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 청와대


레임덕(lame-duck)은 집권 말기에 다다른 정치 지도자의 지도력 공백 현상을 뜻한다. '다리를 저는 절름발이의'란 뜻을 대통령이나 지도자의 통치력 저하에 빗댄 말이다. 우리말로 고쳐 '권력누수현상'이라고 쓸 때도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2월 9일에 개막해 2월25일에 폐막한다. 이를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와 비교해 보면 묘한 날짜다. 박 대통령의 임기는 그해 2월 24일까지다. 대회 개막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고 폐막식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자리할 전망이다.

집권 말기에 박근혜 정부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이 가장 마지막에 있을 '큰 산'인 것만은 분명하다. 레임덕을 끄집어낸 이유다. 게다가 대회에 앞서 2017년 12월 20일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 못지않게 새 대통령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쏟아질 시점이다.

이 때문에 평창동계올림픽 이후를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내다보고 있는지 걱정이다. 수많은 나랏일이 산재해 있긴 해도 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안건이다. 천문학적인 대회 운영비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고통분담 해야 할 처지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놓고 '빚잔치'가 될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유치 당시 약 8조8000억 원으로 알려졌던 예산은 매년 널뛰기를 해 11조879억 원까지 올랐다. 이 중에서 중앙정부가 경기장 건설비의 75%를 책임지고 기반시설의 70%를 부담할 계획이다. 재정자립도가 뒤에서 세 번째인 강원도는 7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새로 짓는 시설물의 사후활용 계획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7곳의 신설 건설물 중 6곳의 사후활용 방안이 아직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평창동계올림픽이 강원도와 그 지역만의 축제가 아닌 나라 전체가 고심해서 치러야 할 대회가 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분산 개최에 대해 "의미 없다"고 한 것은 성급했다고 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은) 3년 만에 어렵게 유치한 대회이고 각 경기장 공사가 이미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분산개최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해 12월 평창동계올림픽의 일부 종목을 일본 등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언급했는데 이에 대한 박 대통령의 답이다. IOC는 오는 3월 말까지 결정해달란 뜻을 덧붙였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단숨에 돌려보냈다.

이미 대형 국제스포츠 행사는 실질적인 이득이 없다는 게 세계적인 분위기다. 올림픽은 IOC와 스폰서의 배를 불리고 월드컵은 FIFA(국제축구연맹)와 파트너사만 키워준다는 분석이 학계와 연구소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IOC의 분산 개최 제의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그들이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한진그룹


대회를 제대로 준비하고 '빚잔치'라는 비판에서 조금이나마 탈출하려면 정부-조직위-강원도의 끊임없는 소통과 긴밀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그 또한 잘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회 조직위원장인데 '땅콩 리턴' 사건을 겪으며 제대로 업무를 못 보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느닷없이 새해 들어 남북 분산개최를 언급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모두가 힘을 한데 모으지 못하고 제각각 놀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민간을 비롯한 각 분야 전문가들까지 한자리에 모여 소통하는 자리를 제안하고 싶다. 일사불란하게 수직적으로 움직여온 국내 체육계의 의사결정 과정은 여러 병폐를 낳았다. 인문, 사회, 과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이를 취합하는 최소한의 움직임이라도 필요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지금껏 소외됐던 강원도의 민심 잡기에 급급해 '단독 개최'라는 사탕발림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어차피 대회 이후 이들은 자리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국제 스포츠 대회를 과거 '국위 선양'이라는 틀에 갇혀 최근의 흐름과 반대로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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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blog.naver.com/kom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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