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근 부동산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던 게 노무현 정부 때입니다. 대학교 등록금이 가장 가파르게 올랐던 것도 노무현 정부 때입니다. 과연 우리 야당이 이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한 적 있습니까? 노무현 정신이 뭡니까? 지역주의의 벽에 과감히 도전하는 것, 또 자신에겐 엄격하고 남에겐 관대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야당에 과연 그런 정신이 있나요?"

청년단체 '다준다연구소'(다른세상을 준비하는 다른 연구소, 소장 이동학)와 대안대학인 '신촌대학교'를 준비하고 있는 단체 '무언가'가 지난 2일 신촌에 새로 마련된 '신촌대학교 1강의실'에서 조경태 국회의원을 초청, '따뜻한 자본주의와 따뜻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28살 '누드 사진'으로 유명해진 사연

'따뜻한 자본주의'를 주제로 특강하고 있는 조경태 국회의원
 '따뜻한 자본주의'를 주제로 특강하고 있는 조경태 국회의원
ⓒ 김현

관련사진보기


"조경태 하면 '누드 정치'죠. 여러 가지 떠올릴 게 있지만 웃통 벗고 찍은 선거 포스터가 단연 먼저 떠올라요."

강의 초반 참가자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하자 조 의원은 "누드 정치는 돈은 없지만 열정 넘쳤던 젊은 날, 강력한 무기였다"고 말했다. 정치 경력도 없었고, 선거를 유세할 돈도 없던 28살의 나이에 그는 이른바 여당 텃밭인 부산에 야당으로 출마했기 때문.

당시 박사 과정을 마치고 시간 강사 생활을 하던 그는 비행기 안에서 부산에 출마한 여당 후보가 "전국 최다 득표를 기대한다"는 인터뷰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됐다. 그는 '지역주의의 한복판인 부산에서 전국 최다 득표 운운하는 오만을 반드시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부산은 전 김영삼 대통령의 삼당 합당 이후 야당에선 출마자 자체가 없었던 상황.

28살 청년 조경태가 부산의 민주당 사무실을 찾아가 출마하겠다고 하자 나온 첫 질문은 "누가 출마하나요?". 자신이라고 하자 이어진 두 번째 질문. "니 아버지는 뭐 하시노?" 수산물 시장에서 노동을 하신다고 하자 30분쯤 면접이 이어지고 조만간 서울에 같이 가보자고 했다. 생전 처음 여의도 땅을 밟은 그를 인솔한 민주당 인사가 어딘가 전화를 걸어 그의 이력을 설명했다. 수화기 저편에서 "그만하면 됐다"는 답이 들렸다. 그 전화를 받은 사람이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주변의 만류에도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야당으로 선거에 나섰지만 문제는 역시 돈. 당시 8면짜리 선거 공보물을 두 번 보낼 수 있었는데, 도저히 제작할 비용이 없었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1번의 공보물로 승부를 걸어야 했다. "당신, 벗읍시다" 유일한 참모이자 선거 운동원이던 아내가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 옷 벗고 포스터 사진 찍은 사실에 대해 정치를 희화화한 것 아니냐는 말이 가장 많았죠. 그러나 그 같은 비판을 들을 각오가 되어 있을 만큼 제게는 '변화'가 절실했습니다. 진심으로 부산의 선거판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런 '똘끼' 덕분인지 두 번의 낙선 끝에 세 번째 출마부터 지금까지 내리 3선을 부산에서 당선됐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야당 출신 부산 국회의원의 꿈을 이룬 것.

친노·비노 없는 야당에 미래 있다

"정말로 당을 위한다면 비판적 지지자가 많아야 합니다. 맹목적 지지자만 많다면 그 당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저는 비판적 지지자인 '야당 속의 야당'을 기꺼이 수행할 것입니다."

조 의원은 지난 새정치민주연합 전당 대회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당 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당 중앙위원들을 상대로 진행된 예비 경선(컷오프)에서 탈락했다. 선거인단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현직 국회의원들이 예비 경선 결과에 큰 영향력을 미치므로 여론과 상관없이 거대 계파의 후보가 최종 경선에 진출한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지역주의에 이어 그가 풀어야 할 '두 번째 과제'라고 말했다.

"현재 야당은 크게 흔들리고 있죠. 친노·비노로 나뉘는 계파 정치 때문에 통합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여당에 맞서는 힘 있는 야당을 보고 싶다면 불필요한 계파를 정리해야 하고, 이제 저는 이 일에 매진할 것입니다."

'절대로 부산 사하 을을 버리지 않을 사람'부터 '언젠가 새누리당으로 떠날 사람'까지. 조경태 의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되레 이에 대한 그의 반응은 명료하다.

"10년 넘게 부산에서 '야당'으로 출마·당선된 것. 그거면 증명된 것 아닌가요?"

정치 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조언

강의가 끝나갈 때쯤 참가자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조 의원은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3가지 조언을 남겼다.

첫째, 잘못을 인정하고 고칠 줄 알 것. 이는 당의 비판적 지지자가 될 수 있는 첫 번째 자질로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분열을 경계하고 통합의 리더십을 기를 것.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 상황에서 자국민끼리도 분열된다면 미래는 어둡다.

셋째, 한국 근현대사와 더불어 세계사를 들여다 볼 것. 역사는 반복된다는 당연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과거는 미래다.

야당 속 올바른 야당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조 의원. 그의 바람이 현실화될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다준다연구소, #조경태, #누드정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