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바람이 아무리 세게 불어도 이속에 돈은 안 날아가요 그래서 요강을 쓴다니까요.”
 "바람이 아무리 세게 불어도 이속에 돈은 안 날아가요 그래서 요강을 쓴다니까요.”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얘기가 태어나 젖 빨 때 배워가 젖 안 빨잖아요, 본능이잖아요. 닥치면 다 한다니까요."

그랬다. 현재 하는 일을 어떻게 배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먹고살기 위해 본능에 의해서 일을 한다고 말했다.

"사는 게 뭐 있습니까, 하루 벌어 세끼 먹고, 담배 한 대 피우며 여유 부리고 사는 거지요."

길거리 노점상 "덤을 주는 건 제 고유권한"

길거리 노점이지만 그는 하루에도 수많은 고객들을 만난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내 마음에 들 수는 없는 일, 그는 담배 연기에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다. 단골손님이 손을 흔들며 아는 체를 하자 사과 한 개를 덥석 집어 덤으로 얹어준다.

"스트레스는 담배 연기에 날려 버리지요, 덤을 주는 건 제 고유권한입니다."

사과장수 김경희씨다. 김씨의 고향은 김해다.
 사과장수 김경희씨다. 김씨의 고향은 김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전라도 여수에서 6년째 사과 노점상을 하고 있다.
 전라도 여수에서 6년째 사과 노점상을 하고 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사과장수 김경희(51)씨다. 김씨의 고향은 경남 김해다. 전남 여수에서 6년째 사과 노점상을 하고 있다. 그냥 떠돌다 이곳이 좋아 머물고 있단다. 주말에는 여수에서, 평일에는 자신의 고향 김해에서 장사를 한다.

찬바람 마다않고 노점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그지만 이렇듯 늘 밝은 표정이다. 오랜 경험의 산물일까, 넉살도 좋은데다 말도 청산유수다.

"이거 하기 전에는 남 앞에서 말도 못했어요. 먹고 살라고 큰 장 돌아다니다 보니까 어느새 말문이 트였어요."

"요강이에요, 바람이 아무리 세게 불어도 돈 안 날아가요"

저게 뭘까, 좀 별난 물건이 눈에 띈다. 손님에게 받은 돈을 담는다. 모양새가 꼭 요강단지를 닮았다.

"이거 요강이에요. 우습게보지 말아요. 바람이 아무리 세게 불어도 이 속에 돈은 안 날아가요, 그래서 요강을 쓴다니까요."

"사과는 달고 시고 야문 게 최고여! 추운지방일수록 색깔은 덜나지만 맛은 강해요.”
 "사과는 달고 시고 야문 게 최고여! 추운지방일수록 색깔은 덜나지만 맛은 강해요.”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사과와 더불어 사는 그에게 사과 고르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맛있는 사과 고르는 방법을 묻자 답변이 가관이다. 한마디로 단호하다. 맛있는 사과 고르는 방법이 없다던 그가 서너 번을 되묻자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암사과가 맛있단다. 사과 뒷부분이 납작한 것은 암사과이고 뾰족한 것은 숫사과라고 그는 말한다. 사과 열매에 암수가 있다는 사실은 금시초문, 아무튼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없습니다. 농사짓는 사람과 밭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습니다. 당도를 올리기 위해 농부가 얼마나 노력했느냐의 차이지요. 암놈이 맛있고, 색깔이 좋고 사과 뒷면이 납작한 것이 단맛이 강해요. 사과는 달고 시고 야문 게 최고여! 추운지방일수록 색깔은 덜나지만 맛은 강해요."

"꿈은 깨고 나면 허망한 겁니다,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

지난해에 비해서 수입은 조금 덜하지만 추운 날씨도 아랑곳 않는다. 아침 일찍이 나와 밤 10시가 넘어서야 장사를 마친다.

한 팔로 능숙하게 봉지에 사과를 골라 담는다. 김해에서 여수까지 운전도 한다. 팔이 둘이라서 하나는 내버렸다는 농을 하면서 자신의 장애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불편한 몸으로 10년째 노점상을 하면서도 늘 열심히 밝게 사는 그의 모습이 참 대단해보인다.

사과 한 봉지에 5천원, 1만원에 판매한다.
 사과 한 봉지에 5천원, 1만원에 판매한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길거리 노점이지만 그는 하루에도 수많은 고객들을 만난다.
 길거리 노점이지만 그는 하루에도 수많은 고객들을 만난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한때는 돈벌이가 좋아 참외 상자에 돈이 반절쯤 찰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장사는 없다고 한다. 노점이지만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단골이다. 좋은 상품을 골라 파는 그의 양심이 손님들에게 통했기 때문이다.

"99%가 단골장사예요, 과일을 파는 게 아니라 양심을 팔거든요. 내가 못 먹는 과일은 절대 안 팔아요."

여수 소호동에서 왔다는 한 아주머니(52)는 이곳 사과가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맛있어서 자주 찾는다며 2봉지를 사갔다. 사과장수 김경희씨, 그에게 미래에 대한 꿈을 물었다.

"꿈은 깨고 나면 허망한 겁니다,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지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점상, #사과장사, #청송 꿀사과, #단골, #요강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