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드라마 <학교 2013>은 학원 내 문제들을 다층적으로 풀어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2015년, 새로운 학교 시리즈가 이제 막 문을 열었다. 철저한 현실의 붙박이였던 전작에 비해, <후아유-학교 2015(이하 '후아유')>는 보다 다양한 동화적 설정을 붙여 넣어 한껏 흥미를 돋우는 중이다.

'후아유' 공식 포스터.

▲ '후아유' 공식 포스터. ⓒ KBS


은유 없는 직설적 표현들, 주인공에의 감정이입 쉽게 해

<학교 2013>이 그랬듯, <후아유>의 표면적 메시지는 매우 또렷하다. 고착화된 이슈인 학교 내 '왕따' 문제의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방관자들에 관한 이야기. 그 주인공들은 어른 흉내를 내지만 아직은 어리다 취급되는, 그래서 꽤나 억울함을 느낄만한 18세의 아이들이다.

폭력의 양상은 도처에서 나타난다. 가해자들 중 한명의 생일선물로 채택되어 온몸에 계란과 밀가루, 액젓을 뒤집어쓰는 주인공. 그는 가해자들을 향해 반격하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욱 심한 경멸과 폭력뿐이다. 그 표현은 매우 직설적이며 공격적이어서 곧바로 우리들의 가슴에 날아와 박힌다. 은유란 애초에 없다. 따라서 박해받는 주인공에의 감정이입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거기에 이제 미스터리가 더해졌다. 주인공과 똑같은 얼굴로 다른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단다. 불운이 삶의 주제가 된 주인공, 그리고 대조적으로 주변의 모든 것들이 최상위인 또 다른 주인공. 바야흐로 그 둘의 운명이 바뀐다니, 긴장감과 기대감이 동시에 불어난다.

동화는 대개 선과 악의 역할이 뚜렷하여 메시지 전달이 용이하며, 에피소드들은 밤새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하다. 그런 면에서 <후아유>는 한편의 동화와도 같다. 다만, '대체로 공상적,서정적,교훈적'이라는 동화의 사전적 정의에서 '서정'은 조금 줄고 대신 약간의 폭력적 성향이 보태져, 때로는 <여고괴담>의 새로운 시리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후아유'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두 주인공의 모습.

▲ '후아유'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두 주인공의 모습. ⓒ KBS


성공적 번외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동화에는 흔히 번외편이 생기곤 한다. 그것은 대개 본편의 선량한 분위기를 완벽하게 반전시키며 보다 복합적이며 다층적으로 그려진다. 출생의 비밀 등, 전편에는 없던 여러 판타지가 가미되면서, <후아유>는 정통학원물인 <학교 2013>의 번외편이라 부를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왕따, 폭력, 편 가르기 등, 드라마의 전형적 설정들은 감정이입할 대상을 너무나 쉽게 제공해 주었다. 그것은 더 이상의 상상력이 별반 필요치 않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토록 얕은 설정들로 보다 넓고 깊은 콘텐츠를 갈구하는 이들을 과연 만족시킬 수 있을까.

문제는, 기대해봄직한 자잘한 에피소드들조차도 큰 흐름과 자연스럽게 얽히지 못하고 겉돈다는 것. 따라서 웃음이 유도된 장면에서는 웃음이 나오지 않고, 감동적이어야 할 순간에도 큰 울림이 없다. 폼생폼사의 장면들은 그 의도가 너무 훤히 드러나 실소를 자아낼 뿐이다.

전형적 동화에 무작정 길들여져 왔음에도 우리가 그 번외편들에 쉽게 매혹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선과 악의 해석에 대한 근원적 고민, 고착화되기 일쑤인 성적 역할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인종, 문화 등 다방면에 걸진 편견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일 수도 있겠다.

<후아유>는 우리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실제의 동화다. 상상할 여지는 줄었다지만 생생한 현장감은 가일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번외편에 기대하게 되는 새로운 해석, 기발한 상상력, 현상의 과감한 뒤집기 등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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