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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를 모으고 있는 학생들
 폐지를 모으고 있는 학생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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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지났지만 여전히 쌀쌀하기만 한 요즘, 따뜻한 마음으로 지역 어르신들께 온정을 전한 학생들의 이야기가 화제다. 주인공은 바로 대구 북구 구암동에 위치한 함지고등학교 1학년 10반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은 이달 초 1학년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사물함을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각종 연습장, 문제집, 학습지 등을 교실 뒤에 쌓았다. 예년 같으면 뿔뿔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갔을 테지만 한데 모아놓으니 양이 꽤 됐다. 이것을 본 한 학생이 고물상에 팔아서 학급비로 쓰자는 제안을 했다. 담임선생님의 허락이 떨어지자 아이들은 더 열심히 폐지를 모았다.

다른 반 교실까지 찾아가 폐지를 모으는 1학년 10반 학생들
 다른 반 교실까지 찾아가 폐지를 모으는 1학년 10반 학생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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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폐지를 팔아 번 돈을 좋은 데 쓰는 게 어떻겠느냐"는 선생님 제안에 아이들이 맞장구를 치면서 일이 커졌다. 곧바로 다른 반까지 찾아가 폐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10반 실장은 쉬는 시간에 각 교실을 돌면서 이같은 제안을 하고 뒤쪽에 폐지를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렇게 모인 각 교실의 폐지를 10반 아이들이 힘을 모아 다시 한 곳에 모았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몸을 움직였고 그 사이 실장은 고물상을 수소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물상에서 와서 트럭에 폐지를 수거해갔다. 모아진 폐지는 모두 1172kg이었다. 1톤이 넘는 양이다. 그렇게 마련된 돈이 9만4천원이었다.

학생들이 모은 폐지는 트럭 두대 분량 1톤이 넘는 무게였다.
 학생들이 모은 폐지는 트럭 두대 분량 1톤이 넘는 무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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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곧바로 또 움직였다. 구청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동네 어르신들을 소개받은 것이다. 의논 끝에 연탄을 사서 전달해 드리기로 결정됐다.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선생님이 6000원을 보태 총 10만 원의 기금이 모였고 한 장에 500원 하는 연탄 200장이 마련됐다. 이렇게 마련된 연탄은 지난 12일 오전 도남동에 사는 두 명의 독거노인 집으로 각각 100장씩 전달됐다.

함지고 1학년 10반 실장, 이은진 학생
 함지고 1학년 10반 실장, 이은진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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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10반 실장인 이은진 학생은 "처음엔 작게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일이 커졌다, 1학년 전체가 과연 잘 협조할까 싶어 걱정도 했는데 친구들이 모두 마음을 모으고 다른 반 아이들도 잘 도와줘서 이렇게 좋은 결과를 만들게 됐다, 너무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폐지를 판 돈으로 마련한 연탄, 10만원으로 2백장의 연탄을 구입했다.
 폐지를 판 돈으로 마련한 연탄, 10만원으로 2백장의 연탄을 구입했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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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탄을 전해 받은 한 할머니는 "하루에 6~7장의 연탄이 필요한데 백장이면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학생들이 너무 고맙다"라며 반가워하셨다. 겨울을 나는 데 대략 700장 정도의 연탄이 쓰이는데 백장이면 보름 정도 쓸 수 있는 양이다.

10반 담임을 맡고 있는 이은희 선생님은 "담임이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반 아이들이 정말 너무 참하다, 실장도 솔선수범하고 아이들도 서로 잘 지낸다, 평소 그런 모습이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 힘이 된 것 같다, 한 해 마무리를 어느 해보다 뜻깊게 한 것 같아 너무나 뿌듯하다"라고 전했다.

연탄을 나르고 있는 함지고 1학년 10반 학생들
 연탄을 나르고 있는 함지고 1학년 10반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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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함지고 1학년 10반은 과학 중점 반으로 지정돼 졸업할 때까지 25명이 현재 구성원 그대로 2, 3학년을 같이 보내게 된다고 한다. 그만큼 아이들끼리 단합도 잘 된다고 한다. 또 그래서인지 이번 연탄봉사는 올해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학생들 누구할 것 없이 이구동성으로 앞으로 매년 이렇게 폐지를 모아 봉사를 하자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앞만 보며 달려가는 경주마처럼, 입시 전쟁에 내몰려 주위를 살필 여유조차 없는 요즘의 고등학생들을 보며 늘 안타까웠는데 이날만큼은 어린 학생들이 유난히 듬직하고 커보였다. 그만큼 남은 겨울도 더 따뜻할 것 같다.

연탄 봉사를 마치고 시커멓게 된 손을 즐겁게 펼쳐 보이는 학생들
 연탄 봉사를 마치고 시커멓게 된 손을 즐겁게 펼쳐 보이는 학생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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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대구 강북지역 언론인 강북신문(www.kbinews.com)에 함께 실렸습니다.



태그:#함지고, #연탄봉사, #폐지,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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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살고 있는 두아이의 아빠, 세상과 마을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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