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브라질 월드컵 16강 탈락의 결과를 가져 온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거취에 대한 협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홍 감독은 사의 입장을 밝혔으나 협회에서는 유임을 결정했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국회관에서 브라질 월드컵 16강 탈락의 결과를 가져 온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거취에 대한 협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홍 감독은 사의 입장을 밝혔으나 협회에서는 유임을 결정했다. ⓒ 이희훈


대한축구협회가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홍명보 국가대표 감독의 거취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홍명보 감독을 계약기간인 2015년 1월 아시안컵 때까지 유임한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성난 축구팬들에게 기름을 붓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허정무 부회장은 홍명보 감독의 유임 결정에 대해 언급하며, 유임을 택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홍명보 감독의 월드컵 준비 기간이 짧았다는 점을 강조한 그는 실패했다고 물러나는 것도 문제라 본다고 말하며 홍 감독에게 명예회복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허정무 부회장은 이번 월드컵 참사에 대해 책임질 사람이 누군가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을 회피했다.

이로써 대한민국 남자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은 2015년 1월까지 계속해서 홍명보 감독이 잡게 됐다. 선수들이 경험을 쌓으러 나가는 무대가 아닌, 증명하는 나가는 무대인 월드컵에서 '의리 축구'를 강행하며 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음에도 홍명보 감독은 다가오는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허정무 "실패했다고 해서 감독 경질하는 것도 문제"

홍 감독의 유임은 이제 최종적으로 '결정'이 된 사항이다. 이제 축구팬들은 좋든 싫든 2015년 1월까지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을 이끄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감독 유임 결정은 축구팬들의 실망감을 더욱 키우고 말았다. 더 나아가 허정무 부회장의 기자회견 내용 일부는 축구팬들의 분노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실패를 했다고 물러나는 것도 문제"라는 것과 월드컵 참사에 대해 책임질 사람이 누구냐에 대한 질문을 회피한 것이다.

허정무 부회장은 실패했다고 해서 감독을 경질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1998년 대표팀을 이끌던 차범근 감독을 월드컵 도중에 경질했으며, 최근인 2011년 아시아지역 3차 예선 레바논전에서 패하자 기다렸다는 듯 조광래 감독을 경질한 대한축구협회에서 과연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대한축구협회는 다른 어떤 스포츠 단체보다 '큰' 문제를 가지고 있는 단체다. 부회장 스스로 공식 석상에서 대한축구협회를 문제가 많은 단체라 언급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허정무 부회장은 월드컵 실패에 대해 책임질 사람이 누군가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회피했다. 축구팬들의 질책을 기꺼이 수용하고 실패에 대한 원인을 연구해 개선 방법을 찾겠다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경험하는 무대가 아닌, 증명하는 무대에서 한국축구가 최악의 성적에 그쳤음에도 단 한 명도 책임을 지겠다는 이가 없는 것이다.

축구팬의 비판은 '의리 축구'를 강행한 홍명보 감독과 의리 축구의 수혜자인 박주영, 정성룡 등에게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축구팬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홍명보 감독 역시 의리 축구의 수혜자라는 것이다. 홍 감독 역시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월드컵 실패 이후에도 계속해서 지휘봉을 잡게 됐다. 실패한 감독의 유임을 결정했다면, 그리고 누군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면, 의리 축구의 가장 '상위'에 해당하는 인물이 책임을 져야만 하는 결론이 나온다.

일찌감치 월드컵 실패가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안도 마련해 놓지 않은 대한축구협회. 그리고 월드컵에서의 뼈아픈 실패를 맛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표팀 감독에 전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는 대한축구협회. 축구팬들은 알아야 한다.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 정성룡 등이 비판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들의 의리 축구를 가능하게 했던 그 '상위'에 있는 단체와 인물들은 더 큰 비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리로 가득한 2014년의 대한민국 축구, 그들의 미래는 전국에 내리고 있는 '장맛비'와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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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부회장 홍명보 감독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정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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