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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철도파업을 지켜보면서 가장 역겨운 점은 이른바 보수 언론들의 보도행태였다. 그들은 일방적인 정권의 나팔수였다. 히틀러 치하의 독일 언론도 저러했을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왜 저럴까?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들 보수 언론은 이명박 정권의 대운하·4대강 사업에도 "반대를 위한 반대"라며 반대의견을 매도하고 국민들을 오도했었다.

'불법파업'은 정부의 주장이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면 불법이라는 것이다. 언론은 나름대로 파업의 성격을 분석하여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고 냉철한 정론을 펴는 것이 정도가 아닌가?

정치권력이 내 직장 망가뜨리는데 '입 다물라'?

2013년 12월 19일째 철도노조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 면허 발급을 중단하고 철도발전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나서겠다면 파업을 중단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김명환 위원장 "수서발 KTX 자회사 면허 발급 중단하라" 2013년 12월 19일째 철도노조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 면허 발급을 중단하고 철도발전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나서겠다면 파업을 중단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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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금기는 편파보도일 것이다. KTX 쪼개기와 철도파업은 초등학생 수준의 분별력만 있어도 옳고 그름을 알 수 있을 만큼 간명하다. 한마디로 'KTX 쪼개기'는 상식에 어긋난다. 그래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뒤늦게나마 상식선의 발언을 했다. '경쟁'이라는 구호와 달리 '경쟁'도 아니고, 또 다른 공기업 설립이며, 규모의 경제에 반하는 코레일 죽이기가 명백한데도 보수 언론은 '불법파업'만 반복했었다.

정치권력이 내 직장을 망가뜨리는데 '입을 다물라'고? 이 말은 독재시대에 너무도 많이 듣던 소리이다. 철도노조에게는 수서발 KTX를 떼어가는 것이 생존권을 위협하는 절체절명의 중대사이다. 마땅히 노조가 나서야 한다.

급여 올려달라는 파업은 해도 되지만 내 직장을 망하게 하는 정부의 파행정책에 입을 다물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정치권력이 사리에 맞지 않는 짓을 하기 때문에 노조가 궐기한 것이다. 나는 이번 파업을 정치권력의 부당행위에 저항하는 정당행위로 본다.

한국철도는 이를테면 건강하지 못한 환자이다. 그러나 죽게 버려둘 수 없는 존재이다. 어떻게든 건강을 되찾게 해야 할 환자이다. 그런데 무지막지한 권력이 환자의 한쪽 팔다리를 잘라내려고 한다. 팔다리가 잘리면 살아남기가 어렵다. 결국 엄청난 재정을 투입해야 하고, 그 비용은 모두 이 나라 민초들이 부담해야 한다.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국토교통부장관도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만이다.

'공기업 개혁', 죽이는 개혁이어서는 안 돼

정치권력은 '공기업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KTX를 쪼개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공기업 개혁과 KTX 쪼개기는 별개의 문제이다. 살리는 개혁이어야지 죽이는 개혁이어서는 안 된다. 코레일을 죽이기로 작정을 한 것이 아니라면 KTX를 떼어내면 안 된다. KTX는 코레일의 희망이요 도약대이다. KTX를 떼어 가면 코레일 구성원들은 희망을 잃고 정치권력을 저주하며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에 빠지게 된다.

반면에 코레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분적으로 민영화가 필요하다. 경전선, 태백선 등 만성적 적자노선은 민영화가 해법이다. 그러나 흑자노선 KTX는 아니다. 이명박 정권의 민영화 기도가 국민의 저항을 받았던 것은 알짜노선을 재벌기업에 안겨주는 명백한 특혜였기 때문이다.

독일도 적자노선인 지선의 일부를 민영화했다. 그것이 정석이다. 적자노선의 민영화는 노조도 따라야 한다. 논리와 형편을 들어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 3시간 룰이나 기타 불합리한 노사협정을 샅샅이 찾아 노조와 대화를 통해 개선하는 것이 경영의 진수이다.

철도산업은 '경쟁'이 아닌 '규모의 경제'에 바탕하고 불합리한 요소들을 제거하는 개혁으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KTX 쪼개기는 결코 경쟁이 아니다. '경쟁'이라는 단어 하나에 갇혀 철도산업을 망가뜨리는 독단적 헛구호이다. 허위와 진실을 분별할 수 있는 냉철한 눈이 필요하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 모두가 건실한 분별력을 갖춰야 나라가 번성한다. 

덧붙이는 글 | 경향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수서발 KTX , #철도파업, #불법파업, #철도노조, #공기업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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