도로는 큰 도자기 항아리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두 개를 따로 만들어 붙여서 큰 항아리를 만들었다. 본디 따로 만들고 다듬어 형태를 완성해도 말리는 과정에서 무게 균형이 맞지 않으면 내려앉기 일쑤고, 가마에서 굽는 과정에서는 크기로 인한 무게 및 장력과 고열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거나 터지고 변형되는 것이 많다.

굽을 깍은 도자기 바닥에 작사 서명을 하는 임세원 도예가
 굽을 깍은 도자기 바닥에 작사 서명을 하는 임세원 도예가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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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남아 있는 가장 큰 조선시대 달항아리로는 국보 제262호인, 우학문화재단(용인대학교)가 소장한 것을 꼽는다. 크기는 높이 49.0㎝, 아가리 지름 20.1㎝, 밑 지름 15.7㎝다.

임세원 작가가 마지막으로 작업한 초대형 달항아리는 처음 빚었을 때 1m에 가까운 크기였다. 보통은 2개를 맞붙이는데 이 작품들은 3개를 붙여서 만든 것으로 지금까지 그 사례를 찾기 어려운 특별한 시도다.

임 작가의 달항아리 작업 중 초벌을 마친 3점은 높이가 모두 70cm가 넘으며, 한 점은 높이가 78cm고, 또 다른 하나의 아가리 지름은 약 34cm로 웬만한 도자기 항아리의 몸통 크기다.

모두 4점을 초벌했는데 1점은 아랫부분이 터져나갔다. 이웃한 도자기 공방의 한 도예인은 아래가 터져나간 초벌을 보고, "너무 아깝다"며 마치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 할 정도로 임세원 작가의 초대형 달항아리 작업은 엄청난 도전이다.

달항아리 만들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달항아리로 탄생되기 위해 다듬기를 마친 작품과 임세원 도예가
 달항아리로 탄생되기 위해 다듬기를 마친 작품과 임세원 도예가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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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 작가의 작업을 돕는 제자 안동한(45, 경력 25년) 작가는 "도자기의 크기가 워낙 커서 흙을 말리는 과정에서도 실패가 많았다"며 "저녁에 쿵 하는 소리에 나와 보면 약간의 균형이 맞지 않은 경우 흙이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내려 앉았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이번에 모두 12점의 달항아리를 작업했는데, 4점은 흙을 말리는 과정에서 내려앉았고, 초벌에서 1점이 깨지고 3점이 살아남았다. 다듬기를 마치고 초벌을 기다리는 것이 4점이니 현재까지는 3분의 2가 안 되게 살아남았다.

보통 도자기 초벌의 경우 7~8시간의 불때기로 완성되지만 임세원 작가의 초대형 달항아리는 초벌 굽기에만 꼬박 이틀이나 걸렸다. 굽기를 시작할 때부터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 연료가 완전히 연소되게 해(산화번조) 가마 온도를 960℃까지 끌어올린 후, 산소 공급을 중단하여 연료가 불완전연소 되게 해(환원번조) 가마의 분위기를 산화 분위기에서 환원 분위기로 바꾼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달항아리'를 만들겠다는 노작가는 이제 이달 말이면 첫 재벌때기에 나설 예정이다.

○ 편집ㅣ최규화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한강신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달항아리, #도자기, #여주시, #임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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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에서 지역신문 일을 하는 시골기자 입니다. 지역의 사람과 역사,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이런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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