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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재자연화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독일과 일본의 전문가들이 4대강을 찾았다. 3월 21~23일 현장방문, 24일 국제포럼, 25일 국회의원과의 간담회의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는 독일의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칼스루에 대학교), 일본의 나카가와  마나부 사무국장 (국토문제연구회)이 참가하였다.

특히 베른하르트 교수는 2011년 이미 한 차례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관련 기사 : 독일교수의 눈물 "MB, 정말 유명해질 거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당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신랄히 비판하며 4대강 소송재판에 쓰일 본인의 견해를 제출했다.

4대강 사업이 모두 끝난 2013년, 이들의 눈에 4대강은 어떻게 보였을까? 그리고 이들은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 4대강 재자연화 포럼 동안 이들이 4대강의 미래를 위한 한국사회에 전한 메시지를 3편으로 나누어 정리해본다.... 기자 주

현장조사 도중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현장조사 도중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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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현장 방문에는 정민걸 교수(공주대), 박창근 교수(관동대) 등 대한하천학회의 전문가들이 동행했다. 4대강 사업은 한국 사회의 전문가들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이 사실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동안의 자신들의 주장과 소신을 포기한 채 4대강 사업의 추진 논리를 앞장서 만들어 냈다. 그리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정부와 맞서온 전문가들이 있었다. 박창근 교수는 "토목계의 원로들이 올바른 목소리만 냈어도 4대강 사업은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자신이 유럽에서 겪은 사례를 이야기했다.

"오스트리아에서 하인부어그 댐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시민들이 점거 농성을 하는 등 댐을 막기 위한 운동을 펼쳤습니다. 당시 댐 반대 운동을 하던 이들이 저에게 와서 도움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스트리아에도 훌륭한 대학과 많은 전문가들이 있는데, 왜 멀리 독일에 있는 나에게 요청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이 '오스트리아의 전문가들은 모두 부패했습니다.(corrupted)'라고 말하더군요. 그들은 돈을 받고서 댐이 좋다는 견해를 제시했던 겁니다. 사실 돈만 있다면 전문가는 지구 어디서나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돈이 있다 하더라도 저는 사지 못합니다. 나의 견해만큼은 돈으로 살 수 없을 겁니다."

사울에서 바오로로

나카가와 마나부 사무국장(오른쪽)이 "목적 없는 보를 왜 지었는지 알 수 없다"며 의아해 하고 있다.
 나카가와 마나부 사무국장(오른쪽)이 "목적 없는 보를 왜 지었는지 알 수 없다"며 의아해 하고 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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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방문한 나카가와 사무국장 또한 흔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일본 교토부의 공무원으로서 시민의 입장에서 하천을 연구하는 민간연구회에 참여하고 있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신의 소신을 버린 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옹호하던 한국의 공무원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공무원으로서 어떻게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냐는 질문에 나카가와 국장은 "출세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출세하려는 사람은 저처럼 이런 활동을 하지 않지요."

사실 베른하르트 교수는 과거 댐을 설계하고 건설하던 엔지니어였다. 그러던 그가 어떤 계기로 댐 건설 반대론자로 변신하게 되었을까?

"1982년 라인강 아인뉴버그 댐이 계기였습니다. 당시 독일에서는 댐 건설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한창이었습니다. 동료교수들과 함께 공동연구와 공동토론을 여러 차례 진행하였습니다. 이 때 새롭게 생태적 관점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이 사울에서 바오로로 변화한 계기이지요(초기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던 사울이 극적인 회심을 통해서 사도 바오로로 변화한 성경의 일화를 가리킴)."

그는 현재 독일의 교육시스템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제가 대학에서 공부할 때는 건설기술에 대해서만 배웠지 생태에 대해서는 전혀 배운 바가 없습니다. 현재 독일의 대학에서는 하나의 수업에 토목공학자와 하천생태학자가 공동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등 토목공학 전공자도 생태적인 부분을 동시에 교육받고 있습니다. 열린 토론과 연구가 저를 댐 설계자에서 댐 반대론자로 변화시킨 것입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수리수문을 전공한 엔지니어이면서도 현장조사 내내 공학적인 부분보다 강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더 많이 언급했다. 얼핏 보기에 생태학자라 할 만큼 강 생태에 대해 깊은 이해와 해박한 지식을 보여주었다. 이 배경에는 자기 분야에 갇히지 않은 열린 사회적 소통과 토론, 전문가들의 공동협업과 연구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가 4대강 사업 이전 감천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고있다.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가 4대강 사업 이전 감천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고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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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자연화를 위한 첫걸음, 수문을 열어라

그렇다면 4대강 사업이 끝난 지금, 4대강의 미래는 어떠해야 할까? 4대강의 재자연화를 위한 방안을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유일한 한 가지 길은 바로 강을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강 생태계의 모든 것을 규정하는 것은 유속입니다. 강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4대강 보의 수문을 지금 당장 여는 것입니다. 수문을 열고 홍수가 몇 차례 지나면 모래가 다시 쌓일 겁니다. 퇴적물 이동이 가능하려면 유속이 필요합니다. 2~3번 홍수가 오고나면 나머지는 자연이 알아서 하게 됩니다. 장기적으로는 보 철거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내성천을 둘러보는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
 내성천을 둘러보는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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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베른하르트 교수가 내성천의 모래를 유심히 들여다보고있다.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가 내성천의 모래를 유심히 들여다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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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려도 있다. 이미 준설로 강 바닥이 너무 낮아진 상태에서 수문을 모두 연다면, 수위가 이전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강에서 취수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보의 상하류를 연결하는 어도(fish way)에 물이 흐르기 어려워 물고기의 이동도 힘들어질 수 있다. 사실 이런 우려는 수자원공사가 수문 개방에 반대하며 내세우는 주장이기도 하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이런 주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수문의 부분 개방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준설을 너무 많이 해서 수문을 당장 전부 개방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문을 부분개방(controlled open)하면 됩니다. 예전 수위 수준으로 일부 개방하고, 강물과 모래가 흘러갈 수 있게 하면, 퇴적이 일어나면서 예전의 강바닥을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강변에 쌓아둔 준설토를 강 속에 다시 넣어줄 수도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매년 자갈과 모래를 강 속에 집어넣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현장조사 참가자들이 내성천에서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모습
 현장조사 참가자들이 내성천에서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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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져 익사하는 강"

이와 같은 재자연화가 이루어지려면 4대강에 모래를 공급할 지류가 중요하다. 낙동강 상류의 내성천을 방문한 베른하르트 교수는 "세계적인 보배"라고 그 아름다움과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동시에 내성천을 보존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였다. 내성천이 내려다보이는 회룡포 전망대에서 만난 많은 시민들을 보며 그는 다음과 같은 소감을 밝혔다.

"회룡포에서 많은 시민들이 내성천을 바라보며 '원더풀, 원더풀(wonderful)'하고 감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10km 하류에 낙동강은 지금 그들이 감탄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잃고 완전히 망가져 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일정을 훌쩍 넘긴채 내성천 곳곳에 멈추어 서거나 강변을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거대한 호수로 변한 낙동강에서 보지 못한 풍경과 강물을 따라 흐르는 모래를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저 물 속을 보세요. 모래가 흘러가는 것이 보이지요? 저와 같은 퇴적물의 이동(sediment transportation)이 살아 있는 강의 핵심입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수문을 열게 되면 모래가 다시 쌓여서 강이 복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낙동강에 모래를 공급하는 내성천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다. 그래서 베른하르트 교수도 내성천을 가리켜  "낙동강 복원을 위해 원천이 되는 생태계(source ecosystem)"라고 평가했다.

모래와 물이 함께 흘러가는 아름다운 내성천. 이 모습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모래와 물이 함께 흘러가는 아름다운 내성천. 이 모습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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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내성천, 흘러라 맑은물!" 누군가가 내성천 모래밭에 글씨를 남겨 놓았다.
 "힘내라 내성천, 흘러라 맑은물!" 누군가가 내성천 모래밭에 글씨를 남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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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내성천도 위기에 처해 있다. 국토부는 제방보강과 자전거도로 건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하천정비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성천 중상류에는 거대한 영주댐이 건설되어 있다. 거대한 대형 댐이 물과 모래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 영주댐은 홍수를 막거나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류에 유지용수를 흘려보내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 설명을 듣고서 베른하르트 교수는 "건설을 위한 건설(construction for construction)일 뿐이다. 생태계에 있어서 자연 유황의 중요성을 모르는 처사다"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영주댐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댐에 의해 사라져간 강을 가리켜 캐나다 원주민들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우리의 강이 물에 익사하고 있다(Our river is dying into water)'."

4대강과 내성천의 운명을 그대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거대한 콘크리트 댐이 내성천을 가로막고 있다.
 거대한 콘크리트 댐이 내성천을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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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가와 사무국장도 영주댐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며 일본의 사례를 언급했다.

"일본에는 20여 개의 댐이 건설 중인데, 10개는 중지된 상태입니다. 한국도 일본처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저 영주댐은 눈으로 보기에도 매우 거북스러운 공사입니다. 댐 구조물이 너무나 거대합니다. 사람에 의한 거대한 구조물은 자연을 거스릅니다. 댐이 만들어지면 모래의 운반이 정지됩니다. 일본의 덴류천에도 댐이 만들어진 후 모래공급이 단절되어서 해안의 모래사장이 수백 미터나 좁아진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일본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황인철 기자는 녹색연합 평화생태국장입니다.



태그:#4대강, #베른하르트, #재자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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