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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도항에서 이루어진 환영회 이야기

우리가 묵은 플라자 호텔
 우리가 묵은 플라자 호텔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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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30분 혼도항에 도착한 우리는 플라자 호텔에 여장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7시 호텔을 나와 환영회장으로 간다. 환영회장은 호텔에서 걸어 5분 거리에 있는 음식점이다. 이날의 환영회는 구마모토 일한문화교류연구회가 주최하고 아마쿠사 관광문화부에서 후원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20여 명의 참석자들이 환영회를 가지게 되었다. 2층에 마련된 환영회장에는 이미 음식이 한 상 차려져 있다.

환영행사는 일본 측 간사인 나가니시 마미코(中西眞美子)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통역은 충청대학교 교수로 있는 도쿠나가 히로아키(德永裕亮) 선생이 맡았다. 먼저 양측 참석자들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우리 측에서 참석한 8명은 역사를 전공한 교수와 교사가 대부분이다. 일본 측 참석자들은 박물관장 등 학예원들이 가장 많고, 학교의 교수와 교사가 몇 명 있다. 그리고 아마쿠사시 관광진흥과장과 문화과 주사가 참석했다.

이번 학술대회 발표자들
 이번 학술대회 발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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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소개가 끝나고 양측 회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인사야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 것이어서, 상대방에 대해 감사를 표명하고 앞으로 더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자는 내용이었다. 사실 지난 7년간 양 단체는 세 번씩 상대방 국가를 방문하며 학술적인 면에서나 인간적인 면에서나 우의를 돈독히 해왔다. 그 동안 해 온 심포지엄은 한일 또는 한중일 삼국의 역사와 문화유산의 친연성 또는 유사성을 찾는데 중점을 두어 왔다. 그동안 해 온 심포지엄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2008년(충주): 삶의 터전, 마을 이야기. 2009년(다마나): 구마모토현 북부의 고대문화와 한반도. 2010년(충주): 한중일 삼국 불교미술의 교류와 영향. 2011년(구마모토): 불상으로 본 일본과 한국. 2012년(충주): 임진왜란과 한중일 국제관계 고찰. 2013년(아마쿠사): 일본과 한국의 기독교 수용사. 이들 여섯 번의 국제 학술대회 중 네 번은 한․일이 참가한 국제대회였고, 두 번은 한․중․일 3국이 참가한 국제대회였다. 더욱이 이들 학술대회가 문화의 영향과 교류에 중점을 둔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 크다.

환영회에 나온 도미: 아마쿠사의 시어(市魚)다.
 환영회에 나온 도미: 아마쿠사의 시어(市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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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고받은 선물은 예술성이 가미된 공예품이었다. 우리 측에서는 나무판에 민화를 그려 넣은 다기 받침이었다. 일본 측에서는 기타야마(北山)요에서 만든 도자기였다. 장인은 오가와(小川哲男)로 사가(佐賀)현에서는 꽤나 유명한 사람이다. 그 외 과자와 술 등 소소한 것도 주고받았다. 우리는 인삼주를 내놓았고, 저들은 아마쿠사 소주를 내놓았다. 이곳이 섬지역이어서 이날 나온 음식은 해산물 위주였다.

아마쿠사에서는 도미와 문어가 많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이 푸짐하게 올라왔다. 그리고 비싼 성게알도 많이 올라왔다. 또 이곳 특산인 닭고기가 나왔는데, 이 닭고기는 닭과 칠면조 중간쯤 되는 크기의 닭을 잡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싱싱한 해산물에 술 한 잔 하면서 우리는 1년 동안 못다 한 이야기도 나누고 회포도 풀었다. 우리 회원들은 이곳 아마쿠사에 처음 오는 것이다. 그래서 다소 흥분되고 기대가 컸다.

그런데 장준식 교수는 이곳 아마쿠사에 벌써 다섯 번째 오는 거라고 말한다. 학생들 교류 때문에, 구텐베르크 인쇄기 때문에, 개인적인 여행으로 왔다고 한다. 장 교수는 충청대학교 박물관장으로, 현재 한국 기와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코디네이터란 이름으로 학술대회 토론을 이끌 예정이다. 그는 일본 측 대표인 오쿠라 전 회장과 러브샷을 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와타나베(渡邊英人) 관광진흥과장이 학술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아마쿠사에 온 우리에게 감사를 표한다.

아침에 돌아본 혼도항의 분위기

혼도 어항
 혼도 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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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혼도항 시내 풍경이 보인다. 어제 저녁 어스름에 들어와 시내를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저 멀리 해안선도 보인다. 나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여유가 있어 해변 쪽으로 발을 돌린다. 우리 호텔이 미나미가와(南川)변에 자리 잡고 있어 그 개울을 따라 내려가면 바다가 나온다. 남천의 돌에 따개비 등이 붙어 있는 것을 보니 이곳이 바다를 매립해서 만든 시가지인 것 같다. 또 옛날에는 이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을 수도 있다.

남천을 따라 내려가면서 보니 우리의 마을회관 정도에 해당하는 미나토마치(港町) 자치공민관도 보인다. 한 십 분쯤 걸어 내려가니 어항이 나온다. 마침 일요일어서 정박해 있는 어선들이 많다. 어선이 규모가 작고 깨끗한 것으로 보아 낚시용 어선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어항을 지나 더 바다 쪽으로 나가본다. 그곳에는 헤이세이교(平成橋)가 있다. 이곳에서는 탁 트인 바다가 보인다.

혼도항의 미나토마치에서는 11월말에도 꽃을 볼 수 있다.
 혼도항의 미나토마치에서는 11월말에도 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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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왼쪽으로는 혼도여객항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는 가미아마쿠사의 마츠시마를 거쳐 우토반도의 미스미항까지 여객선이 운항한다. 그리고 구라다케, 고쇼우라로 가는 정기선편이 있다. 이들 지역이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지만 대표적인 관광지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객선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다시 남천을 따라 호텔로 돌아간다. 중간에서 내려갈 때는 보지 못한 화사한 동백꽃이 보인다. 고은 시인이 쓴 '그 꽃'이라는 짧은 시가 생각난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아마쿠사는 역시 우리보다 따뜻한 지역이다. 가을 단풍도 아직 남아 있고 꽃도 피어 있다. 따뜻한 남쪽 나라, 임진왜란 때 이곳에 끌려와 터전을 이루고 산 우리 조상들이 생각난다. 당시 일본에 끌려온 포로가 7만 명이나 된다고 그러고 그들 중 상당수가 이곳 큐슈에 살았다고 한다. 실제로 이곳 아마쿠사에도 교라기(敎良木)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가마아마쿠사의 히메도(姬戶)에 집성촌을 형성하고 있다.   

다음 날 같은 집에서 이루어진 간친회 이야기

간친회에 참석한 양측 사람들
 간친회에 참석한 양측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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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이 오후에 계획되어 있다. 그래서 오전에는 혼도항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둘러보았다. 역사유산도 있고, 절도 있고, 박물관도 있다. 그리고 아마쿠사의 대표적인 도자기 공방도 둘러보았다. 그리고 오후에는 이번 일본 방문에서 가장 중요한 학술대회에 참여했다. 이로서 혼도에서의 공식적인 행사는 끝났다. 그리고 저녁에 학술대회를 주최한 구마모토 일한문화교류회와 아마쿠시시에서 공식으로 만찬을 냈다. 이 만찬은 간친회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간친회에는 아마쿠사시 관계자들, 이 지역 원로, 구마모토 일한문화교류회원 등 40여 명이 참여했다. 먼저 시장을 대신해 시의회의장이 인사말을 했고, 양측 회장이 감사의 말을 했다. 이번 만찬에는 히라다 도요히로(平田豊弘) 아마쿠사시 세계유산 추진실장과 다나카 고조(田中耕三) 문화과장이 참여했다. 이들이 사실 이번 학술대회의 실무책임자다. 히라다 실장은 이번 학술대회에서 카쿠레 키리스탄에 대한 논문까지 발표했다.

간친회에 나온 음식
 간친회에 나온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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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만찬이 어제 만찬보다 훨씬 더 풍성하다. 일본에 다니면서도 이렇게 푸짐하게 차린 경우를 보지 못했다. 일본도 역시 시골 인심이 더 후한 모양이다. 새우에, 초밥에, 도미찜에, 생선회에 없는 게 없다. 또 이 날은 술도 더 다양하게 나왔다. 맥주도 알코올이 있는 것과 알코올이 없는 것이 나왔고, 사케도 구마모토의 것과 아마쿠사의 것이 나왔다. 우리를 배려해 우리 소주도 준비했다. 다들 취향에 따라 술도 한 잔씩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자리를 바꿔 대화를 나눈다. 이날 통역이 두 명 있었지만 그 많은 인원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나는 영어와 한문 필담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나는 먼저 아무래도 구면인 가메코 겐지(龜子硏二) 아마쿠사 크리스천관 관장과 옆에 앉은 다나카 고조(田中耕三) 아마쿠사시 문화과장과 대화를 나눈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보고 겐지는 '연구하는 둘째 아들'이고, 고조는 '농사짓는 셋째 아들' 아니냐고 농담을 걸어본다.

아마쿠사의 원로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가메코 관장이다.
 아마쿠사의 원로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가메코 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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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가메코 관장이 이름만 그렇지, 자기는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서 너털웃음을 짓는다. 가메코 관장은 굉장히 위트가 있는 사람으로, 다나카 과장이 자신의 보스로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다고 농담을 한다. 그러자 다나카 과장은 그런 게 아니고 가메코 관장 덕에 자기가 산다고 맞받아친다. 정말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아마쿠사에는 시립박물관이 5-6개 있는데 이것이 모두 문화과 소속이었다.

나는 또 관광진흥계 주사인 하라이와 마유(麻由)와도 대화를 나눈다. 내가 이번에 일본을 일곱 번째 방문하는 것이라고 하니 놀라는 표정이다. 내가 일본 사람들의 깨끗함, 정확함, 친절함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그녀는 아주 좋아한다. 실제로 이 세 가지 면에서 우리는 일본에 한참 뒤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외 이날 참석한 아마쿠사 유지들과 잠깐씩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8시 30분쯤 되어 간친회가 끝났고, 술을 좋아하는 예성문화연구회와 일한문화교류연구회 멤버들이 2차를 간다.

문화답사를 통해 교류를 돈독히 하는 한일 회원들
 문화답사를 통해 교류를 돈독히 하는 한일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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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텔로 돌아오며 지난 7년간 한․일간 학술교류를 되돌아보았다. 학술적인 주제를 가지고 매년 오가면서 만들어내는 민간교류가 정말 가치도 있고 의미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주제가 상당히 전문적이면서도 재미가 있다. 그리고 여행보다는 답사를 통해 역사와 문화를 좀 더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상대방의 역사와 문화를 알면 더 이상 갈등을 겪을 이유가 없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상호교류를 더욱 돈독히 하기 때문이다.

지금 조금 껄끄러워진 정치적인 갈등이 이러한 민간교류를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되었으면 좋겠다. 한․일간 미래를 위해 민간교류보다 더 좋은 게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같은 작은 단체가 긍정적인 한일관계를 위해 조금은 기여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7년간 이어져온 교류가 앞으로 70년은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 때 나는 이 세상에 없겠지만...


태그:#혼도항, #학술 심포지엄, #환영회, #간친회, #도미와 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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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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