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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재자연화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독일과 일본의 전문가들이 4대강을 찾았다. 3월 21~23일 현장방문, 24일 국제포럼, 25일 국회의원과의 간담회의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는 독일의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칼스루에 대학교), 일본의 나카가와  마나부 사무국장 (국토문제연구회)이 참가하였다.

특히 베른하르트 교수는 2011년 이미 한 차례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관련 기사 : 독일교수의 눈물 "MB, 정말 유명해질 거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당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신랄히 비판하며 4대강 소송재판에 쓰일 본인의 견해를 제출했다.

4대강 사업이 모두 끝난 2013년, 이들의 눈에 4대강은 어떻게 보였을까? 그리고 이들은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 4대강 재자연화 포럼 동안 이들이 4대강의 미래를 위한 한국사회에 전한 메시지를 3편으로 나누어 정리해본다.... 기자 주

4대강 재자연화 포럼의 발제자, 토론자와 활동가들.
 4대강 재자연화 포럼의 발제자, 토론자와 활동가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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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4일 국제포럼에서는 한국, 독일, 일본의 전문가들이 각국의 하천 재자연화 사례를 발표하였다. 특히 베른하르트 교수는 독일에서의 댐 반대 운동 과정을 언급하면서 시민의 직접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84년, 독일에서는 댐 건설이 예정된 지역이나 또는 건설 중인 지역을 시민들이 점거하고 텐트를 친 채 농성을 했다. 이 운동에는 독일의 유명한 화가인 훈데르트 바서나 노벨상 수상자인 동물학자 콘라드 로렌츠도 참여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방향의 하천정책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독일 시민들이 댐 건설을 막기위해 점거운동을 벌이는 모습. 훈데르트 바서(흑백사진 속 왼쪽)라는 세계적 화가도 이 운동에 참여했다.
 독일 시민들이 댐 건설을 막기위해 점거운동을 벌이는 모습. 훈데르트 바서(흑백사진 속 왼쪽)라는 세계적 화가도 이 운동에 참여했다.
ⓒ 출처: 베른하르트 교수 발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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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민들도 직접 몸으로 4대강 사업을 막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포보와 함안보의 점거농성, 두물머리 투쟁 등이 그 사례이다. 시민들의 노력은 4대강 사업 완공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작년 약 4만여 명의 시민들이 이명박 대통령 등을 형사고발하는 고발인단에 참여했다. 또한 재자연화 특별법을 촉구하는 서명에도 동참한 시민도 2만8389명에 달한다.

25일 민주당 4대강 특위 국회의원과 베른하르트 교수, 김정욱 교수(4대강재자연화포럼) 등이 참여한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 재자연화 특별법 촉구 서명을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했다.

재자연화특별법 제정을 총구하는 시민 3만여 명의 서명을 국회의원에게 전달하고 있다.
 재자연화특별법 제정을 총구하는 시민 3만여 명의 서명을 국회의원에게 전달하고 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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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미 심상정, 장하나, 홍영표 의원 등 3명의 국회의원이 재자연화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심사도 거치지 못한 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유럽의 사례를 통해서도 재자연화를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마련은 중요하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2만8389명의 시민이 서명에 참여한 사실을 놀라워했다.

국회의원들을 만난 간담회에서 베른하르트 교수는 재자연화를 위해 필요한 3가지를 강하게 요청하였다.

"재자연화를 위해 3가지를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첫째,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유럽에서 4대강 사업과 같은 사업이 불가능한 것은 'EU물관리지침(EU Water Framework Directive)'이라는 강력한 장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지류는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지류가 망가지면 4대강의 재자연화는 불가능합니다. 본류가 망가지면 물고기들이 다 지류로 올라갑니다. 낙동강의 물길이 트이면 물고기들이 돌아올 것입니다. 1980년대 말, 스위스 바젤의 산도즈(sandoz) 섬유공장에서 화학물질 사고로 인해 하천 수백km에 걸쳐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2년 후 모든 것이 회복되었습니다. 이것은 지천이 망가지지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요청은, 재자연화를 너무 늦추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댐에 막힌 채 수위가 고정되면, 앞으로 회복하기 더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그는 재자연화의 길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긴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자연화법을 제정하고, 지류를 지키며, 또한 수문을 열어 복원의 첫 걸음을 시작하는 것, 당장 시작해야 하지만, 동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길이다. 긴 시간을 버티는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다. 자연의 힘을 믿고 회복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간담회 말미에 자신의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항상 반복하는 이야기를 전했다. 

"여러분은 자연을 계획하거나 발전시킬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단지 자연에게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베른하르트 교수의 모자 위에 "Let the rivers flow"라는 문장이 쓰여있다.
 베른하르트 교수의 모자 위에 "Let the rivers flow"라는 문장이 쓰여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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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했던 일정을 뒤로 하고, 베른하르트 교수는 3월 26일 독일로 돌아갔다. 한국을 떠나기 전, 그는 동행했던 한 활동가로부터 선물을 전해 받았다. 4대강 현장을 다니던 내내 빌려 쓰던 작은 모자였다. 그 모자에는 베른하르트 교수의 제안으로 문장 하나가 쓰여졌다.

'Let the rivers flow!! (강물을 흐르게 하라)'

국경을 넘어 시대를 넘어, 강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4대강의 보를 철거하는 날, 꼭 다시 방문하겠노라는 약속을 남기고 베른하르트 교수는 한국을 떠났다.

흐르는 4대강에서 독일의 노학자를 다시 만날 날은 언제쯤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황인철 기자는 녹색연합 평화생태국장입니다.



태그:#4대강, #베른하르트, #재자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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