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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드라마 세대', '반항 세대', '세련된 세대', '전환기 세대', '이메일 세대', '미디어 세대', 'X세대', 'Y세대', '통일 세대', '89세대', '플러스 세대', '짜증 세대', '관계해체 세대', '이주 청소년 세대', '인터넷 세대', '베를린 세대', '2000년 세대', 'N세대', '동독 세대', '합일된 세대', '세대. 독일(세대.de)' -<'세대'란 무엇인가?> 307쪽-

위 글은 독일 민속학자인 카스파 마제(Kaspar Maase)가 발표한 '다채로운, 그러나 평이한 탈영웅적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주해' 중 일부입니다. 참으로 별스런 세대가 다 있습니다. 세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가 쓴 글 중에는 '골프 세대'도 있고, '앨리 세대'도 있습니다.

독일인 학자가 쓴 글에만 세대가 있는 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별다른 부담감 없이 '삼포세대', '88세대', '386세대', '신세대', '촛불세대', '이케아 세대', 'P세대', '인디 세대' 등 무슨 무슨 세대라는 말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상용어처럼 사용하고 있으니 세대라는 말이 가벼이 보일지는 모르지만, 세대라는 단어는 시대적 실체이며 정체성을 나타내는 아주 묵직한 용어입니다. 단적인 예로 '삼포 세대'라는 말은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할 만큼 절박한 삶을 살고 있음을 함축해 나타냅니다.

'세대'란 무엇인가를 묻고 답하다

<‘세대’란 무엇인가?>(엮은이 울리케 유라이트·미하엘 빌트 / 옮긴이 박희경·김연수·탁선미·구연정·서유정·목승숙·오순희·정윤희·이숙경·이영기·함수옥·박은주 / 펴낸곳 도서출판 한울 / 2014년 10월 6일 / 값 4만 8000원)
 <‘세대’란 무엇인가?>(엮은이 울리케 유라이트·미하엘 빌트 / 옮긴이 박희경·김연수·탁선미·구연정·서유정·목승숙·오순희·정윤희·이숙경·이영기·함수옥·박은주 / 펴낸곳 도서출판 한울 / 2014년 10월 6일 / 값 4만 8000원)
ⓒ 도서출판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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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란 무엇인가?>(엮은이 울리케 유라이트·미하엘 빌트, 옮긴이 박희경 외, 펴낸곳 도서출판 한울)는 '한독젠더문화연구회'가 2011년과 2012년에 독일 사회학자 카를 만하임 이후에 발표된 세대 관련 문헌들을 함께 읽고 토론했던 결과물을 엮은 내용입니다. 

고전적 의미에서의 세대는 생식성(生殖性), 개체의 번식을 통해서 생물학적으로 대를 이어가는 계보, 즉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아들로 이어지는 혈통적 세대가 주였겠지만 책에서는 '계보학적 세대', '교육학적 세대' 그리고 '사회문화-역사적 세대'로 분류한 내용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세대는 단순히 동년배집단을 이르는 말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세대가 단순히 동년배 집단을 전제로 하는 말이라면 우리나라 모든 젊은이들은 88만원의 월급을 받고,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젊은이들 중에서도 그렇지 않은 사람, 이런저런 대물림으로 어린나이에도 수십억 자산가가 적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책에서는 "정체성의 형성, 집단과의 연계, 경험의 공동체, 행동의 중요성, 이 네 측면에서 세대에 대한 언설을 규정하고,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누구는 세대를 특정 또래의 집단 정도를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 할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누구는 어느 집 몇 대 손이냐를 나타내는 계보적 의미로 사용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세대' 어쩌면 수평선처럼 쉬 다다를 수 없는 미지일 수도

세대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는 어쩌면 '수평선' 같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고정적인 개념일 수도 없고, 세대라는 용어가 어떤 의미를 어떻게 포함하고 있을지도 아직까지는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매듭은 아주 복잡하게 얽힌 듯 보입니다. 하지만 첫 실마리만 제대로 찾으면 대부분의 매듭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술술 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빤히 보이는 수평선까지 다다르는 길은 이와 반대입니다. 아주 쉬울 것 같지만 수평선까지 다다르는 길은 가능하지도 않고 결코 쉽지도 않습니다. 수평선이란 게 한 곳에 고정돼 있는 고형물도 아니고, 수평선까지 가는 바닷길에 어떤 장애물들이 어떤 형태로 감춰져 있는지 또한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에는 '성장의 한계'가, 1980년대에는 '사회복지 축소'가 거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국가에서 세대는 1990년대에 비로소 공적인 주제가 되었다. 이는 복지국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듯한 느낌과 관련이 있었다. 1957년의 대대적인 연금 개혁을 목도한 세대들에겐 복지국가가 어제의 비교적 낮은 보험료로 오늘 비교적 높은 소득을 받는, 사회적으로 보장된 삶의 지평선을 보증하는 것을 의미했다면, 1990년대의 다양한 연금개혁 세대들은 노년보장 정책의 전략 대상으로 간주되었다. -<'세대'란 무엇인가?> 60쪽-

요즘 인터넷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서 빠지지 않고 우위를 차지하는 사회적 이슈 중 하나가 '공무원연금'과 관련한 용어들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 등의 예를 참고 할 것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독일 등이 먼저 연금을 시행해 정착된 나라이니 그런 나라들을 참고하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추락 세대'라는 말 회자될까 염려 돼

하지만 분명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을 것입니다. 독일이 연금제도를 정착시키기까지 과정이 되고 밑거름이 됐을 사회적 분위기와 절차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의사소통에 대한 자유와 권리가 전제되어야할 것입니다. 말하고 싶은 것은 말할 수 있고, 듣고 싶은 것은 들을 수 있는 제도가 독일만큼 전제될 때 독일을 참고로 한 결과가 우리나라에도 거부감 없는 제도로 정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이버 망명'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 과정을 무시하고 독일의 결과만을 참고로 하라는 것은 한국적민주주의를 외치는 또 다른 유신의 모습으로 비출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연금제도는 단순히 돈이나 복지문제가 아닙니다. 세대와 관련한 문제이기에 주판알을 튕기듯 경제적인 분야만을 검산할 게 아니라 세대에 대한 연구와 이해가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가가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추락한다면 투자논리와 형평성 등 전체 맥락에서 그 합법적 타당성을 상실한다고 합니다.

국가가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이 돼 '사이버 망명'에 이어 '연금 망명'까지 낳을까 걱정되고, 행여 '추락 세대'라는 말이 회자되며 그 세대에 나 자신이 포함될까 심히 근심되고 염려됩니다. 국가적 최대 이슈중 하나가 된 연금문제, 어쩌면 이 책, <'세대'란 무엇인가?>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됩니다.

덧붙이는 글 | <‘세대’란 무엇인가?>(엮은이 울리케 유라이트·미하엘 빌트 / 옮긴이 박희경·김연수·탁선미·구연정·서유정·목승숙·오순희·정윤희·이숙경·이영기·함수옥·박은주 / 펴낸곳 도서출판 한울 / 2014년 10월 6일 / 값 4만 8000원)



세대란 무엇인가? (반양장) - 카를 만하임 이후 세대담론의 주제들

울리케 유라이트.미하엘 빌트 엮음, 한독젠더문화연구회 옮김, 한울(한울아카데미)(2014)


태그:#‘세대’란 무엇인가?, #박희경, #김연수, #탁선미, #구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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