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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 앞에 있는 주도
▲ 어룡도 선착장 선착장 앞에 있는 주도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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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룡도(魚龍島). 전남 해남군 땅끝 앞에 위치한 섬으로 서쪽의 대장구도와 소장구도 등의 부속도서와 마주한다. 주 생활권은 해남군 송지면에 인접해 있으나 행정구역은 완도군 노화읍에 편성되어 있다.

1700년대에 홍천 용씨가 입도하여 마을을 형성하였다 전하며, 1896년 완도군 설군으로 넙도면에 편입되었다가 1980년 노화읍 어룡리로 다시 변경되었다. 이곳은 14가구 30여 명의 주민들이 김 양식과 전복 양식을 주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룡도는 김과 전복 양식 자리가 최적지라고 할 정도로 김 양식과 전복양식을 많이 한다. 어룡도는 원주민들보다 김 양식을 위해 외지 사람들이 더 많은 섬으로 알려졌다. 이곳 토박이 주민들은 이사를 나가고 타지에서 돈을 벌기 위해 들어 온 40~60대의 장년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탓에 이곳은 다른 섬에서 보기 드문 어린이들도 있다. 어룡도의 원래 주민들은 거의 다 떠나가고 이방 사람들이 섬을 차지하고 있는 색다른 섬이다. 

오랫동안 전기가 없던 섬

이곳은 몇 해 전까지 바다라는 황금 어장터에서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면서 발전기를 통해 저녁에만 제한적으로 전기가 공급되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반인들에게는 일상적인 이야기이지만 이제야 태양광발전소가 어룡도에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삶이 바뀌었다.

2006년 봄에는 내연발전소가 설치되어 24시간 전기를 공급 받는다. 인구가 워낙 적고 오지의 섬인 탓에 어룡도는 발전기를 돌려서 제한된 전기를 공급받았다. 그 흔한 전기마저 마음대로 써보지 못하고 TV는 물론 냉장고도 사용 못하는 세월을 살아왔다. 이제 완도군에서 내연발전소가 투입되면서 섬 내에 배전선로를 깔고 발전기 3대가 설치돼 240kw의 전기를 생산하면서 어룡도 주민들은 꿈에서나 그리던 생활이 현실로 이뤄졌다.

어룡도 주민들은 24시간 전기가 공급되어 늦었지만 이제야 문화생활이 가능하게 되었다. 전기가 해결되고 수도공사를 통하여 집집마다 수돗물이 나온다.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먹던 시절은 이제 옛말이 되어 버렸다. 바다에서 고달프게 일을 하고 돌아오면 남자와 똑같이 일을 한 여자들은 이제 더렵혀진 옷을 세탁기에 넣어 빨래하고 전기밥통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어룡도뿐만 아니라 대부분 섬들의 여자들은 바다에 나가서 일을 한다. 사실 20~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어촌에서 여성들이 배를 타는 것은 재수가 없다고 금기해 왔다. 그래서 대부분 바다에 나가 주낙을 할 경우, 남자 두 명이 한 조를 이루어 일을 해왔다. 이럴 경우 경비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수입을 가지고 나누어야 했다. 점차 고기잡이가 시원치 않게 되고 둘이 나누지 않는 방법을 택한 것이 부부가 같이 배를 타는 것이었다. 어촌 인구의 급격한 감소한 탓도 있지만 지출이 많아지는 수입 앞에 금기는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 고기의 양은 조금 줄었지만 나누지 않기 때문에 소득이 훨씬 좋아지게 되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올라가고 있다.
▲ 어룡도 마을 입구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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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는 만들어 놓았지만 차도선이 오지 않는 섬

전기 문제가 해결되고 차도선이 댈 수 있는 물량장과 선창도 넓게 만들어놓았지만 차도선도 일반 객선도 오지 않는 아직은 반쪽짜리 섬이다. 어룡도는 노화도에서 정기 여객선이 다니지만 개인 배들을 많이 이용하여 가까운 해남 땅끝으로 나가 육지 나들이를 한다.

이곳에는 세 개의 방파제가 있는데 가운데 경사진 방파제는 짧다. 방파제 안 호안에는 배들이 제법 있다. 어룡도 주변 포구 안 바다에는 다른 섬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런 어수선함이 있다. 방파제 주변에 다양한 어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데 특히 전복 양식도구가 태반으로 쌓였다. 장대와 플라스틱 수로 그리고 새로 장만한 굵은 밧줄들, 그만큼 이 섬 역시 김양식에서 전복 양식으로 주업이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섬 동쪽 해안으로 후미진 곳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마을 입구 오르막길에는 자연석으로 된 마을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그 옆으로 난 오르막길이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다. 길을 중심으로 왼쪽에 집들이 있고 오른쪽으로 밭이 있는 전형적인 농촌형 마을이다. 경지는 섬 총면적의 13%로 매우 협소하여 주민은 모두 어업에만 종사하고 있다.

섬에서 만난 최고의 별장 정원
▲ 폐교 자리에 국궁장이 있다. 섬에서 만난 최고의 별장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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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중간지점에 특이한 것이 보인다. 국궁 표적지가 그것이다. 표적지는 밭에 세워져 있지만 발사지는 건물 옆으로 있다. 이곳이 예전에 학교가 있었던 폐교지다. 이곳에는 골프 연습시설도 있었다. 조그마한 섬에 국궁장과 골프 연습장이라……. 이곳은 백발의 안경을 낀 60대 남자의 것으로, 국궁은 아버지 대부터 알았단다. 아버지는 양궁 국가대표 선수였다. 그는 이곳에서 10년 이상을 살면서 전복 등으로 돈을 많이 벌어 폐교를 매입해 현재의 모습으로 멋지게 가꾸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50년 전에 헤어진 필자의 초등학교 동창생이 여기서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단 둘이서 조촐한 동창회를 열었다. 바다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교실로 사용했던 건물은 개조하여 멋지게 꾸몄다. 앞에는 잔디가 깔리고 원두막도 있고 밥을 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추었다. 멋진 소나무 한 그루에 주변의 야생화. 야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시인 묵객들이 머물기에는 더 없는 시설이다.

하룻밤을 지내고 가라는 주인장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다음 예정지 때문에 서둘러 마을 답사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나오면 길은 위쪽으로 계속 이어지는데 골목길이 몇 개 있다. 그러나 이내 전복 시설물들이 쌓여 있어 더 이상 갈 수 없을 정도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끝에는 내연발전소가 자리 잡고 있다.

큰 고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려다가 개에게 꼬리가 잘려 승천하지 못하였다 하여 '어룡도(魚龍島)'라 하였다. 실제로 섬의 뒤쪽에 잘린 부분이 있다. 섬의 생성과 관련한 '여의주 설화'가 구전으로 전해내려 온다. 어룡도 바로 앞에 있는 무인도가 바로 주도(珠島)인데 바로 여의주를 상징한다. 그리고 선착장은 용의 입이고 그 앞에 여의주(주도)가 있는 형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의주를 뱉은 곳이 까막섬이고 꼬리가 잘린 곳이 터진목이라 한다. 북쪽 해안에는 높이 10m 가량의 해식애가 발달했다.

우측은 필자 중앙은 초등학교 동창생, 왼쪽은 별장 주인
▲ 폐교를 잘 가꾸어 놓은 정원 우측은 필자 중앙은 초등학교 동창생, 왼쪽은 별장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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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등대가 무인등대로 변하다

어룡도는 1910년 10월에 조선총독부 체신국에서 석유 백열등으로 초점등하여 선박의 안전 항해를 담당하는 유인 등대가 있었으나 2006년에 무인 등대화 되었다. 시간과 계절에 상관없이 태풍과 눈보라가 몰아치고 강한 빗줄기가 쏟아져도 1년 365일 한결같은 불빛으로 밤바다를 비추며 항해하는 배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길라잡이 등대는 우리의 희망이자 좋은 친구이다. 20년이 넘게 섬들을 돌아보다 보니 바다와 섬사람, 등대를 대하는 감정은 여느 사람보다는 사뭇 다르다.

어룡도의 93m에 이르는 산꼭대기에 자리한 등대의 등탑은 잊지 못할 문화유산이 되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말에 심한 공습으로 인하여 완전 파괴되어 등대 기능이 일시중단 되었으나 광복과 더불어 와사등으로 임시복구하였으며, 정부의 노력과 미국의 원조로 현대적 장비와 설비로 복구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근 100여 년간을 유인 등대로서 기능을 유지하여 왔으나 2005년 하반기부터는 등대 무인화 사업에 의하여 기능유지는 계속되나 직원들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등대로 자동 원격장비에 의해 운영되어지고 있다. 이곳은 여수, 부산에서 인천이나 목포방면으로 항해하는 5000t급 미만의 선박의 안전을 위하여 이곳 어룡도 정상에 광력이 높은 유인 등대를 설치하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등대지기의 삶은 외롭고 고달프다. 등대 관리용 배가 와서 연료와 기타 부품을 공급해 주면 일일이 지게에 지고 등대 정상으로 올라온다. 생필품은 휴가 때 나갔다가 가지고 들어온다. 음식은 순수 만들어 해결해야 하며, 마시는 물이 없고 빗물 받아 정수하여 먹고 허드레 물로 사용한다. 늘 가족과 떨어져 있기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보고 싶은 마음이 등대지기는 모든 사람이 느끼는 외로움보다 다 하다고 하겠다.

면적 0.18㎢, 해안선 길이 5.4㎞로 현재 이 섬에는 14가구가 산다. 수산물은 도미, 장어, 김, 톳, 전복 등이다. 청정해역에서 김과 톳을 양식하여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가구 수가 10가구가 넘는 섬이지만 교회가 없는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하다못해 교회건물이라도 있어야 하건만.

 ▣ 어룡도 개요
어룡도는 전라남도 완도군 노화읍에 딸린 섬으로 동경 126°30′, 북위 36°09′에 위치하며 면적 0.18㎢, 해안선 길이 5.4㎞, 산 높이 85m, 인구는 14가구 30여 명이다. 노화도 서쪽 약 11㎞의 해상에 위치하며, 서쪽의 대장구도와 소장구도 등의 부속도서와 마주한다.

지명유래
큰 물고기가 여의주를 물고 용이 되어 승천하려고 할 때 개가 꼬리를 잘라버려 승천하지 못하고 떨어진 곳이 '어룡도'라고 전해진다.

☛ 어룡도 가는 길 - 노화 이목항에서 섬사랑 8호가 있지만 지금은 휴항 상태이다. 

누예머리 처럼 생겼다.
▲ 어룡도 옆에 있는 누예머리 섬 누예머리 처럼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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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 명소
◈ 어룡대등대
최근에 등대가 폐쇄되고, 진도에서 리모컨으로 조종한다. 즉 무인등대다. 여수·부산 ↔ 목포·인천 방면으로 항해하는 5000t급 미만 선박은 시산도-횡간수도-마로해-장죽수도를 통항하므로 인근의 저수심 해역과 많은 섬들이 산재해 있어 항해자에게 위험부담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위험물 운반선 및 연안화물선의 주요 통항로임에도 불리한 해역 조건 때문에 해난사고 발생률이 높은 해역이므로 어룡도 정상에 광력이 높은 유인 등대를 설치하게 되었다. 백8각형 콘크리트 조로써 등명기가 까지 일직선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고 외부에도 등롱에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등탑의 높이 6.1m이며 평균해수면으로부터 등고가 93m에 이르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덧붙이는 글 | 전과 동일



태그:#어룡도,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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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책 '북한의 섬'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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