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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검진이나 의료기관의 검진을 통해 너무 '작은 암'이 증가하고 있다. 미리 발견하여 미리 치료하는 것은 좋으나 죽을 때까지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암까지 기존의 암 치료 방식으로 치료하다 보니 득보다 실이 많은 시절이 왔다.

이렇게 작은 암은 형태적으로는 암이지만 생물학적 행태는 기존 암과 많이 다르다. 임상적 암은 빨리 자라나 1~2년 사이에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이에 반해 이런 미세암은 매우 천천히 자라 10년, 20년이 지나도 임상적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수가 많다.

54세의 박아무개씨는 3년 전 건강검진시 초음파검사에서 갑상선에 7㎜ 혹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세침검사상(미세침흡인 세포검사) 암이 의심된다는 판정을 받았으나 수술을 보류하고 지켜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매년 초음파 검사로 크기 변화를 지켜보고 있으나 크기 변화는 없어 아무런 불안감 없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 갑상선암이라고 들었을 때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암' 진단시 암환자 꼬리표... 과잉치료 우려도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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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미세 혹을 암이라고 진단하면 불필요한 공포나 불안을 느끼게 된다.

이런 문제도 있다. 세포검사로 하는 미세암의 진단은 확실한 것이 아닌데도 암으로 진단 받을 경우 환자가 새로 암보험에 가입하기 어렵다. 암환자라는 꼬리표가 붙기 때문이다. 추적검사할 때의 비용도 문제가 된다.

이렇게 작은 암인 경우에도 진료비 산정특례(암환자에게 비용을 적게 내게 하는 제도)를 적용하게 되어 5%의 진료비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과잉 검사를 유발할 수 있다. 이 또한 보험 재정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의료진들은 암이기 때문에 임상적인 암을 다룰 때와 차이가 없이 검사를 진행하고 치료도 임상암을 다룰 때처럼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즉, 과도한 치료를 하기 쉽다.

또 다른 문제는 이렇게 급증한 암환자가 산정특례 혜택을 받음으로 인해 보험재정을 축낸다는 점이다. 또한 모든 암환자들은 조직검사로 암진단이 확인되는 경우 장애인 증명을 통해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사람의 수가 급등하게 된다면 정부로서도 좋을 게 없다.

보다 더 민감한 문제는 보험금이다. 사보험의 경우, 진단만 받아도 보험금을 받게 되는 보험이 있다. 이럴 경우 환자들은 세침검사를 통해 암이란 진단만 받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보험회사로서는 보험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

원래 보험의 정신은 비용이 많이 드는 치료에 대비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인데 비용도 별로 안 드는 질병 아닌 질병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탈 수 있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로또'에 당첨된 것같을 것이나 보험회사는 재정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미세암의 이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미세암의 이름을 바꿔보면 어떨까. 현재는 질병을 코드화하여 암에는 C코드를 붙이게 되는데 미세암은 양성 종양에 해당하는 D코드로 붙이자는 것이다. 구체적인 명칭은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잠재성 종양' 등으로 명명하거나 기존에 있는 암전기 병변(변화)에 포함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진단받고 지내다가 수술을 받게 되어 조직검사상 암으로 확정되면 그 때 비로소 암이란 진단을 붙여서 필요한 혜택을 주면 된다. 그러면 위에 언급한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 될 것이다. 

물론  미세암의 정의를 어떻게 할까 하는 것은 전문가들이 고민해서 정할 일이다. 특히 갑상선암의 경우 세침검사에서 위양성률(스크리닝테스트에 있어서 양성반응으로 판단된 자에 대한 2차검사에서 질병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 자의 비율)이 높으므로 수술로 조직검사를 받기 전에는 D코드를 사용하고 수술후 진단이 확정되면 C코드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조기검진을 많이 하고 있는 위, 대장, 유방암 등도 이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암 종류별로  기준이 다를 수 있으나 특정장비를 통해서야만 알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이고 예후가 좋은 경우를 포함시키면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미세암에 가급적 빨리 새로운 이름이 지어져 모두가 편하고 행복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용식님은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입니다.



태그:#미세암, #새로운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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