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셋값 대란, 가계 부채 대란, 물가 대란까지... 서민들의 시름은 하루하루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부자감세' 기조를 철회하지 않은 채, 세수 부족을 이유로 각종 복지 공약을 철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정부·여당은 각종 범칙금 강화, 중소기업 부담금 강제, 세무조사 강화 등으로 부족한 세금 메우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이 '국민 등골 브레이커'로 둔갑한 상황, <오마이뉴스>가 시리즈 기획으로 짚어봤습니다. [편집자말]
"속도 50km로 여유 있게 달리다가 갑자기 바뀌는 황색 신호등…. 저거 그냥 지나치면 신호위반, 급정거하면 정지선 위반이 뻔한 데 어쩌라고 ㅠㅠ. 재수 없으면 6만 원 그냥 기부하는 거다. 서민들은 하루 일당의 절반이다. 황색 신호등 시간을 늘리든지, 신호등을 크게 달든지…. 대책 없이 서민들 쌈짓돈이나 노리네…."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달 1일부터 대대적으로 시작한 차량 정지선 단속에 대해 누리꾼 'majo****'(다음)는 위와 같이 분통을 터트렸다. 주행하던 중 황색 신호등에 걸리게 되면, 정지선 위반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다. '범퍼'를 기준으로 횡단보도 정지선을 넘게 되면, 범칙금 6만 원에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서울경찰청은 정지선 위반 등에 대한 집중 단속에 돌입해, 단속 첫날인 지난달 1일 하루에만 4779명의 경찰을 동원해 1622건의 위반 차량을 적발하는 '성과'를 냈다.

대대적인 단속은 올 초부터 이어져 온 일관된 기조다. 경찰은 올해 7월 말까지 142만3300여 건에 범칙금을 부과했는데, 지난해 1년 치 실적(142만8300여 건)과 맞먹는 수치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인 3월부터 7월까지 122만3200여 건의 범칙금을 부과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119억 원 선이었던 범칙금 규모도 올해 상반기에는 426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대해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올해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세수부족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부족한 세수를 채우려고 경찰청을 동원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서민들에게는 정지선 단속까지 포함해 온갖 명분의 단속으로 범칙금 폭탄을 날리는 실정"이라고 일갈했다. 세수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과도한 단속'이라는 인식이다.

'곳간' 비니 '과태료'로 세수 부족 메우기 나섰나

'정지선위반 영상단속' 경찰관들이 4일 오후 서울 세종로네거리에서 캠코더를 설치해서 정지선 위반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 카메라 든 경찰 '정지선위반' 집중 단속 '정지선위반 영상단속' 경찰관들이 4일 오후 서울 세종로네거리에서 캠코더를 설치해서 정지선 위반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실제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3년 국세수입 및 일반회계 세외수입 전망'에서 추경 예산대비 10조 원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하 경제 양성화를 하더라도 부족분이 10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쪼들리는 살림을 끌어가기 위해 정부가 택한 방법은 '벌금 및 몰수금' 끌어모으기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안전행정부는 내년에 벌금 등으로 20조8000억 원의 세외 수입을 거둘 계획이라 밝히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7000억 원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과태료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경찰청의 올해 3/4 분기까지 과태료 징수결정액은 1조6137억 원에 달한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징수 결정액은 2조5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것이 윤 의원의 예측이다. 3/4분기까지 징수 결정액만을 봐도 2012년 총 합계(1조8788억 원)를 육박하는 수치다.

윤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까지 '신 가렴주구'를 통한 과태료 공화국이 될까 우려스럽다"며 "부자감세로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경찰청을 중심으로 각종 단속을 강화해 과태료 징수를 늘린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정해진 규범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도 않은 채 무조건 범칙금만 걷으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신호등은 정지선과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어, 정지선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한국의 신호등은 정지선과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어, 정지선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 누리꾼 '스케치북' 블로그

관련사진보기


독일의 신호등은 정지선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다. 정지선을 넘으면 신호등을 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규범을 지키게 된다.
 독일의 신호등은 정지선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다. 정지선을 넘으면 신호등을 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규범을 지키게 된다.
ⓒ 누리꾼 '스케치북' 블로그

관련사진보기


누리꾼 '스케치북'은 자신의 블로그(http://humandrama.tistory.com/1046)에 '독일인들이 정지선을 지킬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글을 올렸는데, 이 글은 온라인 상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그에 따르면, 독일은 신호등이 정지선 바로 앞에 위치해 차들이 정지선에서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신호를 기다리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신호기를 놓치면 신호가 바뀌는 걸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정지선을 지켜야만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국은 신호등과 정지선 사이가 멀어 차량이 횡단보도 위까지 올라가는 게 가능한 구조다.

그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정지선 논란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며 "안전을 위해 약속을 지키자는 것에 동의하지만 국가가 국민이 최소한의 것을 지킬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짚었다.

누리꾼들의 의견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트위터 이용자 '‏apa**'는 "정지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부는 교차로 길 건너에 있는 신호등을 횡단 보도 앞으로 이동시켜라, 그 후에 서민들 주머니를 털라"고 지적했다. 누리꾼 'hoon****'(다음) 역시 댓글을 통해 "무조건 단속하지 말고 보행자 신호처럼 시간을 알려줘서 정지선을 잘 지킬 수 있게 장치라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선행 조치 없이 범칙금만을 부과하려 하자, "세수 부족 때문에 삥뜯기 하는 거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do**'는 "정지선 단속, 뭐 때문에 하는지 아시죠? 서민증세, 부자감세해도 세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누리꾼 '이완*'씨 역시 "최고의 삥뜯기 프로젝트"라며 "대부분이 고의성 없이 넘어가는 걸텐데, 벌금이 과하다"고 꼬집었다.

서민 등골 브레이커는 그만..."부자감세로 세수 부족분 채우자"

정부가 '과태료' 부과에 열 올리는 분야는 비단 정지선 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8월 22일까지 이용면적 150㎡ 이상의 다중이용업소에 화재배상책임 보험 의무 가입을 강제했다.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기간별로 30만 원에서 최고 20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화재보험' 의무 가입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의무 시행' 전날까지도 서울시 내에 있는 다중이용업소의 가입률은 43%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들이 무더기로 과태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또, 정부는 내년부터 가정용 아날로그 무선전화기 사용을 금지하며, 걸려오는 전화만 받아도 200만 원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혀 역풍을 맞기도 했다. 2003년부터 판매된 가정용 무선전화기 사용자가 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정부가 제대로 된 홍보 없이 무선전화기 사용 종료를 강제해 비판 여론이 들끓은 것.

여기에 더해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이 자신의 트위터에 "무선전화기 내년 1월부터 사용 못한다고 하네요,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만 해도 벌금 200만 원, 어이가 없네. 국민은 생각 안 하고 기업만 생각하는 법인가"라는 글을 올리자 비판 여론은 불 붙은 듯 확산됐다. 결국 미래창조부는 "아날로그 무선전화기를 이용하시는 분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과태료 부과와 같은 조치를 하지 않을 계획이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무선전화기 교체가 이뤄지도록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소리소문 없이 '과태료' 매길 준비만 하던 정부가, 비판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민주당은 '과태료 부과' 등을 동원한 서민 등골 빼먹기를 중지하고, 부자 감세를 철회해 부족한 세수를 메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지난 24일 "내년 재정적자가 25조9000억 원이고 국가채무 또한 올해보다 50조6000만 원이 증가한 515조2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들을 축소하고 복지 지출을 확대하기 위해선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재원마련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부자감세 철회와 재벌증세를 통해 약 7조1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날 전병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부자감세 철회, 재벌증세를 반드시 관철해 내겠다"며 "민생을 살리는 입법과 예산투쟁에 총력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과태료, #등골 브레이커, #세수 부족, #정지선 단속
댓글1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