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농 경북도연맹은 지난 14일부터 한중FTA 협상이 열리는 대구엑스코 인근인 거평삼거리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농 경북도연맹은 지난 14일부터 한중FTA 협상이 열리는 대구엑스코 인근인 거평삼거리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한·중자유무역협정(FTA) 12차 협상이 지난 14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농업 인구가 가장 많은 경북의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보여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경북은 농가인구가 전체 인구의 16.1%를 차지하며 농업소득도 1인당 1422만6000원으로 전국의 농업인들 중에서 가장 높다. 여기에 한우와 사과, 포도, 고추 등 12개 품목은 전국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다.

지난 2010년 기준으로 볼 때 우리 국민들의 주식인 쌀의 경우 관세를 포함해도 2.4배의 가격차이가 나고 콩은 5.3배의 차이가 났다. 특히 채소류의 경우 배추는 3.5배, 호박은 7.5배에 달했으며 양념류인 고추는 무려 15.5배에 달했다. 거의 모든 농업에서 중국의 농축산물이 몰려올 경우 우리 농가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게 정부와 농민단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중국에 제조업 분야 조기 관세철폐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농수산 품목 개방 확대와 관세철폐를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한·중FTA가 체결될 경우 민감 품목의 경우 10년 이내에 관세를 철폐해야 하고 초민감 품목의 경우에도 20년 이내에 관세를 철폐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0년 기준 한국과 중국의 주요 농산물 가격 차이.
 지난 2010년 기준 한국과 중국의 주요 농산물 가격 차이.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이 때문에 농민단체들은 한·중FTA 협상에서 농업분야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맺어온 한·미FTA나 한·EU, 한·칠레 FTA보다 농민들은 몇 배나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주성 전농경북도연맹 의장은 "협상내용이 공개가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이해당사자인 농민들이 배제되고 있다"며 "기존 협상과 다르게 이번 12차 협상은 4박5일 일정으로 늘어 연내타결이 기정사실화 되는 거 아니냐"고 우려했다.

남 의장은 "지금도 농산물 가격이 보장되지 않는데 정부가 농산물의 많은 부분을 초민감 품목으로 지정해 보호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한·중FTA는 반드시 중단되고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장은 지금까지 맺어진 FTA로 농민 고통이 악순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전 같으면 100가지 이상의 농산물을 다양하게 지었지만 지금은 농민들이 짓는 품목이 소수로 줄어들었다며 "농사를 지어봤자 이익이 없고 가격 폭락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중FTA를 반대하는 농민대회가 14일 오후 대구시 북구 산격동 산격대교 앞에서 열린 가운데 농민들이 얼음으로 만든 '한중FTA'글자를 망치로 깨고 있다.
 한중FTA를 반대하는 농민대회가 14일 오후 대구시 북구 산격동 산격대교 앞에서 열린 가운데 농민들이 얼음으로 만든 '한중FTA'글자를 망치로 깨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특히 가족농 형태가 많은데 정부가 소수의 농민들을 집중 지원해 보호하는 정책으로는 농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지방정부의 지원도 한계도 있어 '언 발에 오줌누기'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남 의장은 정부가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농업정책을 새로 짜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맺어진 FTA로 인한 농업피해에 대해 정확히 조사하고 이를 근거로 새로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기초식량보장법을 포함한 기초농산물 수매제, 식량자급률 법제화 등을 통해 농민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농업이 수출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희생되어 왔다며 경쟁력을 갖춰온 기업이 농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상은 전농 부의장은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 농업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수십 년 경쟁력을 갖춰온 기업이 농업을 지키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경상북도는 농어업FTA 대책특위를 구성한 데 이어 농민사관학교를 통해 농업 미래인재를 양성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1700억 원의 농어촌진흥기금을 조성하고 주요 품목에 대해서는 초민감 품목에 우선적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영숙 경상북도 FTA농식품유통과장은 "경북농어업진흥재단을 설립해 수출과 교류협력사업을 주도하고 해외시장에 대한 수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유통혁신을 통한 품목별 경쟁력을 높이고 산지 유통시설 확충과 직거래를 확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친환경 축산 인프라를 확대하고 사료의 100% 지급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농민들은 지난 14일 전국에서 5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결의대회를 갖고 한중FTA 반대를 외쳤다. 전농 경북지부 등은 또 한·중FTA가 열리는 엑스코 인근의 거평삼거리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하는 한편 오는 17일에는 3보1배 행진을 벌이면서 시민들에게 한·중FTA반대를 호소할 예정이다. 


태그:#한중FTA, #경상북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