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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은 '밥'으로 통한다> 책표지
 <한국 음식은 '밥'으로 통한다> 책표지
ⓒ 한울(한울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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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일 먹고 있는 음식들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될까? 외국인이 우리 음식에 대해 물으면 무엇을, 어떻게, 자신 있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

<한국 음식은 '밥'으로 통한다>(한울 펴냄)를 읽으며 우선 들었던 생각이다. 혹시 나처럼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에 대해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유용할 것 같다.

밥을 비롯한 국과 반찬, 비빔밥 등 우리들이 오랫동안 먹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의 전통 음식이라고 알고 있는 음식들이나, 돈가스나 김밥, 라면 등처럼 오늘날 우리들이 자주 먹는 음식들이 이 책의 주인공. 이 음식들의 역사와 발전 과정, 국내 유입 역사에 얽힌 사연 등을 포괄적으로 알려주는 책이다.

우리는 이제 서양 빵을 많이 먹는다. 그런데 나이든 사람들 중에는 예전에 주로 많이 먹던 곰보빵(소보로빵)이나 단팥빵(앙꼬빵), 크림빵을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이 발명한 빵임에도 서양의 빵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고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오래전부터 많이 먹어왔기 때문에 한때 빵의 대명사이기도 했던 곰보빵(소보로빵)이나 단팥빵(앙꼬빵) 그리고 돈가스가 일본의 아시아 침략에 동반된 음식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가 지금은 정통적인 서양빵을 많이 먹지만 1960~1970년대만 해도 우리가 가장 즐겨먹던 빵은 곰보빵(일명 소보로빵)이나 단팥빵(일명 앙꼬빵), 그리고 저질 크림이 들어있는 크림빵 같은 것들이었다. 당시에 이 빵들을 먹을 때에 우리는 이것들이 철썩같이 서양 빵이라고 생각했다. 이 빵들이 모두 일본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거개의 한국인들은 식민지 시대에 일본이 그들 식대로 변형한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그것이 정통적인 서양 문화인줄 알고 있었다. 빵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양 빵에 대한 정보가 없던 우리는 일본인들이 갖고 들어온 빵을 서양 빵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우리가 아주 많이 즐기고 있는 팥빙수도 일본인들의 발명품이다.-(<한국 음식은 '밥'으로 통한다>중에서)

일본은 오래전부터 종교적인 문제 등으로 육식을 꺼렸었단다. 이런 일본이 육식을 받아들인 것은 막부 말. '오카다 데쓰'란 일본인 학자가 쓴 <돈가스의 탄생>이란 책에 의하면 서양인들에 비해 체구가 작아 서양인들을 까마득하게 올려다봐야만 했던 일본인들은 자존심이 상했단다.

아울러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침략의 꿈을 가진 터라 체력의 열세를 실감, 육식을 적극 장려했단다. 이런 배경으로 탄생한 것이 오래 전에 우리가 서양식으로 알고 먹었던 일본의 돈가스란다. 이제는 분식집이나 기사식당 등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매우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지만 한때 남녀가 데이트를 하거나 할 때나 특별한 때 먹던 그 돈가스 말이다.

그럼 빵은? 빵의 어원은 라틴어의 파니스, 그리스어로 아르토스, 포르투갈어로 팡, 스페인어로 판. 영어로는 브레드, 독일어로는 브로트, 이탈리어로는 파네, 프랑스어로는 팽, 중국어로는 몐파오. 나라마다 호칭이 제작각이다. 우리는 빵. 일본이 포르투갈을 통해 서양 빵을 처음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팡, 우린 일본으로부터 받아들여 팡, 빵이라 부른다.

아편전쟁(1840~1842)으로 세계정세가 바뀌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배들이 일본으로 몰려들자, 일본은 개방의 필요성을 느끼는 동시에 연안 수비 강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이미 1543년에 포르투갈인으로부터 호밀빵을 맛봤음에도 쇄국정책으로 인해 받아들이지 못한 빵을 새롭게 인식하고, 나아가 군사식량으로 개발하는 계기가 된다.

조리도구나 식량을 끌고 다니며 끼니 때마다 연기를 피워 조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주먹밥처럼 휴대하기 편하고, 오랫동안 썩지 않아 얼마든지 비축해둘 수 있고, 매일 굽지 않아도 되는 등 빵이 군용식량의 여러 조건에 딱 맞았기 때문이다. 빵을 군용식량으로 만들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에 1842년 4월 12일, 일본 빵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가와 디로자에몬'은 자신의 저택에 빵 굽는 가마를 설치하게 된다.

일본인들은 예로부터 팥을 삶아 으깨어 무엇에 발라먹거나 넣어먹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빵에 단팥을 넣어 먹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었다. 이것이 일본인들이 빵에 더욱 열광하게 되는 1874년의 단팥빵 탄생. 즐겨먹던 팥이 들어간 빵은 일본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나아가 일본의 빵이, 군용식량으로서의 빵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기 된다.

이처럼 우리가 지난날 서양빵인 줄 알고 먹었던 단팥빵은 소보루, 돈가스 등과 함께 일본이 아시아를 침략하는데 힘이 된 음식이기도 했다. 빵을 군용식량으로 재발견하지 않았다면, 단팥빵이 없었다면? 부모님들이 빵 중에서 최고라 생각하고, 남편이 좋아하며 어렸을 때의 추억이 서린 단팥빵을 빵집에서 볼 때면 가끔 이런 가정을 해보곤 한다. 

체력의 열세 때문에 탄생한 돈가스와 군용식량이었던 소보루와 단팥빵은 지난날 우리에게 어떤 음식들이었으며, 지난날 어떤 변화들을 겪으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는가? <한국 음식은 '밥'으로 통한다>, 이 책은 이처럼 우리들이 흔히 먹는 음식들에 들어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한편 세계 음식으로서의 우리 음식의 정체성과 나아갈 길을 묻는 책이다.

외에도 ▲한식은 왜 다 차려놓고 먹을까? ▲한국인들은 왜 국물을 좋아할까? ▲우리가 많이 먹었던 양식이 사실은 일본식 음식이라고? ▲우리의 음식 발전에 한 몫한 프라이팬은 우리에게 언제 왔을까? ▲임진왜란 후 한식이 완성되었다? ▲고추의 수입이 한식을 완성했다고? ▲그 많은 빵들이 일본에서 수입된 것들이라고?▲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은? ▲한국인들은 왜 발효식품을, 언제부터 먹기시작했을까?▲김밥과 라면, 떡볶이 등은 그간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을까? 등을 다룬다. 

나는 일전에 다른 책에서 한식의 세계화 방안에 대해 다음처럼 요약해본 적이 있다.

①외국인들을 위해 한식의 조리방법과 단위를 표준화할 것 ②전통 한식이 기본이 된 퓨젼 요리를 개발하되 지역적 특성에 맞출 것 ③'테이크아웃' 음식이나 배달음식 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할 것. 아울러 국물이 많은 한식의 특성을 고려해 '레토르트 식품'을 개발하고 이에 맞는 보온 용기나 단열 용기를 개발할 것 ④식재료의 유통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합리적인 가격 산정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 ⑤코스요리 식단을 보다 더 합리적으로 짜고 전통대로 진설식으로 할 경우에는 외상차림으로 할 것 ⑥음식에 맞는 식기의 개발 및 새로운 테이블 세팅을 개발할 것. - <한국 음식은 '밥'으로 통한다> 중에서

단지 오늘날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들에 얽힌 이야기만 소소하게 풀고 있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처럼 우리 음식들의 세계화를 위한 조언, 음식 관련 바람직한 명칭 제안 등 우리 음식 문화의 정체성 회복과 발전을 위한 제안도 하고 있어서 이 책과의 만남이 훨씬 가치있게 느껴졌다.

저자는 2000년대에 들어서는 '한국문화표현단'이라는 사단법인을 만들어 우리 예술문화를 공연 형태로 소개하는 운동을, 2013년에는 '한국문화중심'이라는 문화복합공간을 만들어 한국 문화와 예술을 대중에게 전파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다른 책으로는 <그릇, 음식 그리고 술에 담긴 우리 문화>, <한국인에게 밥은 무엇인가>, <한국문화교과서> 등 주로 우리의 문화와 풍습을 알리는 책들을 써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한국 음식은 "밥"으로 통한다>(최준식)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4-04-30 |18,000원



한국 음식은 "밥"으로 통한다 - 우리 음식문화 이야기

최준식 지음, 한울(한울아카데미)(2014)


태그:#한식, #밥, #불고기, #돈가스, #단팥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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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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