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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2015년 예산안을 통과 시켰다. 국회 예산 심의 기간 동안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따내려는 사람들의 방문으로 예결위에 소속된 의원실은 북새통이었다. 한 보좌관은 "예산을 요청하며 하루 100명 넘게 찾아온다. 고위직 공무원이나 별 3개 장성들도 면담 요청하고 몇 시간씩 기다리곤 했다"라고 밝혔다. 그만큼 연도별 예산 편성은 각 정부 기관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예산이 10% 넘게 증가해도 별 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분야가 있다. 바로 '남북협력기금'이다

남북협력기금 11.4% 증액, 하지만...

남북협력기금은 남북한 주민의 인적왕래, 다양한 분야의 남북협력 사업, 남북경협사업 등에 소요되는 자금 운영을 위해 1980년부터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남부교류협력 예산의 근간이 되는 기금이다. 올해 남북협력기금의 예산 편성은 1조1132억 원에서 1조2402억 원으로(기금관리비, 기금간 거래, 여유자금 운용제외) 1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약 3% 정도 증가한 정부 총지출 증가율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이는 ▲ 인도적 문제 해결 ▲ 북한 민생 인프라 구축 ▲ 민족 동질성 회복을 골자로 한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과 8·15 경축사 후속조치 이행에 초점이 맞춰진 덕분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북협력기금은 2013년 9.1% 증가, 2014년 1.4% 증가, 2015년 11.4%로 매년 증가해 왔다. 뿐만 아니라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향후 남북협력기금의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5.24조치 이후 남북협력기금은 거의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주 : 기금관리비, 기금간 거래, 여유자금 운용은 제외 ※2014년 9월 말 기준 / ( )는 집행률
▲ 5.24조치 이후 남북협력기금 사업비 집행 현황 (단위 : 억원, %) 2010년 5.24조치 이후 남북협력기금은 거의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주 : 기금관리비, 기금간 거래, 여유자금 운용은 제외 ※2014년 9월 말 기준 / ( )는 집행률
ⓒ 홍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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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이렇게 늘어난 예산을 제대로 썼느냐라고 물으면 답은 "아니오"다. 이유는 간단하다. 2010년 5·24조치로 인해 남북교류협력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다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예산집행을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2010년 5·24조치 이후 남북협력기금 집행률은 2011년 4.2%, 2012년 6.9%, 2013년 26.9%, 2014년(9월) 4.8%로 2013년을 제외하고 단 한 자릿수에 불과한 예산 집행률을 보였다. 심지어 2013년 기금 집행률이 증가한 이유 역시 개성공단 잠정중단에 따른 보험금 및 대출금 지원 때문이었다.

거짓말 된 박 대통령의 "인도적 지원과 DMZ세계평화공원" 공약

대북 인도적 지원에 편성된 남북협력기금 예산 집행률은 1~2%내외에 그치고 있다.
▲ 5.24조치 이후 대북 인도적 지원 세부사업별 예산집행실적 (단위 : 억원, %) 대북 인도적 지원에 편성된 남북협력기금 예산 집행률은 1~2%내외에 그치고 있다.
ⓒ 홍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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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협력기금 집행 중 가장 미진한 분야는 인도적 지원 부분이다. 본래 대북 인도적 지원은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정치적 상황과 구분하여 지속적으로 해결하겠다"라고 국민과 약속한 공약사항이며 드레스덴 선언과 8·15경축사 등을 통해 꾸준히 강조한 부분이다. 그러나 남북관계 경색이 반증하듯 대북 인도적 지원 관련 예산의 연 평균 집행률은 고작 1~2% 내외에 그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오히려 지난 3월 민화협의 대북비료지원 운동에 제동을 거는 등 민간차원의 인도적 지원마저 제재하고 있다.

DMZ 세계평화공원 역시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인 DMZ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은 남북관계 악화로 올해 302억의 예산 중 8800만 원(0.3%)을 집행(2014년 7월 기준)하는 데 그쳤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국제사회 등을 통해 강조했던 인도적 지원이나 DMZ세계평화공원 사업은 예산 집행조차 못한 거짓말이 되어버린 셈이다. 즉, 5·24조치 해제 등을 통한 남북교류협력 정상화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 없이는 그 어떤 대북정책이나 예산집행도 효용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내년이 마지막 기회, 과감한 대북정책 전환 있어야

물론 박근혜 정부에도 이유는 있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초부터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비롯해 개성공단 잠정중단, 남북 고위급회담의 난항 등 남북관계의 여러 악재가 있었다. 그러나 내년은 다르다. 2015년은 박근혜 정부 임기의 반환점을 앞둔 시점으로, 정치적 변곡점인 선거도 없다. 즉, 남북의 경색국면을 타개하고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할 절호의 시기인 셈이다.

이와 관련된 5·24조치 해제 또는 금강산관광 재개와 같은 과감한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사)경실련통일협회는 "남북관계 개선 없는 남북협력기금 증액은 아무 효과 없다"라는 입장을 내고 ▲ 5·24조치 해제 ▲ 금강산관광 재개 ▲ 민간차원의 인도적 지원 확대 ▲ 이산가족 상봉 재개 등 다각적 방법을 통해 남북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고 조속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남북교류협력 확대·발전을 촉구했다.

그러나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통일준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통일헌장 선포, 평화통일상 제정 등의 이야기가 오고 갔다. 물론 실천가능한 환경협력 이야기도 나왔지만 북한을 통일의 대상은커녕 대화의 상대로조차 인정하지 않는 현 상황과 맞물려 5·24조치로 사실상 모든 남북의 교류와 협력을 막은 현 상황에 떠오르는 말은 모 개그프로그램의 대사뿐이다.

"아이구~ 의미없다."

덧붙이는 글 | 홍명근 기자는 경실련 통일협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평화, #통일, #박근혜, #남북협력기금,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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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바꿈세상을바꾸는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그리고 지금은 한반도평화경제포럼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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