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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교진 세종시교육감  당선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당선자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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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직 인수위 사무실은 소란스러웠다. 여러 개의 라디오 채널을 동시에 틀어 놓은 듯했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탁자마다 질문과 토론이 끊이지 않았다. 최교진 당선자 앞에도 자료가 쌓여 있다.

"종일 업무파악에 정책방향을 고민하느라 너무 바쁩니다." '유권자들과 당선인사는 제대로 나눴냐'는 질문에 그는 "선거운동 때보다 할 일이 더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19일 오후 최 당선자를 만나기 위해 인수위 사무실 문을 밀치는 순간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요란하게 울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라는 1심 판결 결과를 알리는 지인들이 보낸 '카톡' 문자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재판결과가 화두에 올랐다. 환하게 웃던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전교조는 역사만 25년이 넘어요. 조합원수만 6만 가량 됩니다. 이런 합법교원노조를 사소한 이유를 들어 법외 노조화하려는 정부의 태도가 안타깝네요. 이게 교육발전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판결 결과와 별개로 전교조와 소통하고 협력할 겁니다."

"학교대란, '돈' 보다 '사람 먼저'로 해결하겠다"

최 당선자는 지난 1989년 전교조 결성 건으로 구속돼 해직됐다. 이후 전교조충남지부장과 전교조전국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때를 떠올린 때문인지 그가 헛헛하게 웃었다.

최 당선자는 지난 2012년 세종시 초대 교육감선거에 출마했다 1300표 차로 석패했다. 당시 보수후보 진영의 '학생들을 이념교육의 수단으로 삼는 좌파에게 세종시 교육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공격이 영향을 미쳤다. 이번 선거에서는 상대후보가 선거공보에 '전교조를 뽑으시겠습니까?, 우리 아이들에게 이념과잉 교육은 절대 안 됩니다!"라고 적었다.

- 선거운동기간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다니셨죠?

"선거운동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아쉬움은 없어요. 다만 상대후보 측에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도를 넘어선 네거티브를 한 게 마음에 걸리고 부끄러웠어요. 여러 차례 정책선거하자고 제안도 해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더군요. 유권자를 만나 대신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2대 교육감 당선이지만 세종시는 여전히 새로운 도시다. 현재 세종시 초중고 학생은 1만 6000여 명(54개 학교)이다. 최 당선자의 임기가 끝나는 2018년에는 2만 5000명(180개 학교)으로 늘어난다. 도시 건설이 한창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묘한 일이 벌어졌다.  명품 계획도시에 학교가 부족한 '학교 대란'이 일어났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넘쳐나는 학생들로 교실부족에 시달렸다. 일부 초등학교는 한때 인근 고등학교 빈 교실을 빌려 사용해야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수요예측을 잘못해 일어난 문제를 교실을 수직 증축하거나 운동장 모퉁이에 건물을 짓는 방식으로 해결하려했다.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를 교육도시로 만들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시작부터 학교대란에 몸살을 앓고 있어요. OECD 기준 평균 학급당 적정 학생 수가 나와 있는데 수요예측을 못했다는 게 이해 됩니까? 세종시 부지가 2200만평인데 학교용지 공급가격을 이유로 부지마련을 못한다는 게 말이 되냐구요?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돈이 먼저다 보니 일어난 문제죠."

전국 최초 '컴퍼스형 고교' "선행 연구 자료 세부 검토 후 제시한 것"

세종시교육감직 인수위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세종시교육감직 인수위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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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학교대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지혜를 모으고 있다. 

"지어진 학교에 교실을 수직증측하거나 증설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일단 행복도시건설청과 협의해 최대한 학교 부지를 찾을 생각입니다"

그가 제시한 전국 최초 '컴퍼스형 고등학교'도 교실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 중 하나다.

"캠퍼스 고등학교는 4∼5개 정도의 고등학교를 한 곳에 배치하는 대학 형태의 고등학교입니다. 고등학교로 예정된 부지에는 우선 부족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짓겠습니다. 이어 4~5개의 다양한 공립 고등학교를 서로 인접 부지 안에 배치하는 캠퍼스 고등학교를 건립할 계획입니다. 공연장, 도서관, 양호시설, 동아리실은 물론 체육관, 수영장, 농구장 등 문화체육시설을 공동으로 활용하면 예산도 크게 절감할 수 있습니다."

- 캠퍼스형 고교설립이 효율성만을 중시한 설익은 정책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요?
"아닙니다. 첫 시도지만 행복도시 건설초기부터 이를 제안한 전문가도 있습니다. 또 캠퍼스형 고교에 맞는 교과과정을 연구한 전문가도 있습니다. 선행 연구자료 등을 꼼꼼히 검토해 내놓은 안이에요."

- 전임 교육감이 추진해온 정책 중 좌표수정이 필요한 정책이 있다면요?
"돌아가신 교육감께서 초대교육감을 맡아 1년여 동안 교육청을 이끌었습니다. 크게 배치되는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국내 최초로 내년 3월 문을 열 예정인 예술과 과학 등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의 경우 건립비(약 420억 원)와 운영예산 상당부분을 세종시교육청에서 부담하는데도 세종시 출신 학생들은 거의 진학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우리 지역 학생 진학할당율이 10%로 제한돼 있어요."

그는 지난해 문을 연 세종국제고도 같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국제고에도 관내 중학교 졸업생은 극소수만이 배정되고 있어요. 시교육청 예산으로 만든 시설에 우리 지역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없도록 한 것은 매우 비합리적입니다. 협의를 통해 지역할당률을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시교육청 예산으로 만든 시설에 우리 지역 학생은 극소수만 진학"
 

국내 최초로 내년 3월 문을 열 예정인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공사비(약 420억 원)와 운영예산 상당부분을 세종시교육청에서 부담하는데도 세종시출신 학생들은 진학할당율이 10%로 제한돼 있다.
 국내 최초로 내년 3월 문을 열 예정인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공사비(약 420억 원)와 운영예산 상당부분을 세종시교육청에서 부담하는데도 세종시출신 학생들은 진학할당율이 10%로 제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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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형 혁신학교'는 최 당선자의 5대 공약사항 중 하나다. 19일 세종시교육청은 시교육청 교육전문직을 대상으로 '혁신학교 이해와 혁신 정책 수립'을 주제로 연수를 실시했다.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 담당 장학관이 강사로 초빙됐다.

"임기 중 세종시내 모든 학교를 세종표 혁신학교로 바꿀 계획입니다. 세종시내 전체 초중고는 54개 교로 많지 않습니다. 임기동안 신설되는 학교를 합해도 모두 180개 교 정도로 추정됩니다."

- 혁신 학교 구상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주십시오.
"인수위내에도 경기도에서 혁신학교를 앞장서 이끌어온 이광호 함께여는교육연구소 소장을 비롯 혁신학교를 처음 퍼트린 전문가들이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지금은 혁신학교를 배우는 과정입니다. 이후 우선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중심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주요 주체인 교사들 교육에도 집중할 생각입니다. 현재 교사들을 중심으로 혁신학교 준비모임이 구성돼 활동 중입니다. 지역민들도 교사들에게 혁신학교를 권유하는 분위기예요."

기존 읍면지역과 예정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 문제도 쟁점 중 하나다.

"우선 고교평준화를 단행할 예정입니다. 농촌학교는 자연, 생태, 역사가 실아 있는 제대로 된 학교로 만들겠습니다. 설명 드린 혁신학교 계획이 진행하면 이같은 문제가 많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색있는 교육과정 시행도 보탬이 될 것입니다. 이밖에 교육연수원, 학생수련원, 체육중고등학교 설립 장소를 통해 교육균형발전을 꾀할 생각입니다"

"고교평준화 시행할 것... 신입생 교복과 수학여행은 무상으로"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학교배치도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학교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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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평준화 계획도 거듭 밝혔다. 이어 신입생 교복과 수학여행비 무상약속도 강조했다.   

"소외계층의 교육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을 중심으로 학습도우미제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교육자원을 적게 받아 기초 학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중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생기지 않도록 배려하겠다는 겁니다.

특히 중, 고등학교 입학생 전원에게 1회에 한해 교복을 무상지급, 적어도 교복 양극화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또 학습준비물, 수업에 꼭 필요한 체험학습비, 수학여행비 등은 무상으로 해 학교 안 양극화를 해소하겠습니다."

교사업무 경감을 위한 대책으로는 교무행정사 의무 배치를 내놓았다.

"교무행정사를 배치할 계획입니다. 이미 강원도와 경기도 등 일부 지역교육청에서 시행해 그 효과도 검증된 바 있습니다. 기존의 수습교사를 배치하는 방식은 한계가 너무 많습니다."

- 인사제도도 손볼 계획인가요?
"인사위원회를 객관적으로 구성하고 배점기준 등을 손질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하겠습니다. 대폭 손질한다기보다 미비한 점을 개선, 보완하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승진을 위한 점수 따기가 아닌 잘 가르치는 교직원들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 세종시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교육에 관심있는 학부모들께서 이번 선거가 그나마 정책선거가 되도록 이끌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지지해주셨습니다. '지지해 줬으니 잘해 보라' 하지 마시고 제가 내놓은 공약이 실현되도록 참여하고 관심 가져 주십시오. 교육부에서 '안 돼' 할 때 힘을 주는 것은 학부모들입니다. 그래야 할 수 있습니다.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우리 아이가 행복해야 내 아이도 행복해집니다."


태그:#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최교진 당선자, #혁신학교, #수학여행, #교복 무상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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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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