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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부터 11일까지 <어메이징 스토어>라는 타이틀로 콘서트를 열고 있는 B1A4가 8일 오후 서울 광장동 악스홀에서 가진 프레스콜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그룹 B1A4 ⓒ 이정민


아이돌 그룹 B1A4의 정규 2집 < Who Am I(후 엠 아이) >가 음반 사재기 및 음반 판매량 차트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17일부터 음반판매 집계 사이트인 한터 차트에서 B1A4의 앨범 일간 판매량이 급증하며 시작됐다.

이에 대해 인터넷 매체 <디스패치>는 '"챠트는 팩트다?"…아이돌, 사재기의 실체'라는 기사를 통해 관련 사건과 음반 시장의 실태를 분석했다. 그러나 "어떤 증거도 없다"는 기사의 도입부처럼 이 분석에는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존재하며, 논란의 시작에 대한 부분이 깔끔하게 해소되지는 않았다.

먼저 B1A4의 음반 사재기 및 음반 판매량 차트에 대한 조작 의혹을 일부 팬덤이 제기한 것으로 몰아가는 대전제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기사에서는 동방신기의 팬덤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하지만, 이 논란은 'B1A4와 동방신기 팬의 대결 구도'가 아니라, 'B1A4 측과 음반 사재기에 문제의식을 느낀 대중의 논쟁'으로 보는 것이 옳다. 이전에도 여러 가수들이 음반 사재기 논란에 휘말렸으나, 아무런 제약 없이 승승장구했던 이력이 누적되면서 대중의 분노와 관심이 폭발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음반 사재기가 불법이 아닐 수는 있다. 불법이라기보다는 편법일 수 있다. 그러나 음반 사재기가 '옳지 못한 방법'이고 '반칙'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단순한 팬덤 간의 감정적 분쟁으로 몰아가는 것보다, 이전에 논란이 있었을 때 대중에게 부족했던 문제의식이 사건의 반복 누적을 통해 이제야 발화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욱 적절할 것이다.

급증한 판매량...팬덤의 공동구매 때문?

B1A4의 신보는 그 판매량 급증이 자연 발생적이지 않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디스패치>는 '사재기는 없다'고 주장하는 측의 답변을 통해 B1A4 측이 제시했던 해명을 그대로 옮기고 있다. 판매량 급증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또 다른 인기 아이돌 두 팀의 자료를 가져와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디스패치>가 제시한 그래프만 보아도 B1A4 측과 <디스패치>가 이런 현상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의혹 제기의 내용은 '판매량 반등 자체가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라는 게 아니라, '판매량 반등의 폭이 지나치게 비정상적'이라는 점이었다. 팬 사인회 등의 마케팅으로 판매량이 반등하는 것은 무척 흔한 일이지만, 저 정도로 큰 반등 폭을 보인 경우는 없었다.

일례로 샤이니의 최근 앨범은 사인회 응모로 판매량이 약 5000장가량 상승했다. 그리고 다음 사인회까지는 판매량이 급감하는 양상을 보였다. 인피니트 역시 샤이니와 비슷한 판매량 추이를 보였다. 서울 3개 매장과 부산에서 팬 사인회 응모가 시작된 2013년 7월 22일에 샤이니와 비슷한 5000장가량이 추가 판매되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또 다른 서울 팬 사인회 응모 이벤트 기간과 겹치는, 즉 전국 총 5개 매장에서 팬 사인회 응모가 이루어졌던 7월 24일과 25일에는 일간 판매량이 각각 10300여장, 13700여장으로 한터에 기록되었다. 그리고 먼저 시작된 팬 사인회 응모가 끝난 26일에는 여전히 두 번째 서울 팬 사인회 응모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4500여장으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사인회 그다음이다. 사인회가 반복될수록 판매량 반등의 폭은 줄어든다. 아무리 팬덤의 규모가 커도, 모든 팬이 항상 모든 사인회에 응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B1A4의 그래프는 아무리 사인회가 3, 4회 중첩되었다고 해도 유지되기 힘든 규모의 판매량을 보인다. 인피니트의 경우, < Destiny >의 첫 팬 사인회는 응모처가 서울 3개 매장(영등포, 명동, 신촌), 부산에 1개 매장이었고, 그 4개 매장을 모두 합한 수치가 그래프 맨 오른쪽의 6200여장이었다. 아무리 응모처가 4군데라고 해도 7천여 장이 팔리다가 이후 1만 2천여 장의 판매량을 유지하는 것은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또 <디스패치>는 한터 차트의 앨범 집계 방식이 소매점과의 포스 연동을 기본으로 하는데, B1A4의 이번 앨범은 배송 전 물량이 판매량으로 집계됐다는 의혹에 대해 팬카페 등에서 이뤄지는 공동구매 등은 소매점을 통하지 않고 집계된다는 관계자의 답변을 내놨다. 사재기 의심을 받았던 여러 팀이 팬덤 단위의 공동구매가 판매량 급증의 주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해온 것과 다르지 않다.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증거물로 '영수증'을 요구하고 있다. 한터 차트는 순수하게 판매량만을 집계하기 때문에 음반 실물이 어떤 방식으로 구매되었는지는 집계할 수 없다. 따라서 B1A4 측이 그 '구매 방식'을 설명해 줄 증거물을 제시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팬덤 단위에서 공동구매를 했다면 영수증이 없을 리가 없다. 그러나 B1A4 팬덤에서는 공동구매 영수증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예전에 틴탑이 음반 사재기 의혹에 휘말렸을 때, (비록 완벽한 증거가 되지는 못했으나) 틴탑 팬들은 공동구매 영수증 '인증샷'을 제시함으로써 의혹을 벗고자 노력했다.

 B1A4

B1A4 ⓒ WM엔터테인먼트


사재기 편법인가, 마케팅의 승리인가

'사재기는 없다'고 주장하는 관계자들은 이번 논란이 불거진 이유에 해당하는 '판매량 급증'을 오로지 '마케팅의 승리'로만 일축하려고 하고 있다. B1A4 측은 앨범 커버를 다르게 만들어 판매에 나서는 등의 마케팅이 판매율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논란에서 가장 큰 허점을 보이는 대목이다.

다양한 버전의 앨범 커버, 멤버별 랜덤 포토 카드 내장 등은 B1A4만의 마케팅이 아니다. 이제는 모든 아이돌 시장에서 일반화된 마케팅 방식이다. 그리고 2세대 아이돌의 시초였던 동방신기야말로 그러한 마케팅의 선구자격인 그룹이었다. 아이돌의 음반 마케팅 방식을 몰라서 제기한 의혹이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마케팅만으로 판매량의 비정상적인 급증을 설명할 수는 없다.

B1A4의 인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동방신기와 이번 사재기 논란에 비교 대상으로 등장하는 샤이니, 인피니트 역시 모두 인기 절정의 아이돌 그룹이다. 실제로 이 그룹들 간에는 엄연한 팬덤 규모상의 우열이 존재하나, 그를 무시하고 다 같은 수준의 '인기 그룹'으로 놓는다고 해도, 다른 그룹에서는 찾을 수 없고 B1A4만이 보여주는 이 비정상적인 판매량 상승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쉽게 말해, 팬 사인회 이벤트는 B1A4만 하는 것이 아니고, 음반을 한번에 5~6장씩 사는 충성스러운 소녀 팬이나 수십 장을 사들여가는 해외 팬이 B1A4에만 있는 것이 아닌데, 어째서 B1A4만이 독보적인 판매량 급증을 보이고 있는 것인지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디스패치>가 제시한 것처럼,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는 한터 차트는 메커니즘 상 악용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출고량을 기준으로 하여 반품 물량까지 조사하는 가온 차트와는 그 신뢰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B1A4의 경우, 지난 2013년 5월에 발매된 미니 4집 <이게 무슨 일이야>가 가온 차트에 기록된 출고량보다 한터 차트에 기록된 판매량이 많은 기형적 판매 실적을 보인 것이 발각되었다. 일반적인 음반 판매량은 가온 차트에 기록된 출고량이 한터 차트에 기록된 판매량을 조금씩 웃돈다. 그러나 한터 차트에 제시된 B1A4 미니 4집의 첫 1개월간 판매량은 약 79000여 장인데 비해, 가온 차트에 기록된 출고량은 71821장이었다. 발매 다음 달, 한터 차트에는 21000여 장을 판매한 것으로, 가온 차트에는 20743장이 출고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두 달간의 기형적 판매 실태는 명백히 음반 판매량 조작의 증거가 될 수 있으며, 월간 차트가 발표되면 이번 정규 2집 역시 비슷한 형태의 판매 동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순위제 폐지가 정답?...반칙을 했는지의 여부가 문제

<디스패치>는 '사재기를 근본적으로 근절할 수는 없다'는 관계자의 주장을 실으며 '차트 무용론'까지 끌고 나온다. 그러나 이는 논점을 흐리고 논쟁의 핵심을 숨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슬쩍 피해 덮어버리고자 하는 주장이다.

물론 모든 구매 내역을 낱낱이 밝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B1A4 측이 주장한 내용 중 '팬덤 단위의 공동구매'와 같은 케이스는 앞서 언급한 대로 영수증 등의 증빙 자료만 있으면 깔끔하게 해소될 수 있는 의혹이다. 의혹 전체는 몰라도, 일부는 불식시킬 방법이 있음에도, 왜 그렇게 대응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다.

음반 사재기 방지에 대한 대안이 순위제 폐지로 돌아가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반칙을 막기 위해 규칙을 없애자는 주장은 그 어떤 대안보다도 급진적인 비약이다. 지금 논의되어야 할 것은, 엄연한 규칙이 존재하는 이 경기장 안에서 '반칙을 했는가, 안 했는가'이다. 따라서 <디스패치>의 이번 보도는 반칙 의심을 받은 참가자가 '반칙을 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이 규칙은 무용하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어떤 스포츠에서도 이런 광경은 보기 힘들다.

권위 있는 차트와 시상식은 이러한 반칙을 허용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차트 조작이 횡행하는 것은 아직 한국의 시스템이 그만큼 견고하지 않다는 뜻이지, 순위제가 무용하다는 뜻은 아니다. 음악 차트는 아티스트 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여 기록하기 위해 필요하다. 음악 차트가 그 자체로서 순수한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있어야 향후 한국 대중음악계의 발전에도 크고 작은 기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트는 그 어떤 것보다도 공정하고 깨끗해야 한다. 단순한 숫자들의 나열이 아니라, 어떤 음악이 누구에게 얼마나 사랑받았는지를 남겨두어야만 차트는 가치를 갖게 되며, 그러한 차트를 조작하려는 시도는 법의 기준을 초월한 도덕과 윤리의식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차트 조작은 불법의 굴레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지 몰라도, 부도덕, 비윤리에 대한 비난으로부터 도망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디스패치 B1A4 사재기 한터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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