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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우그룹 해체 관련 비공개 증언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출판기자간담회에서 저자인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교수가 참석하고 있다.
▲ '김우중과의 대화' 저자 신장섭 26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우그룹 해체 관련 비공개 증언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출판기자간담회에서 저자인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교수가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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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애플사 창업자)보다 100배 낫다고 본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가치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보다는 한수 아래였다. 반복되는 극찬에 듣고 있던 기자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의 저자인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다. 

신 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책을 내게 된 취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김 전 회장은 대우 해체 과정에 책임이 없다는 내용이다.

신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대우의 흥망사와 한국 현대경제사에 대한 '역사 바로잡기'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전회장에게 국가가 추징한 추징금 23조 원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재계 2위 대우그룹 해체... 김우중 회장은 잘못 없다"

김우중 전 회장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 후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인물이다. 지난 2006년 징역 8년 6월과 벌금 1000만 원 판결을 받고 복역하던 중 지난 2008년 1월 특별 사면됐다. 김 회장이 내야 할 추징금 23조 원 가량은 여전히 유효하며 대부분 미납상태다.

신 교수가 쓴 <김우중과의 대화>는 15년 전 있었던 대우그룹 해체에 대한 비공개 증언을 대화록 형식으로 담은 책이다. 그는 IMF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체된 대우그룹을 '희생양'으로 표현했다. 김 전회장에 대해서는 '항상 국가 발전을 염두에 뒀던 진정한 민족주의자'라고 치켜올렸다.

"대우는 성장신화는 일궜지만 구조조정을 게을리해 망한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죠. 실제로는 외환위기 후 구조조정에 반대해서 몰락한 것입니다. 김 전 회장은 IMF 구조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한국경제가 나빠진다고 봤습니다."

신 교수는 이런 김 전 회장의 인식이 IMF 처방을 철저히 따르려 했던 국민의 정부 경제관료들과 정면으로 충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 주도에 따라 강제로 대우그룹이 몰락하고 해체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서 회사나 김 전 회장에게 어느정도 책임이 있는 것 같냐는 질문에는 "잘못한 게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경제팀이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철저하게 국제 금융자본 논리를 대변해 국내 산업자본을 희생시켰다"고 주장했다. 당시 구조조정을 무리하게 진행하고 제조업체를 외국에 헐값에 팔아넘기는 바람에 한국이 현재 저성장에 허덕이고 있다는 논리다.

신 교수는 "미국의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자동차를 높은 가격으로 인수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굳이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안 해도 괜찮을 정도로 일이 잘 진행되고 있었는데 정부가 나서서 재를 뿌렸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금유감독원장이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이었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이에 대한 공개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보다 인격·품위 앞서... 23조 원 추징금 원천 무효"

이날 신 교수는 "재평가가 필요하다"면서 김 전 회장을 시종일관 옹호했다. '부실기업인'이 아니라 경제관료에 맞서다 장렬하게 희생된 민족적 경영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김 전회장과 애플사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를 비교하며 "둘 다 완벽주의자로서의 면모가 강했지만 김 전 회장이 인격, 품위, 공동체에 대한 생각에서 훨씬 앞선다"는 평을 내놨다.

정치인들과 남다른 친분을 유지했던 김 전 회장에 대해 '정경유착 아니었느냐'라는 질문이 나오자 "그것은 정경유착이 아니라 정경협력"이라면서 즉석에서 정정해주기도 했다 .그는 "경제가 잘 성장하려면 정경 협력이 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김 전 회장의 추징금 23조 원 가량에 대해서는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적인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기준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가 가지고 있는 돈이 23조 원 정도"라면서 "1999년 대우가 망할 때 김 전 회장이 어떻게 23조원을 빼돌릴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신 교수는 "법원에서조차 '횡령에 대한 증거는 없지만 징벌적인 차원에서 판결했다고 말한 게 이를 증명한다"면서 "이런데도 한국이 지난해 김우중 추징법을 만든 것은 인격살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책은 추징금이 원천무효라는 점을 주장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주최로 열리는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특별포럼에서 강연에 나선다. 이 자리에는 김 전회장도 직접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신장섭, #김우중, #대우, #기획해체, #대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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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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