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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위한 진보진영 후보경선에 출마한 최홍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어떤 교육감이 되겠느냐는 질문에 "경쟁 속에서는 절대 클 수 없는 인성 교육, 성적이 실력이 아니라 인성이 실력인 교육 현장을 실제로 만들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6.4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위한 진보진영 후보경선에 출마한 최홍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어떤 교육감이 되겠느냐는 질문에 "경쟁 속에서는 절대 클 수 없는 인성 교육, 성적이 실력이 아니라 인성이 실력인 교육 현장을 실제로 만들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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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존이(求同存異)', 즉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조화를 꾀해야 하는 게 교육감 자리입니다. 저는 이미 진보·보수 교육의원의 단일화 후보로 교육위원장이 됐기 때문에 교육감이 되기 위한 1차 검증은 마쳤다고 보는데, 어떻습니까?"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최홍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72)의 목소리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지난 1월 27일, 교육의원 일몰제 폐지 등을 외치며 삭발한 탓에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일흔을 넘긴 나이지만 국회 앞에서 밤샘 단식농성에 참여하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 

교육의원 은퇴 후 귀농을 준비하던 그가 오는 6월 4일 서울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게 됐다. 현재 시행 중인 문용린 교육감의 교육정책이 위험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최 위원장은 "지금처럼 자사고·특목고 등을 우대하는 정책만 펼치다가는 전체 70% 이상을 차지하는 일반고는 더욱 더 '슬럼화'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 교육감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 현장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라며 "초·중·고교에서 33년 동안 교사로 근무했던 현장경험과 교육의원 3선·교육위원장 등의 경험을 살려, 지금의 특권 교육을 폐지하고 날로 심해지는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학벌·학력차별 금지법 제정, 채용할당제 등 교육개혁을 위한 방법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베스트셀러 작가인 신경숙의 여고시절 은사로도 알려져 있다. 자전적 소설 <외딴방>에 보면, 당시 문학교사였던 최홍이 위원장은 삶의 의욕을 잃은 신경숙에게 소설가가 되면 어떻겠냐고 권유한다. 그는 "경숙이가 세계적인 인물이 돼서 못 본 지 1년도 넘었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애틋한 제자"라며 "학생을 보듬는 교육은 지금도 가능하다"고 말해 희망을 드러냈다.

다음은 최홍이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6.4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위한 진보진영 후보경선에 출마한 최홍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이 신영복 선생의 서화 '함께 맞는 비'처럼 경쟁 속에서 더불어 참된 인성 교육현장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6.4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위한 진보진영 후보경선에 출마한 최홍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이 신영복 선생의 서화 '함께 맞는 비'처럼 경쟁 속에서 더불어 참된 인성 교육현장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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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의 '행복교육' 진정한 행복 아냐... 특권교육 폐지해야"

- 초·중·고 교사 33년 근무와 시 교육의원 3선, 최근에는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으로도 재직하셨습니다. 이번 서울교육감에는 어떻게 출마하게 되셨습니까.
"사실 저는 은퇴를 결심했었는데, 교육단체 후배들이 붙잡았습니다. 교사인 아내 퇴직금으로 충청남도 시골에 집도 다 지어놓았는데 시대적 상황이 저를 붙든 겁니다. 사실 문용린 교육감의 정책은 철저히 엘리트 중심적인, 특히 특목고와 자사고를 밀어주는 형태 아닙니까. 전체의 7~8% 정도인 이 학교들을 위해 나머지 일반고 학생들이 희생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봐서 이 자리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문용린 교육감이 내세우는 '행복교육'을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 성공한 사람들이 꼭 행복한가요. 그들도 지겨운 경쟁의 승리자일 뿐 진정으로 행복한 건 아닐 겁니다. 저는 성적이 낮거나 열악한 환경에 있는 학생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현재 문 교육감이 추진하는 교육 정책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30여 년 넘게 밑바닥 교육현장을 경험해 온 제가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문용린 현 서울시 교육감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하루빨리 중단해야 한다고 봐요. 지금처럼 자사고 등 우대정책만 펼치면 전체 70% 이상을 차지하는 일반계 고등학교에는 뭐가 남습니까. 최근엔 특성화고에서 떨어진 학생들이 일반계 고등학교로 가고 있는데, 이렇게 보면 결국 '일반고 슬럼화'를 오히려 공교육에서 부추기는 것 아닙니까. 일반고 문제를 그대로 두면 우리 교육이 무너지는데도 해외유학파 출신이라는 문 교육감은 이걸 해결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잘 나가던 학생인권 조례안도 최근 소지품 검사를 가능하게 하는 등 되레 후퇴한 개정안을 내놓지 않았습니까.

제가 생각하는 문 교육감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 현장을 전혀 모른다는 겁니다. 담당자만 교체하고 책상에서 결제만 하면 다 되는 줄 압니다. 얼마 전에 유치원 교사들이 정부의 수업시수 확대 방침에 반대해 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교사들이 정말 화장실 갈 시간도 모자란다는 걸 유학파인 문 교육감이 과연 알까요? 현장을 무시하는 상급자 아래 있으면 교사들 사기는 계속 떨어집니다."

- 서울시교육청은 운영 예산을 60% 이상 감소시키는 등 서울형 혁신교육을 축소하는 분위기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곽노현 전 교육감이 만들어 놨던 '혁신학교' 예산을 이번에 확 깎은 것, 저는 문 교육감의 '전 교육감 흔적 지우기'라고 봅니다. 현장 실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내는 전형적인 폐해죠. 이제 막 자리를 잡고 있는데, 단순히 전임자가 추진했다는 이유로 중간에 예산을 줄이는 건 잘못된 일 아닙니까? 지난 2월에는 혁신학교인 선사고 학생들이 직접 교학사 등 역사교과서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런 것은 성과가 나타나는 좋은 예라고 볼 수도 있고요.    

일각에서는 혁신학교가 타고교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낮다는 식으로 단순 비교하는데, 이건 다른 학교들이 '주입식'으로 '문제풀이식' 교육에만 치중하니 그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겁니다. 하지만 창의성은 주입식과 정답고르기에서 나오는 게 아니고 혁신학교 등에서 배우는 협동과 토론에서 나옵니다. 저요? 제가 교육감이 되면 혁신학교가 되길 원하는 학교는 최대한 바꾸려고 노력할 겁니다."  

- 앞서 학생인권조례를 언급하셨는데, 한편에서는 학생들이 교사를 조롱하는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등 교권이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학생인권과 교권 사이의 간극은 어떻게 메우실 생각이신지.
"옛말에 '시집살이를 호되게 경험한 며느리가 훗날 다시 독한 시집살이를 시킨다'는 얘기가 있죠? 선생을 놀리고 조롱하는 그 아이들은 사실 경쟁사회에서 밀려난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주체가 아닌 객체 취급을 당할 때 그런 반응이 나오게 돼요. 그러나 참을성을 가지고 교육하면 아이들도 결국은 '내 인권이 소중하면 남의 인권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인권조례는 교사가 먼저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여는 데서 시작됩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인물이 된 신경숙 소설가 있지요? 그 친구가 제 제자였는데, 당시 학교에서는 출석일수가 적다면서 아예 퇴학시키라고 했었습니다. 그걸 제가 직접 집에 가서 설득하고 끌어낸 게 오늘에 이른 거죠. 또 비슷한 현상이 20~30년 전 일본에서도 있었던 걸 보면, 지금은 일종의 도입기·전환기로써 필연적 과정인 겁니다. 2~3년만 기다리면 자연스레 해소될 거라고 봐요."

- 최근에도 담임교사의 체벌 뒤 뇌사상태에 빠진 한 고교생이 숨지는 등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런 현상은 어떻게 보십니까.
"제가 볼 때 '사랑의 매'라는 건 없습니다. 애든 어른이든 매 맞고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학생이 지각해서 체벌을 받았다던데, 혼내기 전에 먼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왜 늦었는지 그걸 들어봤어야 하는 거지요.

사실 저도 1969년에 갓 초등학교 교사가 된 후, 같은 반 여자애를 성추행한 남자애를 십여 대 때린 적이 있습니다. 그땐 그게 옳은 줄 알았던 거죠. 그런데 그 뒤 가정방문을 하고 나서야 그 아이 집안환경이 너무 안 좋았던 걸 알게 됐어요. 아이는 학교에 계속 안 나왔고, 그 후엔 농사일을 돕다가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직도 가슴 한 구석에 맺혀있습니다. 인권조례를 만드는 데 앞장섰던 건 그 학생에게 속죄하는 의미도 있었어요. 그때 만약 인권조례가 있었더라면 당연히 체벌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전국 교육감 협의회 통해 권한 강화... 학력차별금지법 제정하겠다"

 6.4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위한 진보진영 후보경선에 출마한 최홍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문 교육감은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 현장을 전혀 모른다"며 "초·중·고교에서 33년 동안 교사로 근무했던 현장경험과 교육의원 3선·교육위원장 등 경험을 살려, 지금의 특권 교육을 폐지하고 날로 심해지는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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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위한 진보진영 후보경선에 출마한 최홍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문 교육감은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 현장을 전혀 모른다"며 "초·중·고교에서 33년 동안 교사로 근무했던 현장경험과 교육의원 3선·교육위원장 등 경험을 살려, 지금의 특권 교육을 폐지하고 날로 심해지는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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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감 후보로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육 정책과 방향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제가 전에 문재인 대통령후보 캠프에서 교육자문위원으로 있을 때 강조한 게 '반드시 대학서열은 파괴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이제 빈부 격차와 함께 교육 격차도 지나치게 심해졌는데 이걸 해소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교육감이 되면 일단 학벌·학력차별 금지법을 기본적으로 제정하고, 인성이 실력이 되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일례로 현재 장애인고용촉진법에서 각 기업에 할당제를 두듯, 기업별로 '채용할당제'를 둬서 각 대학마다 인원을 배정해 채용되게끔 하는 거지요. 실제로 일본에서는 벌써 시행하고 있는 제도예요.

또 일반고교도 특목고처럼 교육과정 자율성을 인정해주고, 외고나 자사고 등이 불법행위를 하면 최소한 일반고로 전환시킬 수 있게 한다면 지난번 영훈 국제중학교 같은 사례는 나오지 않겠죠. 세계적인 재벌 손자가 사회적 배려 대상자라니 말이 됩니까? 한편으론 고교선택제가 아니라 전처럼 평준화체제로 돌아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래야 한 쪽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쏠리지 않으니까요. 제가 시교육의원 3선하면서 핀란드나 스웨덴 등 북유럽 선진 국가들을 많이 가봤는데, 교육복지가 먼 나라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 특목고나 국제학교 등이 규정을 어기면 일반고로 바뀔 수도 있다는 건데 이게 가능할지, 학부모 등 관계자들의 반발은 없을지 우려됩니다. 지나치게 개혁적으로 들리는데요.
"사실상 교육혁명에 가까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딴 것도 아니고 불법을 바로잡겠다는 건데 시민들의 지지가 있으면 가능하지요. 교육감의 권한을 국회 협의를 통해 지방자치 수준에 맞게 강화하고, 전국 시·도 교육감 협의회를 통해서 이런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거든요. 또 지금은 교육부에서 가지고 있는 특별교부금 때문에 교육감들이 교육부 눈치를 보고 있는데, 그것만 중단해도 교육감들이 할 말은 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교육부나 국회에 요구하고 조율하는 것은 저처럼 잃을 것 없는, 경험있는 사람이어야 가능합니다. 제가 어떻게 위원장이 됐는지를 보세요. 진보 진영의 교육의원으로 활동하면서도, 다수를 차지했던 보수 측의 합의를 얻어 위원장에 올랐습니다. 교육감은 한 마디로 '구동존이(求同存異)', 즉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조화를 꾀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진보·보수의 단일화를 통해 교육위원장이 된 것으로 저는 교육감으로 가는 1차 검증은 마쳤다고 생각하는데, 어떻습니까?"

- 그러나 장혜옥 학벌없는사회 대표·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등 다른 두 후보에 비해 조직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들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저는 그 분들보다 훨씬 시행착오가 덜 할 겁니다. 두 분 다 저보다 학벌도 좋고 똑똑한 분들입니다만, 저만큼 현장과 정책·이론적인 면을 함께 갖춘 사람은 없으니까요. 장혜옥 대표는, 열정과 패기는 좋은데 교육의원 등의 경력이 없어 행정이나 정책적 측면에서 헤맬 가능성이 큽니다. 교육감에 나오려면 적어도 교육의원을 8년은 해야 교육 현안을 조율하고 필요한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거든요.

조희연 교수도 좋은 학교 나와 지조있게 살아오셨지만, 그건 운동 등 사회참여 성격이 크지 교육계와는 분위기가 다르지 않나 싶어요. 또 자녀를 외고로 보내셨던데 아이들이 원했으면 모를까 이중잣대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을 독자, 혹은 학부모 및 학생들에게 한 마디 하신다면.
"조직기반이 약하다는 건 제게는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그러나 12년이라는 의정활동 경험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닙니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교육 문제들을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는 게 제 장점이죠. 물론 당선되는 게 목표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후보들이 토론 과정에서 제 경험과 뜻을 배우게 된다면 그것도 좋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꼭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정말 원하면 시민들이 저를 뽑아줄 것이라고 믿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교육감이 되면 교육감이 가진 자율성 내에서 지역마다 교육의 특색을 살려 각 지역 교육자치를 강화하려고 합니다. 언로를 많이 열어둬 조언도 계속 받고요. 경쟁 속에서는 절대 클 수 없는 인성 교육, 성적이 실력이 아니라 인성이 실력인 교육 현장을 실제로 만들어 보일 겁니다."


태그:#최홍이 서울시의회 위원장, #서울시교육감 후보, #64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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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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