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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학교 삼성이 학교법인 아니냐? 이야, 팔자 폈네."

나는 성균관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다. 그리고 위의 말은 성균관대에 합격하고 맞은 설날, 고모부께서 내게 하신 말씀이다. 부모님 세대까지만 해도 그렇게 '잘 나가는' 대학교가 아니었다는 성균관대는 1997년 삼성이 학교법인으로 들어온 뒤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들 한다. 그 덕에 처음 만난 사람에게 '성균관대생'이라고 말하면 열에 아홉은 학교법인인 삼성을 이야기를 하며 부러움의 눈으로 나를 봤다. 그래서인지 학교법인 삼성의 존재는 내게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해주는 듯했다.

성균관대에 대한 선망의 시선은 초일류 글로벌기업인 삼성이라는 이름값을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삼성이 학교법인인 대학에 들어간 게 '팔자 핀 일'이라는 것은, 삼성그룹에 입사지원서를 넣었을 때 나를 조금 더 눈여겨 봐 준다거나 업무상 삼성을 만났을 때 나를 호의적으로 봐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등의 기대가 담겨 있다.

그러니까 삼성과 엮이는 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덕이면 덕이지 손해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국에 살면서 삼성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살긴 매우 어렵다. 우리 대학 학생이 아니더라도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은 삼성 취업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삼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삼성에는 '빛'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지난 9월 27일, 성균관대 중앙동아리 노동문제연구회는 대학생들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9월 27일, 성균관대 중앙동아리 노동문제연구회는 대학생들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 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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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빛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림자가 더욱 짙어진다는 사실은 삼성에게도 적용된다. 눈부신 실적에 모두가 시선을 두면 둘수록 삼성의 불편한 현실은 더욱 어두워지는 듯하다. 분명 삼성에겐 막대한 실적과 더불어 '한국을 이끄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삼성전자의 연매출 200조 원 돌파, 고객만족도 7년 연속 1위, 비문학 지문으로 더 익숙한 '황의 법칙'(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 삼성전자 황창규 사장이 발표했다) 그리고 다른 기업보다 나은 대우를 바탕으로 한 무노조경영 등은 정말 말 그대로 삼성 '신화'를 보는 듯하다. 여기에다가 미래 세대의 꿈을 지원하는 삼성장학재단을 비롯해 삼성 이름으로 행해지는 수많은 자선사업과 봉사활동은 삼성이 우리 20대 대학생들에게 최고의 일자리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까지 지는 최고의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하지만 이런 눈부신 실적은 우리가 보지 못한 곳에서 행해진 비도덕적인 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노조 파괴 전략으로 유지된 삼성의 70년 무노조경영 신화,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이 유해물질로 죽어가며 열심히 일했기에 가능했던 황의 법칙, 여기다 삼성전자 총매출 200조 원과 고객만족도 1위라는 영예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들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해서일까. 우리는 여태까지 삼성의 좋은 면만을 봐왔다. 하지만 좋은 면만 본다고 삼성의 반인권적 행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삼성을 바꾸려는 곳? 대단하네"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출범식을 알리는 웹자보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출범식을 알리는 웹자보
ⓒ 삼성노동인권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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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삼성이 망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앞으로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낼 우리들의 삶은 삼성이란 굴지의 대기업을 빼놓고서는 상상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동안 삼성이 저질렀던 부당한 일을 바로잡아 제대로 알리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삼성이 다른 기업보다 앞서 뭔가 해야 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고칠 건 고치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막막해하진 말자. 지난 7월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돼 서비스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싹텄다.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또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버랜드 노동조합 등 삼성이 그동안 행해온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이 한 데 모여 12월 10일 삼성노동인권지킴이(Samsung Labor Watch)를 출범할 예정이다. 이는 삼성에 초점을 맞춘 최초의 시민사회단체가 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삼성노동인권지킴이에 관심을 두고 힘을 보태면 좋겠다. 나는 삼성노동인권지킴이에 함께하는 이들에게 여기에 관심을 두는 이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거기 삼성을 바꾸려는 곳 아니야? 이야, 대단하네! 함께 합시다!"

덧붙이는 글 | *삼성노동인권지킴이의 출범을 응원하는 소셜펀딩에 참여해주세요.
www.socialfunch.org/samsungnodonggo



태그:#삼성노동인권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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