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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래씨가 선후배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를 잊지말자는 침묵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성균관대 학내 침묵퍼포먼스 신나래씨가 선후배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를 잊지말자는 침묵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제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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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그날부터 얼마간 대한민국은 활화산처럼 끓어올랐다. 그로부터 70여 일, 세월호 참사에 대처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달랐다. 팽목항에 내려가 봉사활동을 하는 이도 있었고, 어떤 이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또 누군가는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지성의 요람이라는 대학 사회 내부의 온도차는 뚜렷했다. 몇몇 대학에서 사람들이 모여 시국선언을 받기 시작했지만, 금세 그에 반발하는 여론이 일었다. 모든 구성원이 동의하지 않는데, 대학 시국선언에 학교 이름을 쓰지 말라는 논리였다. 세월호 참사에 놀라울 정도로 무덤덤한 20대들의 반응은, 지금의 대학사회를 보여주는 거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퍼포먼스를 기획하고 서명운동을 벌인 대학생 신나래(21)씨를 인터뷰했다. 세월호를 잊지 말기 위해 행동하기를 선택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누구보다 '대학사회 내부의 이상한 침묵의 기류'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음은 신나래씨와 나눈 일문일답.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침묵 퍼포먼스를 알리는 웹자보. 신나래 씨가 직접 만들고 배포했다.
▲ 퍼포먼스 홍보 대자보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침묵 퍼포먼스를 알리는 웹자보. 신나래 씨가 직접 만들고 배포했다.
ⓒ 제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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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는데, 이번 사건을 바라보며 어떤 점을 느꼈나?
"경제대국 10위라는 대한민국에서 300명에 이르는 목숨들이 죽어가는 것을 온 국민이 TV생중계로 지켜봤다.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 손 놓고 있던 해경이 변명하는 모습이 신물이 났다. 정작 사고 당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은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을 져야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 하나 '내 잘못이오' 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게 나라인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 대학사회 내에서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침묵퍼포먼스와 세월호 특별법 서명운동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왜 나서야겠다고 생각하였나?
"가장 선두에서 분노하고, 행동해야 할 20대들이 유난히 세월호 참사에 등을 돌렸다. '언제고 슬퍼할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사실 각자의 생활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잊혀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눈물 마를 새도 없는 희생자 유가족들이 천만인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을 보고 나도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들과 모여서 피켓을 쓰고, 퍼포먼스를 했다.

우리가 퍼포먼스를 시작하자마자 학교측 관계자는 버선발로 뛰쳐나와 학교본부건물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제지당하는 것보다 학우들이 조금이라도 보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한 우리는 건너편으로 가서 퍼포먼스를 계속했다."(웃음)

6.10을 맞춰 세월호를 잊지말자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던 기자회견
▲ 세월호 시국선언 발표 6.10을 맞춰 세월호를 잊지말자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던 기자회견
ⓒ 제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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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생, 중학생들 보다 오히려 대학생들이 이번 세월호 참사에 무심한 듯 보인다.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직후에는 주변의 많은 친구들도 가슴 아파하고 무능한 정부에 분노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점점 양비론이 고개를 들었다. 예를 들어, '세월호 참사가 대통령 때문은 아니잖아?'라든지, '정부도 나름 책임을 다했는데 왜 정부 탓만 하느냐'는 식이다. 나에게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한 희생자 어머니가 딸에게 쓴 편지를 보았다. '너는 돌 때 명주실을 잡았는데, 헌 것을 놓아서 이리 되었을까... 엄마가 부자가 아니라서 미안해, 없는 집에 너같이 예쁜 애를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하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세월호 참사가 그네들의 잘못일까. 왜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죄인이다,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비이성적인 것인가 되묻고 싶다."

- 대학생들의 삶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팍팍하다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다.
"대학생들이 스펙 쌓기 경쟁에 몰두해 취업기계가 되고 있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많이 나왔다. 대학 입학 전부터 겪었던 입시경쟁과 나만 잘되면 된다는 개인주의의 싹이 대학 입학이후 학점 경쟁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꼭 세월호가 아니더라도 언제 낙오될지 모르는 사회 아닌가. 그런 암묵적인 공포와 두려움이 개별적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본다. 우선 나부터 살고 봐야한다, 하는..."

신나래 씨는 대학생들이 세월호를 비롯한 여러 사회 활동에 참여하여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고 주장했다.
▲ 신나래 (21,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신나래 씨는 대학생들이 세월호를 비롯한 여러 사회 활동에 참여하여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고 주장했다.
ⓒ 제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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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 다른 집단에 비교해서도 더 파편화되고 개인화되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대학생들의 울분이나 분노가 개별적으로 형성된 것 같다. 대학생들이 유별나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들을 묶어내는 조직이 없다는 말이다. 지난해 있었던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도 결국은 개인의 선언에 그쳤다. 그 힘이 집단적으로 모아지거나 사회를 뒤바꿔내지 못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도 대학생 개별의 안타까움과 분노로 남아있다. 어쩌다가 촛불집회에 나가는 대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나가는 정도인데, 이것은 2014년 대학생들의 삶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신나래씨는 학교에서 벌인 침묵퍼포먼스 중에 '아직도 실종자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신씨는 앞으로도 "'기억하면 잊혀지지 않는다'는 피켓을 계속해서 들 것"이라고 한다.

역사는 결국 기억의 투쟁에서 승리한 이들의 이야기가 기록되는 공간이다. 세월호 참사가 제대로 기록되기 위해서는 언제라도 잊혀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에 맞서 단 한 명이라도 더 기억하고 행동하려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태그:#세월호 대학생, #세월호 참사, #세월호 시국선언,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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