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알바가 갑이다'라는 문구와 함께 '걸스데이' 혜리가 등장하는 TV광고를 본 적이 있는가? 구인구직업체 알바몬에서는 근로기준법상의 권리를 알리는 3편의 광고를 방영했다. 이 가운데 '야간수당' 편에서는 걸스데이 혜리가 알바생으로 등장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장님들, 대한민국 알바들의 야간근무수당은 시급의 1.5배. 안 지키시면 으~응. 협박 아님. 걱정돼서 그럼."

하지만 이 광고는 얼마가지 못해 업주들의 반발로 더 이상 방영되지 못했다. 광고에서 언급된 야간근무수당 1.5배는 상시근로자 5명 이상 사업장에만 해당되는 것이라는 사실이 빠져있어 오해의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생들은 그런 업주들이 제 발 저린 것이 아니겠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살아남기 위해 '을'이 되는 알바생들

나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거의 쉬지 않고 해왔다. 빵집, 커피전문점에서 일한 것이 전부라지만 친구들과 모이면 항상 아르바이트생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하기 바쁘다. '을'이기에 우리는 수습기간 적용, 야간수당과 주휴수당 미지급, 연장근무 수당 미지급등의 부당한 대우를 참아야만 했다.

수능이 끝나고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 나는 내 권리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근로계약서라는 것을 반드시 써야하는 것인지, 내가 누려야하는 권리를 빼앗기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고작 아는 것이라곤 최저시급이 4860원에서 5210원, 2015년에는 5580원으로 올랐다는 것. 그리고 한 시간 일해서 겨우 빅맥 하나 사먹을 수 있는 돈조차 수습근로자라는 이유로 야금야금 떼먹히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빅맥지수'란 맥도날드 햄버거 빅맥 1개를 살 수 있는 가격을 나타낸 수치로 물가수준을 알아보는 척도이다. 최근에는 이 빅맥지수가 최저시급과 연관 지어져 각국의 최저시급 비교체계로 사용되기도 한다.

2014년 기준, 최저시급인 5210원을 기준으로 한국의 아르바이트생은 빅맥 하나를 먹기 위해 40분을 일해야 한다. 반면 노르웨이의 아르바이트생들은 20분만 일해도 빅맥을 먹을 수 있다.

알바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생활비'를 꼽았다. 실제로 주변에도 생계를 위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하느라 안쓰러울 정도로 힘겨워 보이는 친구들이 있다.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 강제로 1일 1식을 하고 있는 친구도 있고 새벽 3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침 수업을 듣기 위해 허둥지둥 달려오는 친구도 있다. 비싼 물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을'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첫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고 다른 곳을 알아본 적이 있다. 알바 구인 업체에 올라온 편의점 알바모집 공고에는 최저임금 적용이라고 나와 있었으나 실제로 전화를 했을 때는 최저임금의 절반을 조금 넘는 3600원 정도를 임금으로 지급한다고 했다. 

다행히 현재 일하고 있는 곳에서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최저임금과 야간수당, 주휴수당까지 지급받고 있지만, 이는 대기업 프렌차이즈 영업점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다수이다.

대기업이라고 또 모든 것을 정직하게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닌 듯했다. 얼마 전, 일명 '알바꺾기'를 당했다는 글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패스트푸드점의 아르바이트생을 '한적하다'는 이유로 일찍 퇴근을 시키는 등 1~2시간씩 근무시간을 단축해 임금을 줄이는 관행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암암리에 퍼져있던 '알바꺾기'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종되었다. 최근에는 근로계약서에 근무시간 단축에 대한 합의를 명시함으로써 근로기준법을 탈법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드러났다.

물론 불경기에 어려워진 사업주들의 주머니 사정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 똑같은 불경기를 살아가고 있기에 아르바이트생들은 '최저시급도 못줄 것이라면 쓰지를 말지'라는 반응을 보인다.

나 또한 같은 입장이다.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그 고용에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 갑을의 관계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근로기준법'이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지켜지지 않는 아르바이트의 세계에서 근로자들은 설 곳을 잃어간다. 광고에서 말했던 것처럼 '알바가 갑'이 될 때가 오긴 할까? 제대로 이루어진 갑을 관계 속에서 질 좋은 노동도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태그:#아르바이트, #알바몬, #갑을관계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