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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론을 분열시키는 정의구현사제단을 해체하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아래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이 26일 낸 성명 제목입니다. 한기총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에서 나온 '대통령 사퇴'나 '북한군 연평도 포격 정당성' 발언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경악을 금치 못할 말이며 종교인으로서 지탄받을 수밖에 없는 행동"이라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맹비난했습니다.

참 부끄럽습니다. 같은 목사로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국가기관이 불의한 행위를 했습니다. 이를 두고 볼 수 없이 사제단이 나섰습니다. 양심에 따라 살아야할 종교인이라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대통령에게 책임을 촉구한 것을 "경악을 금하지 못할 말"이라고 하다니... 부끄럽다는 말밖에 더 할 말이 없습니다.

한기총은 또 "정의구현사제단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발언은 현재 내란음모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이석기의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와 비슷한 사상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 "적군의 우리나라 영토와 국민에 대한 공격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것과 국가를 전복시키려고 계획하는 것이 무엇이 다르겠는가?"라고 했습니다.

같은 종교인으로서 어떻게 "내란음모 혐의", "적군", "국가를 전복"같은 단어를 사용해 비판할 수 있습니까? 특히 "북한의 명백한 도발행위를 정당화 하는 것은 5000만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며, 대한민국에 대한 반역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말에는 아연실색할 따름입니다. 사제단에게 "반역행위"라고 했는데, 사제단 발언 중 어느 것이 반역행위인지 증명해야 합니다. 사제단 시국성명과 박창신 원로신부 강론 전문을 다 읽으면 한기총의 "반역행위" 운운은 적반하장이며, 색깔론을 넘어 인신공격입니다.

한기총은 이어 "반민족적이고 반국가적인 발언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는 정의구현사제단을 즉각 해체하고 국민 앞에 석고 대죄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정말 석고대죄할 사람은 국정원 부정선거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이어 염수정 서울교구 대주교에게 "사제들의 자격을 박탈해서라도 국민들 앞에 천주교의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또한 차제에 정의구현사제단을 해체시켜 7대 종단의 회원으로서 천주교의 공식적인 입장을 분명히 밝혀주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사제직 박탈을 촉구한 것은 타종교에 대한 침해입니다.

또 "차제에 천주교는 정의구현사제단의 정체를 밝혀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사상검증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종교인에게 사상검증이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종교인 사상을 검증하는 순간, 비극입니다. 사제단이 한기총 정체를 밝혀달라고 하면 한기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이 보통·평등·직접·비밀·자유선거의 원칙을 가지고 정당하게 선출한 대통령을 사퇴하라고 하며 미사를 드렸는데, 과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이것은 국가와 정부에 대한 도전이며 국론을 분열시켜 국민 전체를 불신으로 몰아가는 반국가적 행위인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기총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일년도 채 안된 과정에 수많은 외교 정상들을 만나 역대 대통령 중에 국가 신임도를 가장 높힌 평가받을 만한 대통령으로 국민 앞에 각인되고 있다"며 "이러한 대통령에 대하여 국민 전체가 한 마음으로 성원을 하고, 협력하는 것이 국민된 도리가 아니겠는가"고 했습니다.

박 대통령에게 협력하라는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한기총이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 대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10월, 당시 노무현 정부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시도했습니다. 같은 달 4일 한기총을 비롯한 보수단체는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를 열였습니다. 한기총은 시국선언을 통해 "국보법과 사립학교법, 과거사 진상규명 등 이념 문제로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있다"며 "국민들의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음에도 국보법 폐지를 고집해 국가안보와 좌파세력의 확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 2004.10.04 <오마이뉴스> '보수단체 "국보법 사수" 외치며 경찰과 몸싸움' 참고

특히 조용기 목사는 "북한 김정일은 원자탄과 미사일을 준비하고 있다"며 "어느 순간 우리는 불바다에 처할지 모르는 위기상황"이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노무현 정부를 "파괴정권"이라고 불렀습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06년 12월 사학법이 통과되자, 그 추운 날 서울시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였습니다.

같은 달 16일 '사학법 원천무효 및 우리 아이지키기 운동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이 정권이 경제를 살렸나, 국민을 편안하게 했나, 외교를 잘했나, 다 망치고 이제는 교육마저 망치려 하고 있다"며 "현 정권은 나라를 무너뜨리는 '파괴정권'"이라며고 했습니다. - 2006.12.16 <오마이뉴스> '박근혜 "현정권은 나라 무너뜨리는 파괴정권"'

박 대통령은 자신의 입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파괴정권"이라고 몰아붙인 것을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민주선거로 뽑힌 정부를 파괴정권이라고 비난한 것이야 말로 '국론분열'입니다.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을 먼저 져야 할 이들이 바로 한기총과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기총, #정의구현사제단 , #박근혜,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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