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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위별 한우. 등심, 부채살, 제비추리 등등 식당에서 구워 먹으려면 50만 원은 넘습니다.
 각 부위별 한우. 등심, 부채살, 제비추리 등등 식당에서 구워 먹으려면 50만 원은 넘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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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냇동생이 한우를 키우기 때문에 한우를 많이 먹을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합니다. 워낙 비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1년에 한 번씩 가족들이 추렴해 한우를 한 마리 잡습니다. 물론 한우가 워낙 싸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지난 토요일 온 가족이 모였습니다. 부모님이 무려 4남 5녀를 낳으셨습니다. 한 번 모이면 수십 명입니다. 이번에는 다 함께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조금씩 추렴하니 한우 한 마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예 동생이 한우 한 마리를 형제들을 위해 냈습니다. 고맙고 고마운 동생입니다.

"아빠. 이 많은 한우를 다 먹을 거예요?"
"응. 큰 아빠, 아빠, 삼촌, 고모들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막둥이는 안 먹을 거야?"
"아뇨. 먹을 거예요."

"많지."
"응. 삼촌이 한우 잡았어요?"
"삼촌이 직접 잡은 것은 아니고. 한우는 집에서 잡을 수 없어. 한우를 잡는 곳이 있어."

"아빠. 한우 맛있죠?"
"먹어 보면 알지."

등심 구이
 등심 구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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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판 앞에 앉은 막둥이는 차곡차곡 쌓인 한우를 보며 감동했습니다. 드디어 한우를 굽기 시작했습니다. 냄새가 코를 자극합니다. 한우는 육회도 먹으니까 살짝만 익혀도 먹습니다. 돼지고기는 다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한우를 그럴 필요가 없어 성질 급한 막둥이에게는 제격입니다.

"아빠. 정말 맛있어요."
"그렇게 맛있어?"
"입 안에서 살살 녹아요. 한우가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어요."
"거짓말. 전에도 한우 많이 먹었잖아."

"그 때보다 더 맛있는 거 같아요."
"아빠도 그래, 그 때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아."

아빠 맛있어요. 막둥이는 한우를 먹을 만큼 먹었습니다
 아빠 맛있어요. 막둥이는 한우를 먹을 만큼 먹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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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둘러앉아 한우를 구워 먹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한우를 구워 먹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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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 앉아 한 줌씩 먹는데 금방 금방 고기가 없어졌습니다. 얼마나 맛있는지 말도 잘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큰 아이가 먹는 속도는 놀라웠습니다. 자전거를 타다가 오른판을 다쳤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아픈 팔이 무슨 대수냐는 것 같았습니다. 원래 고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아이가 아닌데. 한우를 보니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결국 삼촌에게 제지를 당했습니다.

"인헌아. 조금 천천히 먹어라. 고기는 많으니까. 걱정 말고."
"예."
"저녁에도 먹을 수 있으니까. 배 부르면 젓가락 놓고."
"조금 천천히 먹을게요."

오른손을 다친 큰 아이는 정말 원 없이 한우를 먹었다고 합니다.
 오른손을 다친 큰 아이는 정말 원 없이 한우를 먹었다고 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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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먹겠다는 말을 했지만, 큰 아이 입안으로는 한우가 끊임없이 들어갔습니다. 식탐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한 번 먹는 한우라 말리지는 않았습니다. 언제 먹을까, 걱정을 했는데 한우를 다 먹었습니다. "해도 너무한다". "욕심이 너무 많다". "식탐이 그렇게 많아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비판을 받겠지만 온 가족이 함께 '밥상 공동체'를 통해 사랑을 확인했습니다.

우리 가족 다섯이 먹은 것만 해도 20만 원치는 된다고 합니다. 배불리 먹고 어머니 집을 나서는데 막냇동생이 집에 가서 먹으라고 우족과 고기를 많이 주었습니다. 형만한 아우가 없는 것이 아니라 동생만한 형이 없습니다. 넉넉한 사랑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동생이 형님을 섬기는 가정이 별로 없습니다. 특히 어머니까지 모시고 있으니 한 번 고맙다는 말밖에 더 할 말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제수씨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부위별 한우 고기
 부위별 한우 고기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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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우 값은 떨어지고, 사료 값을 올라 벌이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나마 동생은 15년 동안 한우를 키웠기 때문에 등급이 좋은 고기를 생산했습니다. 3마리에서 시작했는데 벌써 220마리 정도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눈물과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자기 욕심차리지 않고, 형들과 누나들을 배려합니다. 이런 동생 없습니다.


태그:#한우, #막냇동생, #가족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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