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살기가 하도 팍팍해 다른 데로 눈을 돌려버리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너무나 평화로워 아주 작은 일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가는 때문일까. 유명인의 사생활, 혹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발언들이 연일 세상을 달구고 있다.

어디선가 화두를 던지기만 하면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모양새, 여간 심상치가 않다. 불과 얼마 전에는 방송 녹화 현장의 다툼이 시시비비를 불러일으키더니, 요 며칠 새에는 <무한도전>의 '식스맨' 후보에 오른 '옹달샘' 멤버 장동민의 과거 팟캐스트에서의 발언들이 화제다. 이거야 원, 미처 숨 돌릴 틈조차 없다!

앞의 이태임과 예원의 사례는 사실 그 누구도 정확히 그 상황을 입증해내기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네티즌들은 '심판관'을 자처, 판사봉을 마구 휘둘러댔다. 정확한 사실들보다는 추측만이 난무한 탓에 비과학적, 비논리적인데다 대단히 감정적인 사견들만이 오갔던 매우 소모적인 해프닝이었다.

양쪽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사안이었지만, 사실 위의 경우는 얼마든지 입장을 바꿔 생각할 여지가 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장동민의 경우는 그와는 뭔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가 팟캐스트에서 옹달샘 동료들과 나눴다는 대화에는 여성 비하, 군대 후임에 대한 일종의 가학행위에 대한 고백(?) 등이 들어 있다.

 코엔스타즈와 재계약을 한 '옹달샘' 유세윤 유상무 장동민

인기 개그 그룹 '옹달샘'의 유상무, 유세윤, 장동민(왼쪽부터) ⓒ 코엔스타즈


물론 옹달샘의 발언이 뭐가 문제냐 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겠으며, 그러한 의견도 무조건 무시해버릴 수는 없다. 사안에 대한 도덕적 잣대는 사람에 따라, 또 때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앞선 이태임과 예원의 예에 더 합당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 일의 문제점은 옹달샘의 발언을 들은 많은 이들이 역지사지를 통해 이해의 폭을 넓혀 볼 만한 것들이 잘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말하자면 이태임과 예원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 사회의 통념상 강하게 규탄할 수밖에 없는, '도덕적 결함'에 대한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옹달샘의 발언들은 여러 측면에서 충분히 세상을 경악시킬만한 것들이기는 하다. '성'(性) 자체에 대한 발언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대상에 대한 비하나 편견에 기초한 저질스러운 발언들은 분명 경멸받을 만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관련인들을 단죄해 세상으로부터 격리시킬 만한 일인가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수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좀 더 생각해 본다면, 사안에 대한 판단이란 결국 드러난 것들에 국한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찌어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들이 만에 하나 실수에 의한 것이라거나 일정 부분 미숙한 상태에서였다라고 한다면, 당사자들에 대한 무조건적 엄중한 단죄는 조금 가혹한 것이 될 수도 있다.

거의 매일 얼굴을 바꿔가며 우리를 흔들어대고 있는 수많은 사건들. 그 속사정을 속속들이 다 알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드러난 것만으로 송두리째 판단해버리는 것은 오차를 낳을 수도 있다. 그 오차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노력이 이제는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무작정 쏟아지는,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이슈들 사이에서 중심만이라도 제대로 잡고 살아가려면 말이다.

옹달샘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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